예수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성을 하찮은 것으로 폄하하는 종교체제를 거부하고, 인간을 상업화하고 권력수호의 도구로 삼는 불평등과 불공정의 정치체제를 반대하고 격렬하게 저항했다. 예수는 사람들을 깨끗한 사람과 더러운 사람, 여성과 남성,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과 건강한 사람, 귀족과 천민, 유대인과 비유대인 등으로 차별하고 분리하는 종교체제와 정치체제를 반대하고, 철저히 저항했다. 특히 성전종교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인간을 더러운 죄인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이고 부족적인 믿음체계를 전복시키고, 이 땅 위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탈종교화 운동 곧 무신론적 인도주의의 삶의 방식과 비전을 가르치고 자신이 몸소 살아 내었다. 예수는 새로운 종교와 종교단체를 세울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예수를 종교체제와 믿음체계의 하느님, 주님, 구세주, 창조주, 왕 중의 왕, 하느님의 아들 등으로 부르면서 신(神 / god, deity)으로 숭상하는 것은 예수의 정신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또한 그것은 예수를 무당 종교의 수호신으로 전락시키는 비상식적이고 유치한 짓이다. 다시 말해, 예수는 하늘에서 내려온 하느님도 아니고, 종교의 창시자로써 사람들이 만든 성상의 자리에 군림하면서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만 축복하고 구원하는 그런 옹졸한 존재가 아니다. 예수 자신은 세속적인 세상에서 살아가는 구체적인 삶의 실천가였으며, 로마의 정치체제를 전복하려던 사회적 혁명가였으며, 또한 성전종교를 뒤집어 엎으려던 종교 개혁가였다.
1세기에 갈릴리에 살았던 예수는 하느님에 대한 새로운 의미와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하느님이란 말의 의미를 구체적인 삶으로 살아가도록 격려하고 도우려고 했다. 예수의 의도는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이고 내세적인 인격신론의 성전종교가 만든 믿음체계를 개혁하고, 로마제국의 식민주의와 도시화 때문에 심한 탄압과 착취 속에서 신음하던 농민들을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예수는 완전한 평등의 세계 속에서 철저한 정의의 하느님을 살아내자고 선포했으며, 이 비전을 개방된 밥상과 무상 치유(healing)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자신이 몸소 실행에 옮겼다.
예수가 농민 계급 출신이라는 사실은 기독교 신학과 신앙을 이해하는 데에 기초와 핵심이 된다. 예수는 제사장 계열이나 귀족 출신이 아니며 심지어 고대 사회의 신의 계열이나 초자연적인 신의 세계에도 속하지 않았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예수가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행동했는가에 대해서 솔직할 수 있다. 기독교인들은 1세기 팔레스타인의 98% 농민 계급이 종교적 내지는 정치적 억압 세력의 발꿈치 밑에 짓밟혀 있던 상황에 대해서 필수적으로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농민들은 탄압과 착취에 어떻게 저항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했으며, 예수와 성서는 그 긴박한 상황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1세기 이스라엘에서 로마제국의 통치에 대한 농민의 반응을 이해하려는 사회적 연구의 목적은 성서를 바르게 이해하고, 예수에게 솔직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서에서 예수가 왜 그런 말을 했고, 무엇때문에 그렇게 행동했는지, 그리고 예수가 죽은 후 수십년에서 백여년이 지난 후에 성서 저자들이 어떤 사회적 상황에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들었고 무엇을 느끼고 깨닫았기에 특별한 의도와 목적으로 성서를 그렇게 기록했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1세기 로마제국의 군사적 탄압과 착취의 혹독한 종교적-사회적-정치적 상황에서 기록된 성서는 체제에 저항하는 농민들의 삶의 이야기이다. 성서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인간의 존엄성과 의식과 인간성은 폄하되어도 된다는 믿음체계를 옹호하는 종교적 교리책이 아니다. 특히 예수는 하느님을 위해서 인간을 벌레만도 못한 죄인으로 취급하는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종교를 세우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런 종교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정확히 말해서, 예수는 그런 종교체체와 정치체제에 대해서 말 못하는 척하거나, 마음 속으로만 복수하거나, 모세나 다윗의 용감한 이야기들을 뇌까리는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예수가 개방된 상태에서 차별과 우월 없이 모든 사람들을 환영하고, 그들과 함께 둘러앉아 먹고 마시며, 무상으로 사람들을 치유하는 행위는 체제들에 순종하기를 거부하는 종교적이고 사회적인 저항이었다. 예수는 사람들에게 종교적-정치적 권위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것이 훌륭한 믿음이라는 거짓과 가식을 가르치지 않았다. 분명 예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깨우쳐주면서, 삶의 희망과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주는 실천적인 저항가였다.
예수는 거짓과 가식의 가면을 쓰고 거룩한 체하는 성직자나 종교인이 아니었다. 예수의 말과 행동은 탈종교화와 반유신론의 세속적이고 현세적인 개혁가였다. 예수의 언행은 단순히 개인적 신앙생활방식이 아니었다. 예수는 여기 이 땅 위의 하느님 나라에 대한 위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이 비전을 구체적인 삶으로써 실천했다. 무엇보다도 예수는 다른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서 자신과 더불어 하느님 나라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현대 교회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수의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는 인격신론의 유신론적 종교체제가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내세적 믿음체계의 교리와 정반대의 비전이었다.
예수는 어느 한 장소에 머물고, 건물을 짓고, 사람들을 불러모아 체제와 체계를 세우고, 제도적인 종교를 세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늘의 제도적인 기독교와 교회는 원초적으로 예수의 계획이 아니었다. 예수는 교리적인 내세적 믿음을 강요하는 종교체제를 거부하고, 오직 하루하루 참된 인간으로 온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꿈꾸었다. 예수는 이 세상이 사람들을 분리하는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와 성공주의가 없는, 평등과 공정한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는 하느님 나라가 되기를 바랬다. 결국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기존 종교체제를 거부하는 탈종교화 운동이고, 유신론적 초자연적인 신을 숭상하는 성전종교를 정면으로 반대하는 무신론적이고 세속적인 삶의 운동이다. 따라서 예수는 “개방된 밥상”과 “무료 치유”의 실천으로 자신의 선교(mission)를 펼쳤다. 예수의 선교는 자신을 구세주로 믿어야만 죄의 용서와 축복과 구원을 받아 죽은 후 천국에 올라간다는 조건부적이고 이분법적이고 내세적인 보상심리의 믿음에 대한 것이 아니다. 예수의 선교는 이 땅 위에 평등과 정의의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다. 원초적으로 예수 운동의 핵심은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개방된 밥상에 경계 넘어 모든 사람들을 초청하여 함께 공유하고, 무상의 치유를 제공하는 현세적인 삶이다. 물질적 자원을 나누는 일(먹과 마시는 일)과 정신적 자원을 나누는 일(치유하는 일)을 결합시키는 것이 예수의 선교이고 하느님 나라 운동의 실질적인 핵심이다. 예수는 개인들을 모아서 교제 속에서, 단순히 교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의미를 세상 속에서 살아내는 삶의 공동체로 결속시키려 했다. 지중해 연안의 사회와 종교를 통제했던 보호자와 중개인, 중개인과 피보호자의 종속적 계급제도 대신에, 예수는 하느님과의 개방적이고도 직접적인 관계 속에서 살았고,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여 그렇게 살도록 했다. 다시 말해, 예수의 하느님은 종교의 독점물도 아니고, 믿음의 객체적 존재도 아니고, 단지 온전한 삶의 방식이고 비전이다. 예수는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에 그리고 체제들과 사람들의 관계에 상하계층 또는 중개인은 필요 없다고 선언했다. 예수가 사람들에게 땅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라고 요청했던 것은 교회를 세우고 사람들을 끌어 모아서 보상심리의 내세적 믿음을 강요하라는 뜻이 아니었다. 예수의 복음은, 종속관계 체제에서 해방하여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회복하고, 하느님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깨닫고, 그 의미를 세속적인 세상에서 구체적으로 살아 냄으로써 이 땅 위에 하느님 나라가 건설되며 모든 사람들이 참된 인간으로 사람 답게 살 수 있다는 비전이다.
예수가 이 땅 위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전략으로 사람들을 각처에 파송하면서 그들에게 당부하기를,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을 치유하며 “하느님 나라가 너희에게 가까이 왔다”고 말하라고 했다(누가복음서 10:2-11). 이 이야기에서 예수가 보내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복음서들마다 각각 다르게 말하고 있지만, 이들은 자발적으로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최근에 모든 것을 강제적으로 잃어버린 사람들이었다. 당시에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은 가난과 적빈(赤貧)의 경계선상에 놓여 있었다. 1세기 초 로마제국이 식민지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도시화 정책은 농민들의 삶을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였다. 사실상 도시화는 로마의 번영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새로운 성벽을 쌓고 새로운 도시들에 거주자들을 입주시키는 것이었다. 특히 예수 생애의 처음 20년 동안, 남부 갈릴리에서 세포리스와 베리아스가 두드러졌다. 이들 도시들이 그 주변 지역에서 농민들의 삶과 토지에 어떤 악영향을 미쳤는지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예수는 도시화의 희생자들이 된 농민들의 혹독한 생존의 투쟁 모습들을 직접 목격했으며, 자신도 그 희생자들 중에 하나였다. 농민들의 삶은 매우 불안전했고, 또한 불안정했다. 예수는 종교체제와 정치체제를 반대하고 저항하면서 치유를 통해서 농민들과 연대하였다. 농민들은 예수와 함께 기존 체제들을 전복하고 새로운 세상 곧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묵시종말적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예수의 무상 치유와 개방된 밥상은 단순히 교회를 세우고 기독교의 세력을 확장시키는 선교전략이
아니며,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사는 하느님 나라 운동의 핵심이고, 민중적 차원에서 농민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전략이었다. 예수가 농민 운동으로서의 하느님 나라 운동을 전개했던 고대 사회의 상황은 오늘날 특히 한국과 북미에서 극심한 빈부격차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는 상황과 별다르지 않다.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이들 두 개의 계층, 즉 부자와 가난한 자, 집 있는 사람과 노숙자라는 두개의 계층을 상호 교류하게 함으로써 하류층의 삶을 밑바닥으로부터 보다 나은 삶으로 다시 세우고자 했던 것이다. 하느님 나라는 이러한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출현한다. 왜냐하면 하느님 나라는 적빈자들과만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노숙자와 집 있는 사람,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사이의 상호관계 속에 현존하기 때문이다. 한 쪽의 사람들, 즉 가난한 사람들은 무력감과 분노를 뛰어넘어야 한다. 또 한 쪽의 사람들, 즉 부유한 사람들은 이기심과 두려움과 공포를 뛰어넘어야 한다. 한 쪽은 먹거리가 필요하고, 다른 쪽은 치유가 필요하다. 따라서 하느님 나라의 상징인 개방된 밥상에서 먹는 일과 무상 치유하는 일은 하나이며, 오늘 교회가 진정으로 예수를 따른다면, 그 존재하는 이유와 목적은 믿음이 아니라, 경계 넘어 개방되고, 보상에 대한 사심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역사적 예수의 철저한 가르침과 그의 삶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며 한편 대부분의 일상생활의 요구들 속에서 양심의 도전과 긴장을 거부하지 않고, 예수에게 솔직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기독교인은 “예수의 정신 안에서” 인간의 온전한 삶과 관련된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된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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