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후 예수가 사람들에게 “나타났다”는 이야기들은 문자적 의미가 아니다. 물론 이런 고대 이야기의 핵심은 죽은 몸이 다시 살아났다는 의미의 부활이 아니다. 부활절 이야기에서 역사적으로 발생한 것은, 십자가 처형 이전에 예수를 따랐던 사람들이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예수의 정신을 여전히 살아내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서가 보도하는 부활절은 원죄론과 구원론과 대속론 따위의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신앙의 시작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고인이 된 예수가 살아생전에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살아낸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정신을 그의 제자들이 계속해서 따른다는 의미에서의 원초적인 신앙의 초지일관에 관한 것이다. 부활절은 참 사람 예수를 버리고, 신성의 예수를 새로 만들어 그를 성상의 자리에 앉히고 숭배하는 유치한 행태가 아니다. 예수를 따랐던 사람들은 예수의 십자가 처형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정신은 그를 따르는 사람들 가운데 살아 있었고, 계속 그들에게 나타나 힘을 불어넣어 하느님 나라 건설 운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은 관념적인 신앙고백이 아니라, 오직 구체적인 삶의 체험이었다. 물론 환상도 있고 황홀경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든 고대 종교에 항상 있어왔고, 그래서 바울만이 부활한 예수를 다메섹 도상에서 만났다는 신비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생각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은,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서 예수가 힘을 불어넣어서 그들이 무상 치유자들이 되었고, 개방된 밥상을 경계 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베풀면서 예수의 정신과 비전과 계획을 계속 살아 내였다. 따라서 그들은 예수가 산 것처럼 살면서 자신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예수의 현존을 계속 경험했다. 이것이 부활절의 참 의미이다.
1세기 로마제국의 혹독한 통치시대에 제국황제에 저항하는 정치범에 대한 사형제도에 따르면, 예수가 친구들에 의해 매장되었다는 이야기는 전적으로 비역사적인 창작이다. 만약 예수가 어떤 식으로도 매장되었다면, 예수는 그의 친구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의 적들에 의해 매장되었을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바위를 파내어 만든 동굴무덤이 아니라, 죽은 고기를 먹는 동물들이 예수의 몸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흙으로 대충 덮은 얕은 무덤에 묻혔을 것이 뻔하다. 물론 이것은 성서문자근본주의 신자들에게는 대단히 불쾌한 결론이겠지만, 성서와 예수에게 솔직하면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이며, 매장 이야기에서 현대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정신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살아낼 것인지에 대한 지혜를 인식할 수 있다.
빈 무덩 이야기는 역사적 사건이 아니다. 예수를 위한 무덤은 없었다. 빈 무덩을 대속론의 내세적 신학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은 성서를 왜곡하는 것이다. 예수를 따랐던 사람들 중에 예수가 어디에 묻혔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만약 예수가 어떤 식으로든 묻혔다 하더라도, 복음서 저자들은 그들이 보도하는 내용에서 엇비슷하게라도 서로 일치하지 못하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친다. 다시 말해, 성서의 원초적인 핵심은 빈 무덤이 아니라, 빈 무덤을 언급하게 된 어떤 중요한 동기들이 있었다. 복음서들보다 훨씬 먼저 신약성서를 기록한 바울은 부활에 관해 언급하면서 빈 무덤 이야기에 대해 들었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빈 무덤 이야기를 육체의 부활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
성서 저자들은 부활절 이야기를 죽은 몸이 다시 소생했다는 문자적인 보도와 직역적으로 믿도록 기록하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서, 예수의 부활 이야기는 역사적 예수가 가르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이 어떠한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생기를 잃지 않고 존속하고 있는 사실을 선포한 것이다. 수천 년 전에 고대인들이 특별한 사회적 상황에서 기록한 성서의 이야기들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신화, 다시 말해, 신앙적 열정을 묘사하는 서사시들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은유적으로 기록된 고대 문서들을 21세기의 우주진화 세계관에 근거하여 이성적이고 솔직하게 재해석해야 그 이야기들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으며, 또한 우리에게 진실한 이야기가 된다. 기독교인들은 교회가 어떤 공동체이며,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정직하게 심사숙고해야 하며,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는 부주의하게 혹은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성서를 왜곡하고, 갈릴리 바닷가에서 민중들과 함께 개방된 밥상에서 먹고 마시던 참 사람 예수를 외면하거나 알아보지 못하고, 그 역사적 예수 위에 상업적이고 내세적인 교리들을 두텁게 쌓아 올렸다. 원초적으로 예수는 하느님의 영광에 대해서 가르치지 않았으며, 그 보다도 참된 인간의 의식과 인간성을 가장 소중하게 여겼다. 따라서 사람들이 부족적인 경계 넘어,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세계관과 가치관을 살아가도록 격려하고, 구체적인 방식을 가르치고, 자신이 몸소 살아 내었다. 이러한 예수의 정신을 세속적인 세상 속에서 살아내려는 사람들의 교회 공동체가 생겨났으며, 따라서 기독교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는 교리적 믿음의 종교가 아니라, 현세적인 세상에서 온전한 삶을 살아가는 현세적 삶의 종교로 탄생했다.
21세기 교회는 예수를 현대적인 관점에서 그려내어야 하며, 예수를 끊임없이 새롭게 생각함으로써 교인들의 현세적 감각과 지적 탐구욕을 자극해야 한다. 또한 예수가 살고 활동했던 상황들을 알아야 하고 또한 깊이 이해함으로써, 교인들의 삶은 더욱 성숙해지고 개방적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교회는 사람들의 연약함을 악용하고 특히 고통과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얄팍한 속임수를 쓰면서, 오직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기도하면 만사가 형통할 것이라는 사탕발림의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 그러나 바라건 데, 그보다 교회는 역사적 예수에게 솔직하고,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에 대한 그의 현세적인 가르침과 그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으로부터 얻는 심층적인 깨달음이 큰 위로와 희망과 힘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인식해야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인간에게 초자연적인 인격신론의 하느님과 그런 하느님에 대한 불량신학과 신앙은 궁극적인 진리가 될 수도 없으며 더욱이 되어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그런 유신론적 하느님은 인류사에서 전쟁과 테러와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와 성공주의의 주요 원인이 되었으며, 가정과 사회를 분열과 혼돈 속에 빠트렸기 때문이다. 인류사회가 폭력 없는 평화와 공정한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는 예수의 하느님 나라가 되기 위한 궁극적인 진리는, 인간의 존엄성 곧 인간의 자율성과 창조성과 가능성에서 인식되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방식이다.
예수는 천국과 지옥을 죽음 후의 미래형이 아닌 오직 지금 여기에 현존하는 현재형으로 가르쳤다. 1세기에 기록된 성서가 증거하는 예수의 부활은 하루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21세기에 오늘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온전한 삶의 방식이고,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에 대한 비전이다. 예수의 생애와 죽음과 부활에 대한 성서 기록들의 핵심은 죽음 이후의 삶이 아니라, 전적으로 현재의 삶이다.
예수가 죽은 후에 몇 세대가 지나면서, 예수의 죽음은 부활 이야기로 발전되었으며, 그가 체포되고 처형되던 날들은, 금요일은 비극적이었고, 토요일은 황량했고, 일요일은 무덤이 비워지지는 이야기들로 발전되었다. 교회가 세워지고 기독교가 탄생하게 된 예수 부활사건은 하루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예수가 죽은 후 몇 달 혹은 몇 년의 고뇌와 번민 기간이 걸린 삶의 변화를 은유적으로 묘사한 것이었다. 쉽게 말해서, 예수의 십자가 처형이 그를 따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몇 가지 매우 힘든 문제들과 씨름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예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십자가에 처형될 수 있었을까? 예수가 어떻게 제국주의 권력에 의해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맞을 수 있으며, 민중의 한 사람으로 살았던 그가 어떻게 아직도 그를 따르던 사람들에게 삶의 능력과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있는가? 다시 말해,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방식으로써의 새로운 하느님의 의미를 일깨워준 예수가 여전히 삶의 능력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경이로운 체험이 놀랍기만 했다. 예수는 성전신학이나 제도적인 종교체제의 믿음의 객체적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과 예수가 추구했던 것은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이었으며, 참된 인간의 현세적이고 온전한 삶의 방식과 비전이었다.
현대 기독교 신학과 신앙도 성서가 발전해온 것처럼 새로운 시대에 새롭게 태어나지 못하면 사회로부터 설득력과 신뢰를 잃고 죽을 수밖에 없다. 고대 성서는 수천 년 전 삼층 세계관에서도 발전을 거듭해 왔는데, 현대 교회가 21세기 우주진화세계관에서 삼층천의 내세적 믿음을 고집하는 것은 마치 시냇물이 더 이상 흐르지 않고 한 곳에 정체되어 썩는 것과 같다. 오늘 교회가 죽어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고대 성서의 언어를 21세기의 현대 언어로 전환하여 새로운 언어,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관, 새로운 윤리관을 정립하지 못하면 교회는 영원히 죽고 만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 후에 그를 따르던 사람들이 겪었던 고뇌 과정을 밝혀주는 성서 기록이 있다. 누가복음 24장의 엠마오 도상의 제자 이야기는 제자들의 고민과 갈등에 대한 회화적 요약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부활절에 두 사람에게 발생했던 것에 대한 문자적인 역사적 보도가 아니다. 이것은,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발생했던 긴 시간을 둔 과정을 묘사한다는 의미에서는 확실히 역사적이다. 예수는 그의 불명예스러운 죽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따르던 사람들에게 지금 여기의 하느님 나라 운동을 주도하는 정신적 인도자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예수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빵을 떼는 것” 속에서 계속 그들을 만났다. 초대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시작한 개방된 공동 식사를 위해 계속 모임으로써, 그가 그들과 함께 현존하는 것을 확실히 경험했다. 차별과 우월 없는 완전한 평등과 공정한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을 건설하는 하느님 나라 운동을 위해 그들에게 계속 힘을 불어넣는 예수는 다름 아닌 “살아있는 예수”였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은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한 하느님의 계획이 아니라, 로마제국의 정치적인 음모의 희생이었다. 예수의 부활은 죽었던 육체가 다시 살아나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기적이 아니라,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 속에서 역사적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정신이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있는 것을 인식한 사건이었다.
부활은 “예수의 정신과 그의 삶의 모습이 우리와 함께 있음”을 경험하는 것에 대해 초대 기독교인들이 생각할 수 있었던 다양한 길들 가운데 단지 하나일 뿐이다. 성서를 신중하게 읽으면, 바울은 결코 부활이 오직 예수에게서만 가능한 특별한 기적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예수의 부활은 바울에게 있어 일반적인 부활의 한 사례일 뿐이다. 바울은, 그의 개종 이전에는, 이 세대가 끝날 때에 하느님이 의롭게 죽은 사람들을 부활시킬 것이라고 믿는 바리새인이었다. 바울이 그의 신념, 즉 “예수는 잠든 사람들의 첫 열매”라는 신념을 묘사하는 방식이다. 바울이, “만약 그리스도의 무덤이 비지 않았다면, 우리의 신앙은 헛될 것입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만약 그리스도가 살아나지 않았다면, 우리의 신앙은 헛될 것입니다.”라고 말한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는 예수의 시체가 소생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가 전적으로 새로운 실존 양식으로 현존함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바울의 경험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며, 오늘 모든 기독교인들이 반드시 믿고 가져야만 하는 경험이 아니다. 물론 예수를 따랐던 모든 사람들이 바울과 똑 같은 방식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믿어야만 할 근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예수를 따랐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농민들이었지, 성서 해석에 있어 고도의 훈련을 받은 바울 같은 바리새인들이 아니었다. 갈릴리에서 예수를 따랐던 이들 농민 추종자들은 예수의 현존을 교리적인 믿음에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가난과 극빈 사이를 방황하면서 부르튼 발과 허기진 배 속에서 발견했다.
바울이 오늘 여기에 있다면, 역사적 예수의 정신이 기독교인들의 삶 속에 구체적으로 현존한다는 것을 “부활” 보다 더 나은 다른 방식으로 말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재차 강조할 것이다. 다시 말해, 부활은 이분법적 구원론과 대속론에 대한 교리로써 예수의 독점물이 아니다. 바울과 복음서 저자들이 밝히는 부활의 의미는, 예수가 가르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어떠한 고통과 절망에서도 새롭게 인식하는 체험이며, 예수의 하느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의미를 살아내는 것이다. 부활은 지금 여기 이 세상 어느 누구, 어느 곳에서도 가능하며, 종교체제가 만든 상업적인 믿음체계의 필수조건과 중개 없이 사람들의 의식과 삶 속에서 자율적으로 갖는 경험이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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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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