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나교에 대해서 처음으로 인지한 것은 바라나시에서 카주라호로 가는 침대 기차칸이었다.
같은 구역에 전형적인 인도 가족과 영어를 잘하는 프랑스 아저씨, 그리고 우리 부부가 있었다. 인도인 아줌마가 우리에게 먹을 것을 줬는데 나는 마침 인도 여행 안내서에서 낯선이가 주는 음식을 받아 먹지 말라는 항목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아 씨,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단다, 모르겠다 하고 받아 먹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인도인 아저씨가 명함을 줬는데 프랑스 아저씨가 성을 보더니 아, 자이나교시군요? 그랬다. 그게 생전 처음으로 자이나교라는걸 들은 때이다.
마침 카주라호 외곽에 자이나교 사원이 있어서 스쿠터를 빌려 방문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불교와 아주 비슷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작이 불교와 동시대다. 브라만교의 수행 방법인 고행을 끝까지 밀어붙여 깨달은 이가 자이나교의 창시자다. 또한 고행이 깨달음의 방법이 아니라는걸 자각한 후 중용의 수행으로 열반에 이른 이가 석가모니다.
자이나교 수행자들은 극단적인 금욕과 고행을 한다. 아무것도 가지려 하지 않으며 아무것도 해치려하지 않는다. 옷 조차 가지지 않고 빨가벗은 채 수행하며 살생을 극단적으로 두려워한다. 극히 드물게 소유가 허락된 것 중에 하나가 작은 빗자루다. 자리에 앉을 때 혹시 벌레 같은 미물이 있어서 깔고 앉아 죽일까봐 쓸어내는 용도다.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것은 나쁜 카르마인데 현생에서 어떠한 나쁜 카르마도 만들지 않아야 해탈에 이른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이나교 수행자들은 혹시 수확 과정에서 많은 생물이 죽었을까봐 고구마 같은 뿌리 식물들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의 최고의 열반 방법 중 하나는 모든 곡기를 끊고 굶어 죽는 것이다. 나로선 참으로 상상도 안되는 수행이다.
이런 극단적인 무살생과 수행 태도 때문에 자이나교 교인들은 어쩔 수 없이 살생이 수반되는 농축산업이 아닌 상업에 주로 종사한다. 그래서 부자가 많다. 자이나교인은 인도 전체 인구 중에 1% 미만이지만 20% 이상의 세금을 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가르침에 따르면 나는 참으로 나쁜 놈이다. 고기를 좋아하며 직업상 끊임없이 생명을 죽이기 때문이다. 또 내가 주로 가는데가 도살장이다. 주로 캐나다에서 소고기를 싣고 미국으로 가서 돼지고기를 싣고 캐나다로 온다.
이외에도 트럭 운전을 하면서 많은 생명을 죽인다. 그간 두 마리의 사슴을 치어 죽였다. 최근에는 도로에서 일광욕 하고 있던 프레리독을 깔아 죽였다. 캐나디언 구스나 이름 모를 새들과 충돌 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날이 더워지면서 하루에 수천수만마리 이상의 날벌레들을 쳐죽이고 있다. 자이나교의 기준에 따르면 나는 매일매일 엄청나게 나쁜 카르마를 쌓고 있는 중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자이나교 근처에는 얼씬도 말아야지.
아우랑가바드에는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의 유적들이 혼재되어 있다. 석굴암 보다 훨씬 규모가 큰 불교 석굴 유적들이 좍 늘어서 있고 입이 쩍 벌어지는 힌두교 사원들이 사람의 기를 빨아들인다. 아그라의 타지마할 보다 아우랑가바드의 이런 유적들이 나에겐 더욱 인상깊었다.
너무 유적이 많고 규모가 커서 아내가 탈진해 버렸다. 그래서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자이나교 유적은 미처 둘러보지 못했다. 뭐 나와 인연이 없는가 보다.
여튼 요즘 윈드실드에 끊임없이 부딪혀 터져버리는 날벌레들을 보면서 자이나교가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