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성차별과 인종차별과 종교차별과 계급차별과 빈부차별의 “경계 넘어” 모든 사람들을 초대한 개방된 식탁을 하느님 나라 운동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행했다. 예수는 자신이 준비한 개방된 밥상을 기독교 교회에서 오직 세례받은 사람들만 참석할 수 있는 이분법적 성례전으로 제의화하라고 가르친 적이 없다. 예수는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와 성공주의를 철저히 반대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조건 없이 베푼 무상 치유를 교회가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선교전략으로 사용하라고 가르친 적이 없다. 그런데 괴상하게도 개방된 밥상과 무상 치유를 이 땅 위의 하느님 나라 건설 운동의 실천으로 가르친 참 사람 예수의 정신이 그와는 정반대로 기독교인만 구원하고 축복하는 부족적이고 이기적이고 옹졸하기 그지없는 신성의 예수 곧 하느님 예수로 전락했다. 그러나 역사적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정신을 생명과 삶의 진리로 인식하는 기독교인들에게 예수는 믿음의 객체적 대상인 하느님이 아니라, 지혜의 스승이다. 따라서 예수를 존경스러운 스승으로 삼는 기독교인들의 하루하루 일상생활은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와 이기적인 욕심을 넘어서서 삶의 의미와 만족과 행복이 흘러 넘친다.
오늘날 사회에서 나는 기독교인이라고 솔직하고 양심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나? 60년대에 기독교 문화가 서구의 기독교 강대국의 정치적 영향력에 힘입어 세계를 휩쓸었을 때에 그 틈을 타서 미국의 성서문자근본주의 부흥사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남한의 교회를 이분법적이고 부족적인 불량신학으로 세뇌시켰다. 당시 군사독재정부의 언론탄압과 인권유린이 극에 도달했 때에 보수성향의 교회들은 자신들의 내세적인 믿음을 보호하려고 독재정권에 아부하면서 예수의 정신과는 정반대가 되는 유치한 행태를 일삼았다. 교회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불평등의 불의에 희생당하고 있는 것을 못 본체 외면하고, 사회적인 암흑시대에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고취시키기 보다는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심화시켰다. 그리고 세상과 분리시켜 교회 울타리안에 감금했다. 교회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인간의 존엄성인 자율성과 창조성과 잠재력과 가능성을 하찮은 것으로 폄하하고, 오직 하느님의 축복만을 추구하고, 인간은 벌레만도 못한 죄인으로 규정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교회에서 말이 되지 않는 말들을 참고 들어야 했다. 그들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교회를 떠났으며, 안타깝게도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기대와 희망은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교회를 떠난 교회동창생들은 다행히도 교회 밖에서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교회 다니지 않고도 지성과 정직성을 손상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경험을 쌓아갈 수 있었다. 오늘날 신학과 신앙에 있어서,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교회의 언어 곧 세계관과 가치관과 윤리관에 파격적인 변화를 가져올 긍정적인 기대가 매우 힘든 것은 사실이다. 불행하게도 교회의 밝은 미래는 교회 내부의 사람들이 아니라 교회 밖의 사람들에게 달려있는 괴상한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늦지 않았다. 교회는 이러한 상황을 전환할 수 있다.
교회가 이성적으로 솔직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원초적인 정체성이고, 사회에 대한 의무이고 책임이다. 예수가 어떻게 말했고 어떻게 살았는지 곧 예수의 세계관과 가치관과 윤리관에 대해서 솔직해야 한다. 예수의 정신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면서 오로지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기초한 내세적인 천국과, 그의 희생적 죽음을 통한 인간의 죄의 속죄와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은혜로써의 영원한 구원 개념을 맹신하는 불량신학과 믿음이 인류사 전체에서 전쟁과 테러의 주요 원인이 되었으며, 가정과 사회의 분열과 혼돈을 일으켰다. 기독교인들은 교회가 왜 그렇게도 고령화되어 죽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원인과 그에 대한 대안을 정직하게 모색해야 한다. 예수를 따른다 혹은 믿는다는 것이 21세기 과학적인 계몽시대의 삶에 어떤 것인지 기독교인들은 이성적으로 정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은 죽음 후의 조건부적이고 이분법적인 천국을 위해서 무엇을 무작정 믿어야 하는 문제 보다는, 지금 여기 현세에서 다른 인간들과 평등하게, 다른 생명들과 공존하며 함께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위해서 역사적 예수에게 솔직해야 한다. 이것이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의 핵심적인 신학과 신앙이다.
예수는, 오랜 세월 동안 로마제국의 잔혹한 통치 하에서 간신히 생존을 유지해오다가 점점 더 심하게 억압을 받게 된 한 피점령지에서 태어나고, 적빈의 농민들 사이에서 살았다. 문자 그대로 예수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은 구조적인 불평등과 불의의 세계였다. 그러한 세계에서 예수는 대안이 될 만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고, 또한 그것을 구체적인 삶으로써 살아 내었다. 예수는 자신의 비전을 종교체제의 소위 거룩한 성전에서 믿음의 행위로 관념적인 말장난을 하기 보다는, 더럽고 버림받은 세속적인 세상 속에서 종교와 인종과 성과 빈부의 경계 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하고 초대하여, 더불어 나누었다. 그 비전은 예수가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죽었다는 대속론 내지는 구원론을 믿는 사람들만 하느님의 구원과 축복을 받는다는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불량신학이 아니다. 예수의 비전은 무상의 치유와 나눔의 식사가 있는 열린 공동체, 다시 말해, 모든 인간은 평등한 공동체 곧 하느님 나라를 이 땅 위에 건설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수의 비전에서 하느님의 의미는 필수조건이 따르는 보상심리의 믿음이 아니라, 사심 없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 그 자체이다. 예수는 종교체제와 믿음체계가 폄하하는 여성과 어린이 그리고 하느님의 징벌을 받았다는 나병환자와 적빈자와 정신질환자들을 동등하게 초대했다. 이 새로운 공동체는 예수가 선포하는 이 땅 위의 하느님 나라의 모습이다. 따라서 예수의 하느님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는 거룩한 성전의 제사장이나 시이저와 빌라도가 아니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수의 비전에 따르면 하느님 나라는 죽음 후의 내세도 아니고, 하늘 위로 올라가는 천국도 아니고, 기독교인만 구원받고, 세례 받은 사람들만 살 수 있는 이분법적이고 부족적이고 이기적인 세계도 아니다. 예수가 가르치고 몸소 살아낸 하느님의 의미는 지금 여기 이 세계의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내는 차별 없는 평등과 공정한 분배의 정의와 폭력 없는 평화의 삶 그 자체이다. 예수가 가르쳤다는 주기도문에서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진다는 의미는 경천애인(敬天愛人) 사상이다.
그러나 “하늘”은 완전했지만, 땅은 문제가 많았다. 예수가 단순히 하느님 나라에 관해 신학적 이론으로 가르치지 않고, 그것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삶으로써 실천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예수는 종교체제의 거룩한 지도자가 되기 보다는 사회적인 혁명가이며 종교적인 개혁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예수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그의 비전과 삶 때문에 기존 체제들에 의해서 처형되었다. 이 세상의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는 체제들에 대한 그의 예리한 도전은 어느 때든지 그를 체포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겠지만, 특별히 성전에 대한 그의 상징적 파괴행위가 유대교와 로마의 고위 당국자들로 하여금 그를 즉각 제거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성전종교의 대제사장 가야바나 로마제국의 군사적 독재자 황제의 하수인인 총독 빌라도와 같은 권력자들 치하의 예루살렘에서는 예수같이 힘없은 농민은 당연히 궤멸 당할 수 밖에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예수가 아무런 사전준비도 없이 거친 행동을 거침없이 했다고 하는 것은 거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사건은, 이 문제의 유대인 농민의 죽음이 끝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 예수가 체포되고 처형당하기 전에 그를 따랐던 사람들은 예수와 함께 있을 때부터 예수가 가르치고 몸소 보여준 새로운 하느님의 의미를 자신들의 삶 속에서 인식하고, 그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큰 힘이 되었다. 이렇게 예수의 정신이 죽지 않고 생동하고 있는 것을 자신들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체험했던 사람들은 그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 그 힘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제 그 삶의 능력은 더 이상 시간과 공간에 제약되지 않고, 예수의 정신 안에서 마치 하느님을 보는 것과 같은 체험을 한 사람들에게는 어느 곳에서나 가능하게 되었다.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는 1세기말에 이렇게 밝혔다: “처음에 예수를 사랑하게 되었던 사람들은 그에 대한 자신들의 애정을 포기하지 않았고 … 그리스도의 이름을 따라 붙여진 그리스도인들이라는 종족은 오늘날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것이 역사적 예수의 초상화이다. 예수는 무상 치유와 공동 식사를 제공함으로써, 기존하는 사회의 교권 체계와 가부장적 체계에 대해 “아니오” 할 수 있는 공동체를 선언했고 창조했다. 예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하느님의 의미를 실천하기 위해서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을 하느님의 새로운 중개인으로 단순히 맹신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계속 유랑했고, 어느 곳에도 안주하지 않았다. 예수는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구세주라고 선언한 적이 없었으며 더욱이 종교체제를 만들어 사람들이 자신을 숭배하도록 강요하지 않았다. 예수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보자이고자 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나 사람과 하느님 사이에는 어떠한 중보자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한 사람이었다. 다시 말해, 예수는 중보자나 중개인 없는 하느님 나라를 선언했다. 예수에게 성전이나 교회는 하느님을 만나는 중개소도 아니고, 천국에 들어가는 출입문도 아니다. 예수는 하느님이나 성령을 인간과 분리된 타자 또는 객체적 존재로 가르치지 않았다. 후대에 만들어진 삼위일체는 예수의 생각이 아니라, 콘스탄틴 황제의 정치적 야욕의 시녀가 된 교회가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상업적으로 만든 이론에 불과하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예수에 관해 다른 사람들과 토론할 때,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인격신론의 유신론적 기독교 신자들 보다는 교회 밖의 비기독교인 혹은 종교에 관심이 없는 무신론적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기가 훨씬 더 솔직하고 편안하다. 예수가 오늘 여기에 살아 있다면, 그는 기독교인들에게 교회 다니지 않는 무신론자들의 지성과 정직성을 손상시키지 않고서도 예수에 관해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독려할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이것이 역사적 예수의 정체성이며, 현대 기독교인들이 구체적으로 살아 내어야 하는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경계 넘어 사심 없는 사랑과 비이분법적 구원과 우주적인 축복과 통합적인 삶은 예수가 살아 내었던 삶의 철학이고 비전이었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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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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