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에트 연방이 망하고 세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일극체제가 되었다. 그게 벌써 30년 지났는데 미국의 일극체제는 점점 힘을 잃고 있고 중국이 강력한 도전자로 등장했다. 내 개인 생각으로는 중국이 오호십육국 시대처럼 갈라져 국제사회 영향력을 완전히 잃었으면 좋겠는데 그건 희망 사항일 뿐 현실적으로 중국은 경제적 군사적 강국으로 영향력이 미국에 버금간다. 인정할 건 해야지.
미국 일극체제에 금이 가니 러시아도 꿈틀거린다. 푸틴이 “영원한 것은 없다. 세계는 다극체제로 간다.”고 했는데 아마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국력으로 볼 때 세계 패권에 도전하기에는 미흡하고 과거 영향력을 행사했던 동유럽에서 패권적 지위를 찾아 다극체제에 숟가락 한 개 얹으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 일환인데 우리는 나폴레옹의 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 마리 사자에게 복종할 것인가, 아니면 10마리 이리떼에게 복종할 것인가.”
나토의 동진 어쩌고 하는 것은 밑밥 까는거다. 나토는 유럽의 공산화를 막기 위한 군사 협력체로 냉전의 산물이다. 소련은 이에 대응하여 바르샤바 조약기구를 만들었다. 소련 견제용인 나토가 코 밑에까지 들어오는 건 러시아로 볼 때 매우 불편하고 불쾌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건 러시아가 자초 한거다. 매를 벌어 드린거지.
우크라이나는 연방 탈퇴하자마자 1991년부터 나토 가입을 원했다. 그런데 “짜장면도 순서가 있는데 님이 우선 핵무기부터 포기하시라.” 고 해서 부다페스트 협정이라는 종이 쪼가리에 사인하고 핵무기 포기했다. 2008년에도 나토 가입 할 뻔했는데 러시아 조지아 침공으로 무산되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 가입 고집하다 이번에 전쟁 났다는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원한 이유는 러시아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역사적으로 동유럽 특히 발트 3국, 폴란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며 살았다. 러시아는 그 중에서도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일부로 여긴다. 우크라이나는 절대 아니라고 하지만.
역사 이야기를 길게 하고 싶지는 않은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키예프 루스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에게 키예프는 마음의 고향이다. 우리가 만주를 조상의 고향이라고 생각하듯)
키예프 루스의 키예프는 우크라이나 수도 그 키예프(키이우)인데 몽골제국에 망했다. 그 후 그 땅은 임자 없이 폴란드 리투아니아의 지배를 받다 코자크가 힘을 키웠다. 전에 박박 머리 율 브리너 주연의 타라스 불바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 영화가 코자크가 폴란드 지배를 벗어나려고 투쟁하는 소재를 다뤘다. 율 부리너는 블라디보스톡에서 태어났다.
하여튼 러시아는 러시아의 모체가 된 모스크바 공국이 키예프 루스의 후계라고 주장하는데 우크라이나는 “그게 무슨 소리야?”고 인정을 안 한다. 모스크바 공국은 키예프 루스가 망하기 전부터 있었으므로 모스크바 공국은 키예프 루스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푸틴이 “전쟁” 대신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우크라이나가 군사적 열세에도 전 국민이 일치 단결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저항을 하는 것도 이런 역사적 사실도 한 가지 이유다.
또 한가지 우크라이나가 항복 안하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이유는 스탈린 시대의 공포정치 와도 관련이 있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소비에트 연방 전체가 공포정치에 시달렸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이등국민 취급했다. 푸틴은 유럽이 러시아 이등 국민 취급한다고 투덜거리지만. 집단농장으로 강제이주, 굶주림, 내무위원회와 비밀경찰의 체포, 연행, 고문, 사형에 시달리다 독일군이 들어오자 독일군을 해방군으로 맞았다. 나치가 아무리 나빠도 스탈린보다 낫겠지 라는 기대감에. 우크라이나 극우주의도 스탈린 공포정치와 동전의 앞뒤면 같은 존재다.
그 외에도 우크라이나가 결사항전을 외치는 데는 이유가 더 있지만 그건 그렇고 소비에트 연방이던 동유럽 국가들은 연방 해체되자마자 빛의 속도로 유럽 연합과 나토 회원국이 되었다. 동유럽을 몇 번 여행하면서 느낀 점과 통계를 보면 연방 시절을 그리워하는 부류가 있고 현재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원하는 부류가 있는데 전자는 소수이고 후자는 다수다. 동유럽 국가들의 일반적 정서가 그 넌더리 나는 시절로 절대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다극체제에 숟가락 얹으려고 러시아는 전쟁을 해서라도 동유럽 국가들을 각개 격파하고 골목대장 노릇 하려고 하는데 과연 잘 될까?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시금석이 되겠지. 러시아가 조지아 침공했을 때, 크림 반도 병합할 때 미국과 유럽이 팔짱 끼고 구경만 한 것도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죄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