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으로 예수는 오늘날 교회가 맹신하는 보상심리의 이분법적이고 내세적인 “믿음”(belief)에 대해서 가르치지 않았다. 예수는 지금 여기 이 세계에서 부족적 경계 넘어 온전한 인간이 되어 사람답게 살아가는 “삶”(life)의 길을 제시했다. 예수의 가르침의 핵심은 내세가 아니라 오직 현세였다. 예수와 하느님을 교리적 믿음의 객체적인 대상으로 설정하는 신학과 신앙은 예수가 죽은 후 수십년에서 수백 년이 지난 후에 정치적인 권력의 노예가 된 사람들이 창작한 상업적이고 정치적인 수단들이다. 원래 초대 교회는 예수의 정신을 따라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생명과 삶의 공동체”였다. 예수의 교회는 믿음의 집단 또는 교리와 신학의 단체가 아니라, 현세적인 삶을 우주적이고 통합적으로 온전하게 살아내려는 공동체였다.
오늘날 사회로부터 심각하게 신뢰를 잃고, 급속도로 노령화되어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는 기독교 교회가 가장 긴급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는 1세기의 참 사람 예수를 가능한 한 이성적으로 솔직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처음 갈릴리에 등장한 농민계층의 예수는 가난하고 힘없는 민중들에게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대접받고, 공정한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 곧 이 땅 위의 하느님 나라에 대한 비전과 그 나라에서의 삶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가르쳤다. 예수는 소위 거룩한 성전에서 혹은 지식층과 부유한 귀족들의 모임에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지 않았다. 예수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만 혹은 유대인만 하느님이 사랑하고 축복한다는 인격신론의 이분법적 신학과 신앙을 가르치지 않았다. 특히 예수는 자신을 믿는 사람들만 죽음 후에 하늘 위 천국으로 올라간다는 내세적 신학과 이기적이고 차별적이고 부족적인 믿음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더욱이 예수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존재론에 대해 가르치지 않았으며, 예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에서 모든 사람들이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살아가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관계론에 대해서 가르쳤다. 오늘 교회가 맹신하는 원죄론과 대속론 곧 내세적인 구원론은 원래 예수의 가르침이 아니었다. 다만 예수가 죽은 후에 부와 권력에 눈이 어두워진 교회가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기 때문에 예수의 개방된 정신을 거부하고 그 대신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통제하기 위해 창작한 상업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사실상 그런 유치한 불량 신학의 노예가 된 교회는 성서와 예수에 대해서 솔직할 수 없었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역사적 예수를 솔직하고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기독교인의 정체성이다. 1세기에나 21세기에나 기독교인들의 정체성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예수를 열심히 믿고 싫어하는 예수를 거부하고, 또는 동의하는 예수를 땅 끝까지 전도하고 반대하는 예수를 처형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와 인종의 경계 넘어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탐구하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늦지 않았다! 이제 기독교인들은 예수와 성서를 이성적으로 솔직하게 이해해야만 하는 때가 되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미 2천 년 전에 예수는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종교체제와 정치체제의 진부한 패러다임에 정면으로 반대하면서 평범한 민중들에게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에 대해 가르치고 자신이 구체적으로 살아 내였다. 예수는 불평등의 체제들에 무조건 순종하는 양처럼 순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예수는 그런 체제들을 전복시키는 저항가였으며, 혁명적인 개혁가였다. 예수는 1세기에 인류사에서 가장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로마제국의 통치 하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농민계급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그러나 예수에게는 비상한 통찰력이 있었다. 그렇다고 귀족계급의 편에 서서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완화시키려는 비겁한 행태는 더욱 역겨웠다. 예수는 주류사회로부터 버림받은 민중들과 함께 평등과 공정한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는 이 땅 위의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개혁적인 운동을 전개했다. 이것은 후대의 성서 저자들이 예수를 묘사하는 핵심 주제가 되었다. 예수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신봉하는 유신론자 혹은 내세론자가 아니었다. 예수는 지극히 현세적이며 무신론적인 참 사람이었다. 예수에게 종교와 하느님의 의미는 체제들이 만들어 놓은 무엇을 믿는 것이 아니라, 다만 평범한 일상생활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온전한 삶의 방식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예수의 하느님은 평등과 공정한 분배의 정의이며, 인간과 분리된 타자로서 믿어야만 하는 객체적인 존재나 대상이 아니다. 예수의 하느님은 안에서 밖으로 드러나는 삶의 모습이고 표현이며,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타자가 아니다.
현대 기독교인의 정체성은 믿음이 아니라, 예수와 성서에 솔직한 삶 곧 부족적인 경계 넘어 자유하고 개방된 삶을 사는 것이다. “믿음”(belief)이란 말은 기독교 교회의 전유물이 아니다. 믿음(believing)의 어원은 사랑(beloving)이며 또한 사심 없는 신뢰(trusting)이다. 믿음이란 교리를 암기하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다. 믿음이란 교회에 다니고, 성서를 읽고,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것도 아니다. 예수는 하느님을 믿으면 보호와 축복이 보장되고, 믿지 않으면 징벌이 내린다는 그런 믿음의 공식을 가르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런 믿음의 행태를 회칠한 무덤이라고 규탄했다. 종교체제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통제하기 위해 만든 상업적인 필수조건들과 그것들을 이행하면 하느님의 보상이 내려진다는 믿음은 사심에 불과하다. 예수는 이런 것들을 가르치지 않았다. 예수는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자율적으로 회복하고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온전히 사는 것이 성전에서 하느님께 예배 드리는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고 했다.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믿기 보다는 예수의 개방된 정신을 살아내어야 한다. 따라서 예수를 살아내기 위해서 먼저 예수에게 솔직해야 한다. 다시 말해, 325년에 니케아 신조가 만들어지면서 느닷없이 갈릴리 촌부 예수가 하늘 위에서 내려온 초자연적인 하느님으로 변신되었다. 기독교인들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1700년 동안 교회에서 실종된 역사적 예수, 실제의 예수를 되찾아야 한다.
네 복음서를 포함한 신약성서 27권만으로 만들어지기 전의 참 사람 예수의 모습을 찾는 것은 마치 광활한 사막에서 잃어버린 동전을 찾는 것과 같다. 대부분의 기독교 신자들은 오직 신약성서에 포함된 네 복음서와 바울 서신들 만으로도 예수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착각과 편견에 빠져 있다. 오늘 기독교인들은 1700년 동안 원초적인 예수에 대한 거짓과 은폐에 고질적으로 세뇌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역사는 과학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하다. 다시 말해, 원래의 예수와 발전된 전설들을 연결하는 선들은 수학적인 정확성으로 규명될 수 없다. 오늘 기독교인들은 1세기의 지중해 지역의 유대 농부인 예수에 관해서 마태, 마가, 누가, 요한에 의해 기록된 이야기들을 읽는다. 현재 성서에 포함된 이 복음서들은 모두 예수와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또 그가 죽은 지 75년 이내에 쓰여졌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성서 원본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오늘 기독교인들이 읽고 있는 신약성서는 실종된 원본을 수많은 필사가들에 의해서 주관적으로 다양하게 필사된 수많은 사본들 중에 극히 소수를 모은 것이다.
필자가 신학교에서 교수들로부터 끊임없이 도전받은 질문은, 예수에 관해 신약성서와 그 외의 충분한 고대 문서들을 가지고 있는데 도대체 왜 역사적 예수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필요한가? 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핵심 문제가 되는 것은 예수에 관해 네 복음서 기록들이 일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것들만으로 예수를 온전히 솔직하게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의문이 따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모든 복음서들은 각자 예수에 관해 주관적인 해석들에 불과하다. 예수는 오직 한 사람이었는데 복음서가 한 권 이상, 즉 그에 대한 해석들이 다양하게 많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신약성서에 포함된 네 복음서들은 당시에 구할 수 있었던 초기 복음서들 전체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며, 또 그것들 중에서 심사숙고하여 선별한 견본도 아니다. 다시 말해, 네 복음서는 의도적인 모음집으로서, 공식적인 정경화 결정 없이 그냥 읽혀지다가 우야무야로 소위 정경 복음서들로 알려진 것 뿐이다. 이 사실은 네 복음서들이 다른 자료(Q 복음)을 인용하고 사용한 것이 밝혀지거나, 아니면 네 복음서에 포함되지 못한 채 성서 바깥의 문서들로 발견된 다른 복음서들을 연구할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1945년 겨울, 북부 이집트의 나그 함마디에서 발견된 다양한 복음서들 중에 도마복음서는 성서에 수록된 네 복음서들과는 완전히 별개의 것이며, 이것도 하나의 복음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해서, 예수의 어록집으로서, 어떤 조직적인 체계도 없으며 또 예수의 행위나 이적, 십자가 처형이나 부활에 관한 이야기도 없고, 특히 설화나 전기로서의 전체적인 틀도 없다. 이처럼 성서 이외에 다른 복음서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마태, 마가, 누가, 요한 복음서들만으로 예수에 관해 온전하고 솔직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주류 신학계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일반적인 결론들과 배경들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1) 첫째, 복음서들은 신약성서 자체 안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발견된다. (2) 둘째, 따라서 신약성서의 네 권의 복음서는 당시 북아프리카와 팔레스타인과 소아시아에 널리 퍼져 있던 모든 복음서들을 최대한으로 수집한 전집도 아니며 그것들 중에서 무작위로 선택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네 복음서들은 폭넓은 이해없이 부족적이고 의도적으로 어떤 복음서들은 받아들이고 포함시키는가 하면, 다른 것들은 배제하고 삭제하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지극히 편협적으로 편집한 모음집인 것이다. (3) 셋째로, 세 가지 연속적 단계, 즉 원초적인 예수 자료들을 보유한 단계, 그렇게 보유된 자료들을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발전시킨 단계, 그리고 전적으로 새로운 자료들을 창작한 단계로 이어지는 세 가지 연속적인 단계들이 신약성서 안과 밖의 복음서들 속에서 동일하게 발견된다. (4) 넷째로, 성서 원본이 실종된 상태에서 오직 존재하는 사본들에 나타난 차이와 모순점들은 일차적으로 희미한 기억이나 강조점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에 대한 매우 의도적인 신학적 해석의 차이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5) 마지막으로, 요약해서 말하자면, 예수가 죽은 후에 초대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정신이 삶 속에서 새롭게 부활한 경이로운 체험을 가졌으며, 그들은 그것을 은유적으로 성령체험이라고 고백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이러한 예수전승 곧 예수에 관해 전해진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창작적인 자유를 누렸다.
예를 들자면, 필자가 신학교 수업시간에 배운 성서비평학에 따르면, 마태와 누가는 예수가 말하거나 행한 것, 또는 다른 사람들이 예수에 관해 말하거나 행한 것에 관한 자료로 마가복음을 이용하는 경우조차도 수정첨삭의 편집작업을 거쳐서 그들 자신의 독특한 이야기들을 창작하는 일에 있어 놀라운 정도로 자유로웠다. 그러나 물론 언제나 그들 자신의 독특한 예수 해석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이다. 고대에는 역사나 전기라는 문학 양식에 대한 틀이 폭넓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복음서들은 역사도 아니고 전기도 아니다. 각각의 복음서들은 그것들이 최종적으로 불려지게 된 바로 그것, 즉 복음(Gospel) 또는 기쁜 소식(Good News)이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예수에 관한 모든 복음서들은 당시의 신학적 해석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문서들이다. 애당초부터 어느 특정 복음서(들)가 표본으로 기록된 것도 아니고 기독교의 경전으로 기록된 것도 아니다. 예수가 죽은 후에 수십 년 동안 살아생전의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의 모습에 대한 전승이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면서 여러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하게 발전했다. 그리고 최초로 바울이 신약성서를 기록하고, 마가는 바울의 서신들을 자료로 삼아 최초의 복음서를 기록했다. 주목해야할 것은, 복음서들은 역사도 아니고 전기도 아니다. 또한 복음서들은 온 인류를 위해 기록한 책이 아니라 지극히 유대인 사회 내부의 부족적인 문서이다. 다시 말해, 복음(Gospel) 또는 기쁜 소식(Good News)으로 불려지게 된 복음서들에서 “기쁜 소식”이란 언제나 어떤 개인이나 공동체의 견해나 해석 내에서 그러한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처음 성서가 기록된지 수백 년이 지난 325년에 로마제국의 황제 칙령아래 교회는 군사적 위협에 굴종하여 억지로 니케아 신조를 만들었으며, 기독교 성서는 온 인류를 위한 경전이 되는 정치적인 촌극이 시작되었다.
21세기 교회는 가정과 사회와 세계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지금까지 솔직하지 못하고 왜곡했던 “믿음의 예수”에서 “생명과 삶의 예수”로, 다시 말해, 내세적인 믿음의 그리스도로부터 현세적인 참 사람 예수로 신학과 신앙을 전환해야 한다.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믿는 “신자”에서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살아내는 “참 사람”으로 끊임없이 진화해 가면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되어 더욱 행복하고 만족한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은 교회와 기독교인의 선택이 아니라, 정체성이며 책임과 의무이다. 이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역사적 예수와 성서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며, 결국 “예수에게 솔직한” 교회와 기독교인이 되기 위한 것이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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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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