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역사적 예수를 처음으로 만난 때는, 맥길대학교 종교학부에서 목사안수의 필수인 목회학 석사(M.Div) 과정(1988-1991)을 이수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신구약의 성서비평학과 교회사와 조직신학과 고대 그리스어 수업시간에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예수의 이야기를 들었다. 예수는 누구이며, 무슨 말을 했고, 어떻게 살았는지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배웠다. 태어나서 40년 동안 모태신앙으로 전수받았던 하느님 예수는 만들어진 예수였다는 사실을 인식했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신학교 과정에서 역사적 예수와의 만남으로 오랜 세월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나의 의식과 인간성이 눈을 뜨게 되었으며, 듣지 못하던 것을 듣게 되었다. 물론 이때 교수들로부터 미국의 <예수 세미나> 학회가 역사적 예수 탐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교수들의 도전과 격려로 나의 역사적 예수 탐구는 시작되었다. 특히 신학교 시절에 아직 번역되지 않았던, 존 쉘비 스퐁의 “성경을 해방시켜라”와 도미닉 크로산의 “역사적 예수” 그리고 돈 큐핏의 “떠나보낸 하느님”을 읽었을 때 다가왔던 신선한 충격과 흥분은 역사적 예수에게 사로잡히기에 충분했다. 내가 발견한 1세기의 역사적 예수는 지금까지 교회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하느님의 의미, 생명과 인간의 의미, 세계의 의미에 대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르치고 자신이 몸소 살아내였기 때문이다. 필자의 칼럼에 참고문헌을 소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사적 예수의 정신”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오늘 주류 신학계가 추구하는 신학과 신앙의 기초이며. 기독교 교회의 밝은 미래를 위한 유일한 길이 된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예수가 가르치고 자신이 살아낸 하느님(god)은 종교체제가 신봉하는 신의 이름이 아니며, 기도와 예배에서 그 이름 부르고, 찬양하고 주문하는 타자적인 객체적 존재가 아니다. 그런 행위는 무당집이나 점쟁이집에서 하는 유치한 짓이다. 21세기에 하느님이란 말은 신의 고유명사(GOD) 혹은 이름(name)이 아니다. 하느님을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존재로 믿었던 고대인들은 지구가 평평하고, 땅 위와 아래 상하층에 또다른 두 개의 세계가 있다고 상상했다. 설상가상으로 고대인들이 믿었던 하늘 위에 존재하는 하느님은 예수가 죽은 후에 성령이라는 인격적인 객체적 존재로 둔갑했으며, 인간이 기도로 요청하면 인간세계에 개입한다고 믿었다. 현대인들은 이러한 믿음을 삼층천의 신앙이라고 하며 오늘 주류 신학계에서는 불량신학으로 취급한다.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체제의 경전들은 그런 삼층 세계관에 근거하여 기록되었으며, 하느님은 상층에, 인간은 중간층에, 악마는 하층에 존재한다는 세계를 그렸다. 그러나 16세기에 이르러서, 우주의 모든 별들과 태양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천동설이 코페르니쿠스에 의해서 폐기되고,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지동설이 갈릴레오에 의해서 선포되면서 삼층 세계관의 유신론적인 내세 신학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물론 교회는 여전히 폐기 처분된 중고품의 불량신학을 잔뜩 움켜쥐고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두 과학자에 의해서 시작된 과학혁명은 뉴톤과 다윈과 아이슈타인으로 계속되었으며, 인류가 과거에 성취한 업적들을 재해석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는 르네상스가 14-16세기에 일어난 것은 인류사에서 중단되지 않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인식혁명의 기초가 되었다. 따라서 과학혁명과 인식혁명은 21세기 현대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우주진화 세계관의 기초가 되고 있다.
오늘도 기독교인들은 하느님과 하나님 중에 어느 말이 맞느냐에 대한 어리석은 논쟁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하느님이든 하나님이든 간에 그것들은 이름을 부르고 믿어야 하는 “초자연적이고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다! 기독교 교회를 포함해서 모든 내세적 종교들은 그런 하느님의 망상에 사로잡혀 암흑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기적이고 이분법적인 믿음체계들이 그런 하느님을 맹신하기 때문에 젊은 신세대들이 과거의 패러다임에 지치고 식상하여 영원히 떠났다. 무엇보다도 그것 때문에 종교체제들은 급속도로 고령화되어 시들시들 죽는데도 불구하고 내부의 신자들은 이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모른척하거나 아예 무시해버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신자들은 하느님을 인간과 분리된 타자(他者)로 믿고 있으며, 그 이름을 부르면서 열심히 기도하면 간구하는 대로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고 심지어 자연의 법칙이 깨어지는 초자연적인 기적이 일어난다는 착각과 거짓과 은폐의 깊은 늪에 빠져 있다. 그런 하느님은 오늘 우주진화세계관의 과학시대에 무용지물이 되어 죽었으며, 아무리 인격신론의 유신론적 하느님을 열심히 믿어도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하느님을 맹신하는 것은 정확히 말해서, 자기 세계 속에서 꿈꾸는 자아도취와 이웃들과 이 세계 사람들의 삶을 폄하하고 모른 체하는 군중무시와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는 박자무시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드러내는 것이다.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인의 신앙의 핵심은, 죽은 후에 하늘 위 천국에 올라가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영생을 위해 믿어야만 하는 필수조건들 곧 내세적이고 이분법적인 교리를 믿는 것이 아니라, 부족주의와 차별주의와 우월주의를 넘어서서, 나와 다른 종교들과 인종들과 문화들을 포용하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이 우주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개체들이 하나의 생명의 망을 이루어 전체가 되듯이, 인간은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평등하게 정의롭게 살아야 하는 것이 역사적 예수의 정신이다. 원초적으로, 기독교인의 정체성은 어느 교회에 출석하고 있느냐, 성서의 절대적인 권위를 인정하느냐, 두 손 모아 하늘을 향해서 기도를 하느냐, 예수의 신성과 그의 기적을 믿느냐, 최후의 심판과 구원론을 믿느냐, 내세와 영생을 믿느냐, 교회가 만든 교리와 전통을 믿느냐 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의 정체성은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따라서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경계 넘어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신학과 신앙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따라서 21세기에 다원주의 세계를 도피할 수 없는 교회는 가정과 사회로부터 왕따 당하지 않으려면 성 차별, 인종 차별, 종교 차별, 빈부 차별을 아낌없이 내려 놓고, 상호문화의존 관계를 살아내어야 한다. 무엇보다고 이것은 개방된 밥상과 무상치유를 이 땅 위의 하느님 나라 건설 운동으로 실천한 예수를 따르는 것이다. 교회에 다니고, 기도하고, 성서를 읽는 것이 예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것이 예수의 제자가 되는 것이다.
성서근본주의를 신봉하는 교회는 예수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 곧 인간의 원죄를 대신해서 죽기
위해서 하늘에서 내려온 하느님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교회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 동네방네에 교회를 세우고, 지구촌 곳곳에 선교사를 보내어 세계를 기독교 제국화하는 일에 광분했다. 그러나 괴상하게도 오늘날 세상은 인종차별과 종교차별과 성차별의 불평등과 극심한 빈부차이의 불공정한 분배의 불의와 폭력과 테러의 군사적인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절망의 암흑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교회 안에 신자들은 물론 교회 밖에 수많은 사람들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인 일상생활 속에서 몸과 마음으로 예수가 가르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하느님의 의미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분명히 이것은 교회와 기독교인에게 무엇인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며, 기독교의 내세적이고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불량신학이 큰 방해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충실한 유대교인이었던 예수는 유대인들만 하느님의 보호와 축복과 구원을 받는다는 옹졸한 믿음에 대해서 전혀 가르치지 않았다. 또한 자신의 신성 곧 자신이 하느님인 것을 믿고, 하늘 위에 존재하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믿으면 기적이 일어나고, 죽은 후에 천국에 올라가 영원히 죽지 않고 잘 먹고 잘 살 것이라는 망상에 대해서 가르치지 않았다. 그런 이분법적이고 내세적이고 기복적인 믿음에 대한 교리와 전통은 예수가 죽은 후, 후대에 종교체제가 창작한 상품에 불과하다. 예수는 하나님이란 말의 의미를 일상생활 속에서 인식하고, 그것을 몸과 마음으로 구체적으로 살아내라고 도전했다. 다시 말해, 예수의 가르침의 핵심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종교체제에 의해서 박탈당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회복하고,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교회에 다니는 유일한 목적은, 세계관과 가치관과 윤리관에 대한 과거의 패러다임을 아낌없이 떠나 보내고,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폭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세상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것을 ‘새로운 눈’으로 새롭게 보고, ‘새로운 귀’로 새롭게 듣고, ‘새로운 입’으로 정의롭게 외치기 위한 것이다. 하느님의 의미를 인식하고 스스로 깨닫는 것은 이기적이고 차별적이고 부족적인 교리에 순종하는 믿음이 아니다. 물론 내세를 꿈꾸는 망상도 아니다. 예수가 가르친 하느님은 우주적인 평등이고 통합적인 정의이기 때문에 기독교 교회의 최종목표는 죽음 후에 이 세계를 버리고 다른 세계로 이주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 세계를 불공평한 세상에서 공평한 정의와 조건없는 연민의 사랑이 실현되는 하느님 나라로 재건설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의미 혹은 이미지는 아브라함의 시대로부터 예수의 시대를 거쳐 21세기의 과학시대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변화되어 왔다. 138억년 동안 우주세계가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인간 생물종은 다른 생명들과 인류와 세계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켰다. 이와 함께 종교인들이 생각하는 하느님의 의미도 진화해 왔으며, 인류가 생존하는 동안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아무도 모른다. 놀라운 사실은, 21세기에 현대 과학에 근거한 우주진화세계관을 초등학교에서부터 배우고 자신들의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하며 살아가는 신세대들은 초자연적인 신의 존재를 수용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그들의 삶은 급속도로 하느님 없는 종교와 하느님 없는 사회와 하느님 없는 세계의 삶이 되어가고 있다. 하느님의 의미가 발전적으로 진화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자연의 법칙이며 이것은 종교체제에서 하느님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세대들과 많은 현대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가장 큰 원인은 삼층 세계관의 고대인들이 믿었던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존재를 문자적으로 믿도록 강요당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이 가정과 사회와 교회에서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곧 자율적이고 창조적으로, 의미있게 행복하게 보람있게 생기가 넘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스스로 하느님의 의미를 21세기 우주진화세계관에 알맞게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참고 문헌>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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