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면 시간이 널널해서 아무 때나 배낭 메고 휙~ 떠나면 될 줄 알았는데 실업자 생활도 녹녹치 않아 먼저 퇴직한 친구들이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농담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토요일 아침 배낭을 메고 나섰다. 오늘의 행선지는 텐트 릿지다. 전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약간의 스크램블,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가다가 레드 디어에서 점심도 먹으며 뭉그적거리며 Trail head에 도착하니 어느덧 1시10분, 오랜만에 와보는 텐트 릿지다. 바위틈 사이로 지나 릿지에 오르니 앨버타 초가을 풍광이 눈이 부시게 들어온다. 어슬렁어슬렁 릿지를 걷다 보니 선배들 생각이 난다. 그 선배들 중 몇 몇은 보행기에 의지하여 걷는데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히말라야도 가고 몽블랑 에서 스키도 타고 붕붕 날라 다녔다. “나이 들어 이렇게 되니 돈이고 뭐 고 다 필요 없다. 너는 다리에 힘 떨어지기 전에 원 없이 다녀라.”
하산해서 보우 리버 캠프 사이트로 가서 하루 잤다. 주립 공원 캠프 사이트는 세번 째 이용 하는데 국립공원 캠프 사이트와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장작을 미리 사와야지 캠프 사이트에는 장작이 없다. 샤워장이 멀고 샤워하는데 3불 내야 한다. 화장실에서 이 닦고 세수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 전에도 이랬는지 아니면 운영 방침이 바뀐 것이지 모르겠다. 생각이 안 난다. Power가 들어오는 사이트를 예약해서 춥지 않게 잘 수 있었다. 밤이 되니 기온이 떨어져 보트카 한잔 마시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문득 죤 스톤 계곡이 생각났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1A을 막아 놨다. 도로 입구에 9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설퍼 마운틴으로!” 그곳은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었다. 빈자리 찾아 주차장을 두 바퀴 돌다 그냥 나왔다. 안내요원에게 물어보니 “타운에 주차하고 대중 교통 이용하시라”는 친절한 답변.
오랜만에 와본 밴프 타운은 많이 달라져 관광객들이 북적 북적, 마치 유럽의 프라하나 부다페스트에 온 기분이 들었다.
밴프 타운을 구경하다 마릴린 몬로가 생각나서 보우 폭포를 가봤다. 그 곳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밴프 타운을 걸으며 앞으로는 주말 보다 주중에 등산을 하고 내년 성탄절은 동유럽이나 에스토니아에서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