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캘거리 산악회 따라서 워터톤 파크에 있는 크립트 레이크 다녀왔다. 남 뒤따라 다니는 게 편해서 좋긴 좋은데 집에 와서 생각하면 어떻게 다녀왔는지 생각이 안 난다. 캘거리 남쪽으로 가보기는 참 오랜만이다. 전에 몬타나 놀러 갈 때 몇 번 캘거리 남쪽으로 가본 적이 있고 워터톤은 두 번 째다.
낭떠러지, 좁을 길, 문득 이태리 영화 젤소미나 가 생각났다. 이 분에게 촬영료 받아야 되는데내륙지방에 살다 보니 배를 탈 일이 없는데 호수 건너 가는데 배 타는 시간이 약 20분 정도 된다. 오랜만에 배를 탄다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 중간에 캄캄한 굴속을 약 몇 분 정도 지나야 한다. 최종 목적지가 호수인 경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정상에 올라 발 밑에 펼쳐지는 풍경을 보면서 감탄을 해야 마땅한데 호수에서는 맑은 물속 드려다 보는 것 외에는 내려다볼 게 아무 것도 없다. 등산화를 벗고 호수 물에 잠시 발을 담갔다.
시원하시겠습니다
나비가 팔뚝에 앉더니 날아가지를 않는다
롭슨에서도 그랬다. 베르그 레이크 도착해 차디찬 물에 발을 잠깐 담그고 나니, 너무 물이 차가워 마치 발목이 끊어지는 느낌이었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베르크 레이크에서는 롭슨 패스까지 츄레일이 더 이어진다. 롭슨 패스까지 백 컨추리 캠핑 하면서 가니까 로키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데 크립트 호수는 당일 등산 코스다. 하여튼 크립트 레이크에 가보니 베르크 레이크 생각이 났다. 배 떠나는 시간이 오후 5시니까 그 시간 전까지 반드시 하산해서 배를 기다려야 한다.
이번 크립트 레이크 하이킹에서 백미 중에 백미는 오뎅 라면이었다. 오뎅이 일본말이라니 어묵 라면 이 맞는 말이다. 어묵 라면도 좋았지만 더욱 더 좋았던 것은 즉석 겉절이였다.
고무 다라이, 절인 배추, 액 젓, 고추가루, 마늘을 비롯한 각종 양념. 당일 등산에 이런 것까지 준비한 한국 아줌마들의 열정? 아니면 극성? 한국 아줌마들의 극성이 자녀들의 교육열로 이어지고 남편, 오빠들이 산업역군이 되어 경제적 번영을 이루는데 일조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뭐, 겉절이나 얻어먹었다고 해서 허튼 소리 하는 것은 아니다.
잘 먹었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