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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단풍놀이 다녀왔습니다. 지난 주 설퍼산 등반이 한국여행 떠나기 전 마지막 로트트립이 될 거라고 했는데 제 예측이 틀렸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공개적으로 했던 예언 몇 가지가 차례로 적중하여 기분이 좋긴 합니다.
무슨 예언이었나구요?
제가 가기 전에 한국이 입국 전 음성결과 요구, 입국후 PCR 검사 폐지할 거라는 예언이었는데 차례로 다 맞았습니다.
덤으로 단풍국 역시 같은 날 (10 월 1 일) 어라이브캔 질문앱을 폐지했네요. 게다가 비행 중 마스크 착용의무까지 해제했습니다. 오늘부터 에어캐나다 등 단풍국 국적 비행기 안에서는 마스크 착용할 의무없습니다. 기내 마스크 착용여부는 전적으로 승객의 선택사항이 되었습니다.
이로서 여행의 자유는 팬데믹 이전 (2020 년 3 월 11 일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적어도 북미와 한국간에는 말이지요. 역사적인 사건이고 경축할만한 일 입니다.
그건 그렇고,
제가 다녀 온 곳은 엘크 아일랜드 국립공원입니다. 생태공원인데, 저는 생태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단풍이 만추라하여 구경하러 가 봤습니다.
사실 제가 사는 에드먼튼이 전 세계 주요도시 중 단위면적당 공원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입니다. 도심 한 가운데에만 해도 뉴욕 맨하튼에 있는 센트랄 파크의 22 배에 달하는 크기의 자연공원이 있어요. The River Valley 도심자연공원이 그 곳 입니다.
이런 도시에 살면서 단풍구경하러 도시 밖으로 로드트립을 나간다는 게 좀 우습긴 하지만, 도시에서 보는 단풍과 국립공원에서 즐기는 단풍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니까요.
엄밀하게 말하자면 단풍이 아니라 황풍입니다. 서부에는 단풍나무가 별로 없어요. 단풍나무는 동부에 많습니다. 동부 단풍 이야기는 작년 가을에 많이 했으니까 여기서는 안 하겠습니다.
엘크 아일랜드가 에드먼튼에서 가깝기는 해요. 시내 어디에서든 한 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공원 자체가 워낙 넓기 때문에 할 일도 많고 아기자기하게 볼거리도 많습니다. 주차장에서 각각의 호수들까지 이어지는 4 km, 15 km 에 달하는 산책로, 캠핑장, 바비큐 시설도 잘 되어 있습니다.
공원 이름과는 달리 Elk (북미사슴)보다는 Bison (북미들소)을 압도적으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Bison 이야기하니까 문득 떠 오르는 비슷한 이름이 있어서 갑자기 숙연해 지네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고국에는 요즘 환청성 청각장애증후군이 크게 창궐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 5 분의 1 가량이 그 병을 앓고 있는데, 다행히 코비드같은 전염병은 아니라고 합니다.
다만 임상실험 결과 그 병을 앓고 있는 환자분들에게는 Bison 이 날리믄으로 들리는 희귀한 청각장애증상을 일으킨다고 하니, 그 분들을 위해 문자로 발음을 확인해 드리자면 Bison 의 한국어 표기는 날리믄이 아니라 바이슨입니다.
날리믄? 노노 바이슨
이상이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아있는 토요일 오전 엘크 아일랜드 이야기였습니다.
아래는 산불 재(안개가 아니고)에 뒤덮혀 있던 모레인 호수인데, 나름의 운치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