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정식 거처를 구하기 전에 이민 선배의 집에서 2주간 민박을 했었다. 주인장과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분이 갑자기 한국의 산이 그립다고 말씀하셨다.
한시간 남짓 거리에 로키라는 명산들이 있는데 왜 한국 산들이 그리우실까? 의문스러웠다. 지금 나는 그분의 심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산이 너무나 그립다.
서울에서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접근할 수 있는 산이 너무나 많다. 북한산만 하더라도 의상능선, 비봉능선, 칼바위능선 등등 엄청나게 많은 코스를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산길을 거닐다가 내려오면 항상 보는 모습이 있다. 먹거리 골목이다. 언제나 가볍게 즐길거리가 있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갈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선 그게 안된다. 내려오면 그저 퍼세식 화장실 하나와 황량한 주차장 뿐이다. 아유 씨, 한국의 산이 너무나 그립다. 아니, 하산 후 파전에 막걸리 한사발이 너무나 그립다. 쩝~
청계산 내려오면 맛 볼 수 있었던, 바로 만든 두부를 내던 두부집은 아직 있으려나? 사당역 쪽에서 관악산을 올라가서 서울대 쪽으로 내려와 친구들과 같이 먹던 그 매콤 새콤한 홍어무침 집은 지금도 있으려나? 수락산 하산길에 계곡에 접해있던 그 백숙집들은 지금도 건재할까? 아, 그립다! 먹고프다!
향수병이 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