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전체는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을 혹독하게 겪었다. 팬데믹의 후유증으로 전 세계는 종교-경제-정치-문화에서 전례 없는 위기적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더욱이 팬데믹의 고통은 완전히 치유된 것이 아니라, 장기화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로 인해서, 사회 전반에 걸쳐 분열과 혼돈의 증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행하게도, 보수적인 성향의 종교인들과 극우 정치인들은 과거에도 늘 그랫듯이, 이러한 위기를 악용하여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공포감을 부추기며 자신들의 이기적이고 부족적인 야욕을 채우려고 한다. 오늘 정치인들은 얄팍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로 국민들을 양극으로 분열시키고 있다. 이러한 위기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은 소위 “거룩한 종교적 신자”가 아니라, 세속적이고 양심적인 “참된 인간”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우리 사회에서 예수의 신성과 죽음 후 천국에서의 영생을 맹신하는 기독교는 신뢰를 잃고 죽었다. 우리의 하늘 위에는 인간 세계와 분리된 객체적인 존재의 하느님과 다른 세계는 없다. 그런 불량 신학을 맹신하는 형이상학적인 망상의 기독교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21세기 현대인들의 언어는 지금 여기의 현세적인 언어이어야 하며,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의 방식도 부족적이고 이기적인 것을 떠나서 우주적이고 통합적이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생명은 우연히 자연적으로 출현했으며, 무엇보다도 일회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삶의 의미와 행복의 필수적이다.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종교체제가 만든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신에게 무작정 의존하는 것은 마치 복권을 사면 마음이 편해지는 망상과 다를 것이 없다. 삶의 궁극적이 목적과 의미와 심층적인 행복은 새로운 의식과 참된 인간성에 달려있다. 행복은 100% 자신의 책임이며, 타자에게 수동적으로 의존하는 데에 있지 않다. 따라서 인간과 분리된 영혼이나 초자연적인 신의 존재를 믿는 신학은 허깨비와 같다. 영혼이나 신은 인간의 온전함과 완전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문학적인 언어이며, 믿어야만 하는 객체적 존재가 아니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은 선하고 나머지는 모두 악하고 징벌받아 마땅하다는 비상식적인 믿음의 노예생활에서 해방되어야 참된 인간이 되고,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21세기 과학시대에 초자연주의적이며 실재론적 하느님을 맹신하는 행태를 철저히 포기하고, 자연주의적이며 비실재론적 신론을 이해하고, 스스로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우주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지난 수세기 동안 인류사회는 과학혁명과 인식혁명을 거치면서 내세적이고 부족적인 종교가 일반인들로부터 설득력과 신뢰를 잃고 가시적으로 쇠퇴했다. 오늘날 사회 모든 영역에서 삶의 종교와 철학이 새롭게 등장하여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의 의미와 행복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독교 교회는 과거의 패러다임에 자신을 구속하기 보다는, 왜, 무엇 때문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서, 회의주의와 허무주의와 비관주의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상, 계몽주의 이후 과학적 세계관의 영향과 비판적 사고를 통해, 전통적인 창조론 즉 문자적이고 직역적인 성서가 주장하는 인간의 타락, 하느님의 객관적 실재,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 사후 영생, 세상과 역사의 완성에 대한 절대적 믿음체계는 붕괴되었다. 지난 수세기 동안 교회는 신학적 내지는 신앙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이 사실을 은폐하고, 비상식적인 거짓과 가식으로 생존의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안간 힘을 다하고 있지만 전혀 효력이 없다. 이제 교회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초자연주의적 하느님을 믿는 불량 신학을 포기하고, 그 대신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따라서 세속적이고 자연주의적인 삶의 현실에 초점을 맞추고, 삶의 종교, 일상생활의 종교로 개혁되어야 한다. 교회는 죽은 후에 이 세계를 떠나 하늘 위의 다른 세계로 이주할 망상을 버리고,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삶을 적극적으로 긍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를 탐구해야 한다. 필자의 멘토이며, 예수 세미나 학회를 이끌어가는 영국의 신학자 돈 큐핏은 “역사적 예수의 삶”을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태양처럼 살아가기”(solar living)와 조건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태양처럼 사랑하기”(solar loving)를 선포했다. 큐핏은 자신의 여러 서적에서 밝히기를, 인간의 행복은 신을 믿는 것에 있지 않고, 오로지 인간 스스로의 삶에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오늘날처럼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변화의 위기로 인해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 세계는 “태양 윤리”(solar ethics)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역사적 예수는 사회의 98%를 차지하는 민중들이 종교체제의 강요에 못이겨 억지로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에게 절대 굴종하는 노예생활의 비굴한 모습을 못본체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예수는 비현실적이고 수동적이고 부족적인 생존의 믿음을 철저히 반대하고, 그 대안으로 세속적이고 현세적인 삶의 방식을 가르치고 자신이 그것을 몸소 살아내었다. 다시 말해, 역사적 예수의 정신의 핵심은 인간과 분리된 외부의 타자적이고 객관적인 실재로서의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 믿음과 정반대이며, 즉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인 이원론과 이분법과 차별과 우월을 철저히 반대했다. 역사적 예수의 가르침과 삶의 핵심은 차별과 우월과 분리가 없는 개방된 밥상과 무상치유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이다. 예수가 인간과 하느님에 대해서 새로운 의미를 가르치고 함께 동고동락했던 사람들은 2%의 성직자들과 귀족들이 아니라, 가난과 질병 속에서 하루하루 겨우 생존해가는 98%의 극빈층(極貧層) 민중들이었다. 예수는 민중들에게 선포하기를, 하느님 나라는 거룩한 성전을 통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참된 인간적인 삶에 있다고 했다. 예수는 그들의 가슴과 머리 속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일깨워주면서 삶의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현대 기독교인은 예수가 말한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던 것처럼 행하면서 그가 살았던 것처럼 살아야 한다.
기독교인들이 거룩한 신자의 가면을 벗어버리고, 이성적이고 솔직한 참된 인간이 되는 길은 이미 1세기에 역사적 예수가 가난하고 힘없어 버림받은 민중들에게 가르치고 살아내었던 그의 정신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오늘까지 전승되고 있다:
(1) 첫째로, 지구의 생명과 인간은 빅뱅 이후에 우연성과 자연성으로 출현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이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따르는 것이며, 또한 성서적이고 신학적이고 신앙적인 진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우주는 다른 세계에서 누군가 미리 설계한대로 창조한 것이 아니다. 우주는 끊임없이 팽창하고 언젠가 폭발해서 사라지기 때문에 그 미래는 불확실성 속에 있다. 인간 세계에 대한 확실성은 교회 기독교가 창작한 비상식적이고 상업적인 발상이다. 지구의 종말은 성서가 문자적으로 밝히는 때가 아니라, 오직 우주의 법칙대로 태양계가 폭발해서 사라지는 때이다.
(2) 둘째로, 인간이 죽음 후에 옮겨 갈 다른 세계는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내세를 믿기 보다는 지금 여기 현세에서 순간순간 영원함을 누리며 사는 것이 행복이다. 영생, 하느님, 하느님 나라, 영원함은 현재형이다. 그 진리를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것이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인의 정체성이다.
(3) 셋째로, 우주세계에 물질적인 초자연적이고 인격적인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창조론, 원죄론, 이분법적 구원론, 대속론, 축복론 따위는 교회 기독교의 상업적인 작품이다. 인과응보 또는 윤회설은 21세기에 비상식적이다. 21세기 첨단과학 시대에 하느님은 미래를 모른다. 하느님은 인간과 분리되어 하늘 위 외부에 있는 타자(他者)가 아니다. 예수가 가르친 하느님의 의미는, 인간이 자율적으로 깨닫고 인식하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방식이고 비전이다. 하느님은 지금 여기에서 한 평생 살아가는 인간의 온전한 삶 그 자체이다.
(4) 넷째로, 기독교는 그런 하느님을 맹신하는 종교가 아니라, 예수의 하느님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종교이다. 기독교는 예수의 신성과 기적을 문자적으로 믿는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전지전능을 믿는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는 이분법적 교리를 믿는 종교가 아니라,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심층적으로 깨닫고 태양처럼 실천적으로 사는 종교이다. 기독교는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따라 인간의 존엄성과 창조성과 자율성과 가능성을 추구한다.
(5) 다섯째로, 예수는 하늘에서 내려온 하느님이 아니다. 예수는 숭배의 대상인 신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었다. 예수는 자연의 법칙을 깨트리는 기적을 행하지 않았다. 예수는 하늘로 올라가지도 않았기 때문에 문자적인 재림은 없다. 예수는 유대교인으로써 당시의 성전종교를 이 땅 위의 하느님 나라 종교로 개혁하려고 했다. 예수는 2%가 98%를 장악하는 제국주의적 자본주의를 거부하고, 지금 여기에 공정한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는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려고 했다. 예수는 거룩한 종교의 지도자가 아니라, 사회혁명가였다.
(6) 여섯째로, 성서는 고대인들이 궁극적인 진리를 체험하고 그것을 은유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성서는 역사책이나 과학책이 아니라 신화이다. 성서는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진실하다.
(7) 일곱째로, 신조와 교리는 교회 기독교(예수 기독교와 구분)가 사람들을 쉽게 통제하기 위해 만든 정치적인 수단이다. 무엇을 의심하지 않고 무작정 믿어야 하는 교리는 교회종교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통제하기 위해서 만든 수단에 불과하다. 성서와 신조와 교리는 자연의 법칙이 깨지는 기적을 일으키는 부적이 아니다. 예수는 자서전이나 성서를 기록하지 않았으며, 자신을 따르는 데에 믿어야만 하는 신조아 교리를 만들지 않았다. 예수 기독교에 교리나 믿음이란 말은 필요하지 않으며, 그대신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삶이 필수적이다. 교회 기독교는 예수 기독교로 개혁되지 않는 한 신뢰를 잃고 죽는다.
(8) 여덟째로, 종교는 모든 인간들과 생태계가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사는 길이다. 종교는 현세를 도피하여 내세에서 안식처를 찾는 것이가 아니라, 현세를 개혁하는 도구이다. 종교는 과학을 무시하고 거부하는 무당적 행태가 아니다. 종교는 과학을 무시하면 온전할 수 없다. 종교와 과학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
사실상, 성서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예수가 전개했던 이 땅 위에 하느님 나라 건설 운동은 형이상학적이고 내세적인 종교적 운동이 아니라, 태양처럼 살아가기, 태양처럼 사랑하기의 태양윤리의 삶이었다. 예수의 운동은 오로지 새로운 의식의 온전한 인간됨 즉, 모든 사람들이 이분법적 차별 없이 공평하게 존중받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선포한 사회개혁 운동이었다. 예수는 믿어야만 하는 객체적 존재의 신이 아니며, 종교가도 아니며 단지 사회혁명가였다. 따라서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는 지극히 생명과 삶의 종교이며, 현세적이고 세속적인 종교이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돈 큐핏, 우리 위에는 하늘 뿐. 한국기독교연구소, 2022
__________. 예수와 철학. 대장간, 2020
__________. 문명의 위기와 기독교의 새로운 대서사. 한국기독교연구소, 2020
__________. 떠나 보낸 하느님, 한국기독교연구소, 2006
__________. 예수 정신에 따른 기독교 개혁. 한국기독교연구소, 2006
존 도미닉 크로산.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참 그리스도인이 되는가. 한국기독교연구소, 2015
_________. 카이사르에게 돌려주라. 한국기독교연구소, 2022
_________. 가장 위대한 기도. 한국기독교연구소, 2011
_________. 예수: 사회적 혁명가의 전기. 한국기독교연구소, 2001
_________. 역사적 예수. 한국기독교연구소,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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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__. 어두운 간격: 이야기 신학을 위하여. 한국기독교연구소,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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