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자유게시판
빨래터에서 생긴 이야기
작성자 어진이     게시물번호 16794 작성일 2023-02-24 15:12 조회수 2588

빨래터에서 생긴 이야기   2003-7-3
  
어떻게 하다 보니 우리 빨래터에서는 뽀다구 나는일은 모두 탁순이가하고 별 볼일 없는 일은 모두 내 몫이 된지 오래다. 청소, COFFEE끓이기, 옆가계에 가서 간식 사오기, 물건 배달 하기 등등…… 그 중에서 제일 큰게단추 달기.

이상하게 탁순이는 단추다는 것만은 질색이다. 가죽 잠바의 단추는 약간의 힘도 필요하고, 잘못하면 다칠 수 있으니까, 그렇다치고. 셔츠 단추를 죽어도 안 단다는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이유를 물었더니, 뭐 뾰죽한 이유도 없다. 그냥 하기 싫다는 거다. 그러니, 마음 약한 사람이 하는 수 밖에…..

그런데 어느날 회사에서 일을 끝내고 빨래터에 들어오니, 탁순이가 쟈케트에 단추를 달고 있지 안는가! 하도 반갑고 신기해서,
오늘 웬 일이야? JOB떨어지겠네했더니
당신은 이거 못해씩 웃으면서 말했다.
왜요? 싸모님, 힘드실텐데제가 하겠습니다
안돼, 이거이쁜이 수술이야

이쁜이 수술이라…. 자세히 보니 단추를 달고있는게 아니고 단추구멍을 좁히고 있었다.
이쁜이 수술? ! 거 말 되네!!!탁순이 한테 요로코롬 튀는 재치가 있었는 감?
해해 웃으면서 한마디 거들었다.
이쁜이 수술 잘 해야 돼, 남편 등살에 못이겨 수술 받았는데, 잘 못 받아서 고생하는 여편들 많다더라. 너무 좁게 하지 마
어이구, 걱정 붙들어 매슈. 이쁜이 수술은 내 전문이야. 어련히 알아서 잘 안 할까. 신경 끄고, 당신은 성기 교체 수술이나 해
? 성기 교체 수술?”  ‘이건 또 무스기 소리?’ 현광등 처럼 껌뻑 껌뻑하다가 팍 불이 들어 왔다.
~~~! 알았어셔츠 단추 깨진 것(기계로 셔츠를 다리는 과정에서 단추가 많이 깨진다) 바꿔 달라는 소리였다.
오늘 따라 이 여자가 왜 이래?’

어디있어?”
저 쪽에
오늘은 왜 이렇게 환자가 많아?”
문전성시네, ~”
난 문전성시 싫어. 수술비도 못 받는거

난 결코 인종차별 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난 흰 놈들이 좋다. SIZE도 비슷 비슷하고, 실도 바꿔 끼지 않아도 되니까. 가끔가다, 꺼먼 놈이나 색갈있는 놈이 나오면 짜증이 난다. 색갈에, SIZE에 맞는 성기(?) 찾아야지, 실 바꿔 껴야지….
여보 우리 바꾸자. 내가 이쁜이 수술 할께
당신은 안돼. 응큼하긴…”  흘겨 보는 탁순이의 눈매가 예뻤다!!!.

낑낑 거리고 수술을 끝낸 뒤,
! 다 했다. 나 신문 봐도 돼?”
수고 했어용”  탁순이의 코 멘 소리.
이그, 요럴때나 코멘 소리 하지
신문을 막 펴 드는데,
~, 깜빡했다. 여보~, 저기 가죽 쟘바 단추 좀 CHECK해 봐
뭐야, 폼 팍 잡았는데….”
웅얼 웅얼 거리면서 가죽 쟘바를 보니,
꼬라지 하며……  대가리는 멀쩡한데, 축 늘어져 겨우 매달려 있는 몰골!!!
꼴이 말이 아니다. 애처롭다.
짜식, 이 모양이니, 제 구실을 못 하지. 쯧쯧

늘어진 실밥을 뜯어내고, 적당히 거리를 마추어서 다시 꿰매고, 실로 챙챙 감아 주었더니(가죽 쟘바 단추는 적당한 거리를 맞추어서 달아야 하고, 맨 마지막엔 꼭 실로 챙챙 감아 주어야 한다), 빴빴하게 대가리를 쳐든다.
히야~, 고 놈 참!’  구멍에다 끼웠더니,
빡빡한 것 같기도 하고, 헐렁 헐렁한  것 같기도하고….  
좌우지간, 딱 들어가 맞는다.
히야~, 고 것들 찰떡 궁합이로고…”
뭘 웅얼 거리고 있어? 다 했어?”
그럼, 수술 솜씨 하난 끝내 준다
어련 하시겠쑤?

여보, 이거 어때? 당신은 이쁜이 수술 전문의!
나는 성기 교체 및 교정 수술 전문의!”
거 참, 직함치고는 그럴 듯 한 직함인데?”
이 참에 새 명함 한 장씩 만들어?”
아이구, 참으세용, 세돌씨~~~

이리하야~~ 탁순이와 세돌이~~  
하루의 피로를 잊고, 웃으면서 빨래터 문을 잠그고,
둘이 손을 꼭~~잡고 집으로 갔다는 이야기입니다요.

 

꼬리글: 오래전에 토론토에 있는 세탁인 협회에서 운영하는 곳에 써서 올렸던 글입니다.

 

A: 으하하하~^~ ~~정말이지 기가막히는, 딱맞는 우리들의삶의 터전에서 일어나는일들을 너무도 재미있게 써주신 어진이님의 글솜씨. 아마도 솔직하고, 생의자체를 이처럼 다정다감하게 일하며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보답으로 노래한곡 선사합니다.주현미(길면3년 짧으면1)

 

B: 한참 웃었읍니다.
설마, 정말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재미있게 읽었읍니다.
오랜만에 남편과 신나게 웃기도 하구요.
(2)
번 기다립니다.

 

어진이: 진짜로, 정말로, 참말로, 실화입니다. 실화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아직은안개에 싸인 싸나이이고 싶지만…. 몽땅은 못 보여드리고, 살짝 맛배기로….

- 1971
년 토론토에 이민 (한국에서 대학 졸업, 군제대 후에)
-
직장 생활 30
-
아내는 세탁소 경영(Depot: 기계없는 세탁소) 경영? 좀 거창하네요.
-
세탁소 helper (퇴근 후에 세탁소로 재출근)
-
결혼 27년차 (아직 탄탄, 앞으론 더 탄탄?)
-
딸 못 낳는 장애인 (세 아들의 아버지)

감사 합니다. 그리고 웃으셨다니 기쁩니다. 이민생활이라는게 자칫 잘못하면 웃음을 잊어 버리기가 쉽더라구요. 2003년엔 활짝 웃으실 일이 더 많아 지시길 바랍니다. 좋은 날 되세요.


2           0
 
다음글 번개 회원 모집 합니다.
이전글 오늘 소식) 캐나다 주택거래 1월 급감 / 캐나다 삽겹살 한국 수출 늘어나 / 교촌치킨 캐나다 진출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식료품, 주류, 식당 식..
  드라이브 쓰루, 경적 울렸다고 ..
  앞 트럭에서 떨어진 소파 의자 .. +1
  (CN 주말 단신) 우체국 파업..
  “나는 피해자이지 범죄자가 아니..
  RCMP, 경찰 합동 작전, 수..
  연말연시 우편대란 결국 현실화 ..
  캐나다 우편대란 오나…우체국 노..
  주정부, 시골 지자체 RCMP ..
  캘거리 트랜짓, 내년 수익 3,..
  AIMCO 논란, 앨버타 연금 ..
  주정부, AIMCO 대표 및 이..
자유게시판 조회건수 Top 90
  캘거리에 X 미용실 사장 XXX 어..
  쿠바여행 가실 분만 보세요 (몇 가..
  [oo치킨] 에이 X발, 누가 캘거리에..
  이곳 캘거리에서 상처뿐이네요. ..
  한국방송보는 tvpad2 구입후기 입니..
추천건수 Top 30
  [답글][re] 취업비자를 받기위해 준비..
  "천안함은 격침됐다" 그런데......
  1980 년 대를 살고 있는 한국의..
  [답글][re] 토마님: 진화론은 "사실..
  [답글][re] 많은 관심에 감사드리며,..
반대건수 Top 30
  재외동포분들께서도 뮤지컬 '박정희..
  설문조사) 씨엔 드림 운영에..
  [답글][답글]악플을 즐기는 분들은 이..
  설문조사... 자유게시판 글에 추천..
  한국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치 9...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