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자유게시판
아들과 남편
작성자 어진이     게시물번호 16833 작성일 2023-03-08 14:33 조회수 2621

아들과 남편   2003-7-3
  
누구였는지 생각은 나지 않지만 오래 전에 어느 수필가가 쓴 수필 중에닭똥집이 두개라면…” 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분의 불만은 하나밖에 없는 닭똥집이 항상 자기의 몫이었는데 아들이 생기고 나서 어느때부터인가 고놈의 닭똥집이 아들의 몫이 되었더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닭다리처럼 똥집이 두개라면 섭섭함이 좀 덜 했을 거라는 것이었다.

요즘 그 수필가가 느꼈던 섭섭함을 난 가끔 느낀다. 이젠 아이들이 다 커서 저희들도 할일이 바쁘니까 함께 모여서 저녁을 먹을 기회도 점점 적어졌다. 아내는 하루종일 일하고 집에오면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지 많이 피곤해 하곤했다.

어느 날, 식탁의자에 맥없이 털석 주져 앉더니 아내가 말했다.
여보, 미안해. 오늘은 아무거나 간단히 먹어요
그래, 난 아무래도 괜찮아
여보, 김치하고 무말랭이 무친 것 좀 꺼내와요
알았어
여보, 밥 좀 퍼와요
“OK”
아내는 한참 정신없이 밥을 먹다가
여보, 물 좀 줄레요?”
아이구! 내가 물을 안 줬어? 기다려
여보, 나 밥 좀 더 먹어도 돼요?”
그럼~ 더 퍼다 줘?”
~”

얼마나 힘들면 저렇게 맥을 못출까아내가 애처러웠다.’ 아이들 기르느라고 고생하고, 아이들 대학 보내느라고 지난 10년간 세탁소에서 때묻은 옷들과 씨름하는 아내를 보면 고맙기도하고 안쓰럽기도했다.
에이구! 나라도 잘 해주어야지…’

! 잘 먹었다
김치하고 무말랭이해서 잘 먹을게 뭐있어?”
아냐요, 정말 잘 먹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회덥밥 사줄걸…” 아내는 회덥밥을 참 좋아했다. 돈 안드는데 무슨 말을 못하랴! 아내가 약간 감동먹는 눈치였다.
뭐 더 필요한 거 없어? How about coffee?”
끓여 주면 좋고용!”
알았어
오늘은 어리광이 좀 심하군!’ 나도 하루종일 일했는데회사에서 세탁소에서
에라! 해 주는 김에 화끈하게 해주자!’
아내는 coffee가 될때까지 넋놓고 앉아 있었다.

아내가 막 coffee잔을 집어드는데 큰 아들이 들어왔다.
“Hi
엄마, 아빠
어디갔다 이제 오니?”
회사에서 좀 바빴어요
저녁 먹었니?” 여지껏 맥놓고 앉아있던 아내가 벌떡 일어났다.
아직 못 먹었어요
“15
분만 기다려!” 아내의 눈이 갑자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용수철처럼 튀어 일어난 아내가 냉장고 문을 열고 이것 저것 꺼내고 oven에 불을켰다. 채소를 써는 칼소리가 경쾌했다. 지지고 복고 끓이고순식간에 부엌에는 생동감이 넘쳐 흘렀다.
이 여자가 조금 전까지 축처져서반찬 꺼내와라, 밥 퍼와라, 물 떠와라하던 여자 맞어?’ 도저히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어디서 저런 힘이 솟아 날까!’

정말 15분 후에 그럴듯한 요리가 준비되었고 무럭무럭 김이 나는 막 해낸 음식들이 먹음직스러웠다.
진아, 다 됐다! 빨리 내려와!” 아내가 윗층에 대고 소리쳤다.
! 정말 너무하다!’ 어디서 저런 힘찬 목소리가 나올까!’
~~~ 맛있겠다. Thanks mom!”
많이 먹어맛있게 먹는 큰 아들을 대견한듯 바라보는 아내의 눈빛!
! 저게 모성이구나!’
여보, 당신도 좀 잡술레요?”
어이구, 일찍도 물어 보시네용! 아들 줄려고 한 음식을 내가 왜 축냅니깡, 싸모님
아이구, 삐지긴…”

우리집엔 아들이 셋이니…, 닭똥집이 네개는 돼야 겨우 내차례가 되겠군!” 혼자 중얼거렸다.
당신 뭐라구 그랬어요?”
아니, 암 말도 않했어
하기사, 닭똥집이 다섯개는 돼야, 아내한테 차례가 갈테니난 불평할 것도 없지…’


3           0
 
다음글 CN-TV) 캘거리 최초 한정식 레스토랑 '한상' 정통 한식을 표방하며 고향의 맛, 외할머니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고 합니다.
이전글 그대가 미국에 가는 이유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식료품, 주류, 식당 식..
  드라이브 쓰루, 경적 울렸다고 ..
  앞 트럭에서 떨어진 소파 의자 .. +1
  (CN 주말 단신) 우체국 파업..
  “나는 피해자이지 범죄자가 아니..
  연말연시 우편대란 결국 현실화 ..
  주정부, 시골 지자체 RCMP ..
  캘거리 트랜짓, 내년 수익 3,..
  AIMCO 논란, 앨버타 연금 ..
  주정부, AIMCO 대표 및 이..
  트럼프 고위직 인선 속도…캐나다..
  주정부 공지) 알버타의 회복적 ..
자유게시판 조회건수 Top 90
  캘거리에 X 미용실 사장 XXX 어..
  쿠바여행 가실 분만 보세요 (몇 가..
  [oo치킨] 에이 X발, 누가 캘거리에..
  이곳 캘거리에서 상처뿐이네요. ..
  한국방송보는 tvpad2 구입후기 입니..
추천건수 Top 30
  [답글][re] 취업비자를 받기위해 준비..
  "천안함은 격침됐다" 그런데......
  1980 년 대를 살고 있는 한국의..
  [답글][re] 토마님: 진화론은 "사실..
  [답글][re] 많은 관심에 감사드리며,..
반대건수 Top 30
  재외동포분들께서도 뮤지컬 '박정희..
  설문조사) 씨엔 드림 운영에..
  [답글][답글]악플을 즐기는 분들은 이..
  설문조사... 자유게시판 글에 추천..
  한국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치 9...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