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란? 2006년 4월
지난 몇 주간 아주 바쁘게 지냈습니다. 셋째이면서 막내인 현이가 결혼을 했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하는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뭐가 그리도 할게 많은지…… 항상 머리가 띵~한 상태였습니다. 정신은 온통 결혼에 쏠렸있었습니다. 현이는 직장일에, 결혼 준비에 할일이 너무나 많아서 stress를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지난 토요일 (2006년3월 18일)에 무사히 결혼식을 마쳤습니다. 이제는 할 일을 다 한 것 같습니다. 세 아들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했으니 부모로서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에 약간 허탈한 생각까지 듭니다. 아들의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결혼이란 무엇일까?”
여지껏 30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않았던 “결혼”이란 말을 새삼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희들은 올해가 결혼 30주년이 되는해입니다.
정말 오래 전에, 그러니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어느 책에선가 “결혼은 돌을 조각하는 것과 같다” 라는 문구를 읽은게 문뜩 떠올았습니다. 그래서 그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공감이 가는 말이었습니다.
저희들은 서로 좋아서 일생을 함께 할 생의 반려자로 서로를 선택하고 결혼을 합니다. 결혼 전에는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막상 결혼을 해서 살다보면 전에 알지 못하던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새로운 것들은 대부분 나쁜 것들입니다.
결혼은 정과 망치를 가지고 돌을 조각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돌조각을 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아주 단단한 부분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 단단한 부분은 매우 다루기가 힘듭니다. 만들려고 생각한 조각품에 거치장스러운 장애물이 됩니다.
“요게 없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리 바라고 소원을 해보지만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때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단단한 부분일수록 조심스럽게 망치질을 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커다란 덩어리가 뭉청 깨져 나가기 때문입니다. 망치질로 안될 것 같으면 줄을 가지고 꾸준히 갈아야 합니다. 그래서 인내심이 필요한 것입니다. 신경질이 난다고 망치로 쎄게 때리면 단단한 돌뿌리가 생각보다 깊어서 돌을 두 조각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끝장입니다.
깨진 돌을Crazy glue로 붙일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멋진 조각품이라 해도 Crazy glue로 붙인 명작품은 좀 우습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 단단한 부분이 아주 골치덩어리입니다. 망치로 조심스럽게 쪼아도 안되고 인내심을 가지고 줄로 갈아도 안됩니다. 그럴 땐 둘중에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조각하기를 포기던가, 아니면 자기의 계획을 바꾸어야 합니다.
둘 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 경우에는 제 계획을 바꾸었습니다. 그게 돌을 쪼개뜨리는 것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어떻게 할수없는 단단한 부분은 있는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잘 이용해서 만들고자 하는 조각품과 조화를 이룰수 있게 만들려고 애썼습니다. 지나고 보니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조각품을 만들수도 있었습니다. 저의 경험입니다.
아내에게도 단단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최씨 댁의 막내 딸이였으니까요. 물론 저에게도 얼마나 많은 단단한 부분이 있었겠습니까?
어느 날 아내가 “어머~! 당신 곱슬머리네” 했습니다.
“곱슬은 아니고 반곱슬이지…… 그게 어때서~?”
“곱슬머리는 상대하기가 힘들대~”
“원~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셔~!”
그리고 한참 지났습니다.
“여보~ 당신~ 옹니네~”
“이 사람이 왜 이래~? 갑자기”
“어머~! 내가 옹니에 곱슬머리하고 사네~!”
“아니 ~ 그게 도대체 어떻다는 건데?”
“옹니에 곱슬머리하고는 상대를 하지 말랬어~!”
“뭐라구~? 당신 말 다했어~?”
“이건 내 말이 아니고, 통계적으로 그렇대... ㅎㅎㅎ”
“통계 좋아하시네~ 아니 내가 그렇게 힘든 사람이야?”
“쬐~끔… ㅎㅎㅎ”
지나간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보니까, 저도 고집이라고 하면 한고집했었나 봅니다. 아내가 지나간 이야기를 할 때면 가끔 튀어나오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아내가 참고 잘 살아준 것 같습니다. 단단하고 모난 부분을 감싸주고 인내심을 가지고 다듬어 주어서 오늘의 제가 있는것 같습니다. 아내에게 감사할 다름입니다.
지나간 30년간 돌을 쪼았는데, 제대로 된 작품이 되었는지는 의문입니다. 많이 깨트리기도 했습니다. 깨어진 조각을 집어들고 후회도 했습니다. 깨진 조각을 붙이면서 가슴아파했습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열심히 돌을 쪼고 다듬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직도 매일 돌을 쪼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아름다운 조각품이 되기를 바라면서……
꼬리글:
현이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인사말을 할 때 위의 글을 요약해서 아들 부부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현이 부부가 언젠가는 아름다운 조각품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조각품을 보며 기뻐하기를 바랍니다.
저희들은 뭐가 그리도 바빴는지 아들 셋을 42개월에 낳았습니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기르면서 저는 기저기 가방을 6년간 계속해서 들고 다녔습니다. 4년 동안은 항상 두명이 기저기를 차고 다녔고요.
아들들이 커서는 2년 동안 세명이 함께 대학에 다녔습니다. 게다가 세명이 모두 집을 떠나서 대학을 다녔습니다. 아들들이 대학을 모두 끝내서 “이젠 한숨 돌리겠구나!” 했더니 이번엔 줄줄이 결혼을 하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1년 8개월 동안에 세 아들들이 모두 결혼을 했습니다. 마치 서로 경쟁이나 하듯이…… 이젠 다 끝났습니다!
세 아들과 며누리들이 아름다운 조각품들을 만들길 바라면서 기도하는 것만이 남았습니다.
좀 쉴만하면 손자 손녀들이 몰려올까요?
개손자들로 경험을 쌓았으니까, 준비는 되어있습니다.ㅎㅎㅎ
chunchunhi
아름다운 결혼식이었읍니다, 그 한 모퉁이에서 증인이 되었다는 기쁨도 있고요. 현이네 새 가정에 기쁨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기도 드립니다.
이제는 제 인생, 제가 살아 가겠지요. 부모가 되어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인생이요, 부모가 되에 경륜이 있다 하더라도 대신 가 줄 수 없는 인생이기에 이제는 관조하는 법을 배워야 할 때인가 봅니다.
말 대로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기대치에 비추어 보며 마음에 안들어 자꾸 자꾸 정 질을 하며 다듬다 보니 점점 작아져서 이제는 더 작아 질 게 없는 돌 덩어리가 되는 것이 나은 삶인지, 그 기대치를 푹 낯추어 깍아 놓고 스스로 즐기며 사는 게 좋은 삶인지 아직 잘 모르겠읍니다. 그 것을 보아주는 사람역시 나의 삶을 대신 해 줄 수가 없기에 촌평도 자제를 해야 겠지요.
우리에게 주어진 능력만큼 사는 게 우리의 인생일 진대 먼 후일 우리를 저울질 하실 주님 앞에 섰을 때, 주님께서 저희들에게 가지셨던 기대치 만큼만 살수 있으면 좋겠읍니다. 무지무지 힘들기는 하겠지만... 아니 어쩜 무지 쉬울지도 모르겠읍니다. 허허허 하여턴 축하 드립니다. 이젠 씨원~~~~~ 하시겠읍니다.
구희정
넘 재밌고 저한테 유익한 글인데요? 결혼 축하드려요`~
낙제생
부럽습니다. 저희 부부는 단단한 부분이 얼마나 많았는 지...처음에는 달래도 보고 망치로 가만 가만 두드려도 보고 줄로 살금 살금 갈아도 보고.. 그러다가 마침내는 도끼로 까 부수어 버리고 말았읍니다. 이렇게 독신으로 지낸 지가 벌써 15년이 되오는군요.
떨어져 나간 반 토막은 제대로 된 반 토막을 찿아 아이 둘을 낳고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의리있는 처남을 통해 종종 듣고 있읍니다. 그런데요? 여자가 지나 간일 들추어 내며 시도 때도 없이 약 올리는 데는 정말 참기 힘이 들더라구요. 특히 시집 식구들 흉보며 돌아가신 부모님 운운하며 가정 교육이 어떻고 저떻고...
지금은 혼자 살면서 때로는 적적할 때도 있지만 서로 미워하지 않고 지내니 얼마나 좋은 지 모르겠읍니다. 어진이님 글에서 좋은 글 많이 읽었읍니다. 좋은 글들이 너무 많아 반갑습니다.
어진이
천천히님, “마음에 안들어서 쪼고 또 쪼아서 더 쪼를데가 없는 돌맹이” 라는 말씀에 한참 웃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아주 재미있는 표현이구요.ㅎㅎㅎ
희정이의 작품은 어떤 어떤 작품일지 궁금하네요.
왠지 야무지게 조각을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가만있자~ “야무지게 조각을 한다”는 말의 어감(?)이 좀~~~
하여튼 결론은 Masterpiece를 만들 것 같다는 겁니다.ㅎㅎㅎ
Cheers!!!
낙제생님, 반갑습니다.
그런데 어찌 이름을 부르기가 좀…… 하지만 어쩔수 없군요!
제가 좀~ 죄스러운데요. 제가 쓴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의 아픈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다는 걸 미쳐 생각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낙제생”이라는 ID를 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저희들이 흔히 쓰며 생각하는 것 보다는 훨씬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문으로는 落(떨어질 낙) 第(차례 제) 生(날 생) “차례에서 조금 뒤진 사람”이라는 뜻이구요.
영국에서는 “Plucked student”라고 하더군요. “pluck” 이라는 단어는 “털을 뽑는다”는 뜻이랍니다. 그런데 또 다른 뜻은 “용기를 불러일으키다” 라는 뜻도 있더군요. 그러니까 “Plucked student”라는 말은 “털이 뽑힌 닭같은 초라한 학생” 이라는 뜻과 “초라함을 털고 일어나는 용기있는 학생” 이라는 뜻도 될것 같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에서는 “Repeater”라고 한답니다. “다시 하는 사람” 이라고 할까요? 뭔가 다시하는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도전정신이 필요합니다. 저는 한문의 “落第生” 보다는 영어의 “Plucked student” 나 “Repeater” 가 더 좋게 생각됩니다.
제가 사주팔자를 보는 점쟁이나 작명가는 아니지만, 낙제생이라는 ID가 나쁘다고는 생각되지가 않네요. 다시 도전한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더 많으니까요. 왜 낙제생이라는 ID를 쓰셨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도전(?)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새 봄과 함께 낙제생님께 활짝 웃을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생기길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