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냥 심심해서 끄적거린 정제되지 않은 글입니다. 바쁘신 분들께는 일독을 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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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 룸싸롱에서 이루어지는 작태에 대해 장문의 글을 쓰다가 재미가 없어져서 모두 지워 버렸다. 이게 뭐라고 내가 글을 쓰면서 기분이 나빠져야 하나.
다시 시작!
일반적인 사업영역은 크게 B2C와 B2B로 나눈다. 예를 들어 제과 회사가 과자를 소비자에게 파는 건 B2C 다. 하지만 과자가 초코파이처럼 개별적으로 비닐에 포장되어 있고 박스에 담겨져 유통 된다면 제과 회사는 플라스틱 필름과 박스를 구입해야 한다. 이게 B2B에 해당한다. 한국에선 홍길동 사장이 운영하는 제과 회사에 포장지 납품하는 업체 사장은 동생인 홍길서씨다. 과자의 매출을 유지하거나 신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광고를 해야 하는데 홍길동 사장이 거래 하는 광고 회사 사장 이름은 홍길남씨다. 뭐 대충 사회는 그렇게 굴러 간다.
이 회사가 사업을 잘하여 공장을 증설할 땐 친인척으로 커버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건설과 설비 등등의 납품이 걸리면 계약을 따내기 위해 이른바 '접대' 라는게 일어난다. 사업 규모에 따라서 고급 일식집 식사나 룸싸롱 접대가 일반적이고 때에 따라서는 골프 접대 등이 수반된다.
B2B 비즈니스 영역에서 의외로 큰 손이 있는데 바로 정부기관이다. 내가 현역이였을 때 공무원이 좋아하는 접대는 룸싸롱이었다. 나 또한 공무원과 엮이면 간혹 룸싸롱에 끌려 가고는 했다.
보통 정부 프로젝트는 먼저 RFP(제안요청서)가 각 업체에 배부된다. 그러면 업체는 나름대로 제안서를 작성하여 제출한다. 제안서는 공무원과 외부 전문가들이 평가하여 복수를 선택한다. 제안서가 채택된 업체들은 밀봉된 견적가를 제출한다. 정부는 최저가를 제안한 업체에 프로젝트를 발주한다. 뭐 대충 이런 흐름이다.
RFP를 분석하여 고객의 니즈에 맞는 적합한 제안서를 작성하는게 중요하다. 제안서 작성은 회사의 각 부서에서 정예가 모인 TFT가 담당한다. 제안서가 심사에서 탈락하여 견적서를 내 볼 기회조차 못 가지면 큰 불명예다. 그래서 보통 이런 TFT 멤버들은 신경이 바짝 곤두선다.
프로젝트 영업 대표는 알음알음 연줄을 동원해서 핵심 공무원 몇몇을 수배하여 TFT 핵심 멤버 몇 명과 자리를 만들어 준다. 이 때 우리는 그들의 정확한 요구 사항을 확인하고 RFP에 명기되지 않은, 숨어 있는 쟁점들을 찾아낸다.
몇 시간의 회의가 끝나면 영업 대표는 공무원들이 시간을 내준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저녁 식사를 대접한 후 보통 룸싸롱에 간다. 회의하는 동안 공무원과 TFT 멤버가 어느 정도 친해지면 공무원들이 강력하게 우리들도 동행할 것을 요구한다.
또 다시 처음 만난 사람들과 밀폐된 공간에서, 평소 같으면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을 쭉쭉빵빵 아가씨들이 웃음을 파는 꼴을 보게 된다. 에휴, 어떻게 하겠는가. 공무원들도 이걸 바라고서 자기 시간을 내주고, 미주알고주알 우리에게 내부 정보를 제공한 것일 터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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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는 룸싸롱 접대를 너무나도 싫어한다. 그는 룸싸롱 접대를 받는 사람, 혹은 받는 행위에 대해서 장황하게 혐오의 표현을 쏟아낸다. 아래는 룸싸롱 접대를 받는 사람에 대해 그가 욕하는 내용중 일부분이다.
- 인용 시작 -
당신이 죽으면 당신 무덤에 "캭" 하고 가래침을 뱉을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이 개새끼들아, 부끄러운줄 알아라(당신 아버지가 접대를 받느라 바쁘다면 그가 당신 아버지라도 부끄러워 해라). 젊었을때 세상을 더럽다고 욕하고 침 뱉던 당신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가.
- 인용 끝 -
갑자기 여기서 그가 도덕 군자로 변하여 나도 어리둥절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가 룸싸롱 접대 보다 훨씬 더 더러운 짓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B2B 영업에서 미인계를 썼다. 룸싸롱 아가씨를 통해서 접대를 한게 아니라 미모의 여직원을 뽑아서 접대부로 훈련하여 영업을 시킨 것이다.
그의 말처럼 조직에서 결정권을 가진 부장이나 이사직급의 남성들은 굉장히 외로울 수 있다. 부부관계는 서먹해지고 있고 아이들은 사춘기라 더이상 아빠를 상대해 주지 않는다. 그는 이 부분을 파고 든다. 잔인하기 짝이 없다.
보통 사내놈끼리 싸움에선 철칙이 하나 있다. 절대 서로의 사타구니를 공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게 최소한의 사나이 사이의 신사도다. 세이노의 미인계 일화를 본 나는 갑자기 사타구니를 거하게 걷어 채인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 다시 내 입으로 리프레이즈를 하기에도 불쾌하다. 그냥 잠깐 인용해 보자.
- 인용 시작 -
대기업의 의사결정권자는 부장이나 이사이고 나이는 40, 50 대이다. 그 사람들, 무지 외로운 사람들이다. 조직 내부의 파워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아는 사람들이고 자신의 한계도 아는 사람들이다. 그 자녀들은 십중팔구 그 세대의 눈으로 볼때는 속을 썩이고 있을 것이고 그 아내들은 십중팔구 전형적인 아줌마가 되어 있을 것이다.
자, 그 중년 남자들이 은밀히 꿈꾸는 것이 뭔지 아냐? 아름다운 로맨스다. 여기서 룸살롱 호스티스 같은 영업용 인상을 주면 절대 안된다. 옷은 야하지 않으면서도 상상력을 불러 일으켜야 하므로 약간의 씨쓰루가 좋을 것이고 화장은 연하게 해라. 미니스커트는 안되고 무릎을 살짝 보일 정도로만 입어라. 향수는 진하지 않은 카사렐 같은 것을 사용하고 퍼퓸보다는 오드뚜왈렛 등급을 써라.
상대방에게 주는 명함에 개인 이메일과 개인 휴대폰 전화번호는 없어야 하지만 첫 미팅을 끝낼 때 다시 명함을 건네받아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를 예쁜 글씨체로 적어 주어라.
상대방이 결정을 질질 끌면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해라. 이를테면 "저는 부장님(이사님)이 결정권을 모두 갖고 계시는 줄 알았는데 아니신가 봐요?" 라는 말을 하라는 말이다. 틀림없이 상대방은 자기가 결정권을 갖고 있음을 과시하고자 할 것이다. 그 사람이 집적 거릴 때의 대처방법, 앉을 때의 자세, 바디 랭귀지 쓰는 법 등등…
- 인용 끝 -
이 사람은 완벽하게 자기 여직원을 접대부로 만들었다. 이 사람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거래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든다. 도저히 인간에 대한 예의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그는 그 스스로 상당히 도덕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
- 인용 시작 -
나는 그렇게 살기 싫다.내가 10 대 20 대에 제일 싫어한 사람들이 40 대 50 대의 꼰대(아저씨)들이었다. 내 눈에는 모두 위선자들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내가 그 꼰대 계층에 속한다. 나는 내가 젊었을 때 혐오하였던 능글능글한 꼰대가 되고 싶지 않아왔다. 내가 싫어했던 꼰대 모습이 싫어서 인지 배가 조금만 나와도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 인용 끝 -
내가 보기에 가장 위선자 같은 사람이 모든 40, 50대들이 위선자라고 욕을 하고 있다. 부자가 되려면 이러한 자기 모순 정도는 그냥 넘어가야 되는가 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