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냥 심심해서 끄적거린 정제되지 않은 글입니다. 바쁘신 분들께는 일독을 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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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좀 이상하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지리산 근처 강변으로 캠핑을 갔었다. 그때 뭔가 방학숙제로 직업 체험 같은 걸 적어내야 했다. 아들은 우리 캠핑 경험을 '노숙자 체험' 이라는 제목으로 제출했다.
또 그때 당시 뭔가 '장래희망' 을 적는 란이 있었는데 녀석은 거기에 당당하게도 '그냥 동네 아저씨' 라고 적었다.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그냥 동네 아저씨가 되는게 너무 힘든 일처럼 느껴진다.
내가 어릴 때 동네 아저씨 이미지는 이렇다.
미국에서는 호머 심슨이 동네 아저씨다. 그는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외벌이며 세 자녀를 기른다.
일본에서는 짱구아빠가 평범한 동네 아저씨다. 그는 도쿄 외곽에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두 아이의 아버지고 외벌이다.
한국에서는 둘리에게 맨날 당하는 고길동씨가 평범한 동네 아저씨다. 그는 쌍문동에 단독주택을 가지고 있고 외벌이며 세 아이의 아버지다. 더불어서 둘리와 외계인과 타조 한 마리까지 더부살이를 시키고 있다.
아이들의 나이로 보아 이들은 20대 중후반에 결혼을 했고 극 중에서는 30대 중반 정도의 나이다. 이게 내가 어릴 적 보여지는 덜 떨어진 '그냥 동네 아저씨' 의 이미지다. 그리고 내 친구들과 나는 그 나이 때 바로 전형적인 '그냥 동네 아저씨' 의 삶을 살아 왔다. 나와 내 친구들이 그 호머 심슨이였고 짱구아빠였고 고길동씨였다.
지금 나의 아들 세대에게 우리때와 같은 '그냥 동네 아저씨' 가 되는 방법은 참으로 어려워졌다. 이제 더 이상 연애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는다. 이제 30대 중반에 혼자 벌어 둘 이상의 아이를 기르며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가능의 영역이다. 현 세대가 우리들을 가리켜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 세대' 라고 욕하는게 일견 이해가 되기도 한다. 세상은 왜 이렇게 변해 버렸을까?
하긴 너무나 많은 것들이 내가 젊었을 때와는 다르다.
결혼하기 전에 나의 모든 월급은 모친이 관리했고 나는 용돈을 받아 생활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우리 세대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우리 부부는 아들녀석의 급여를 터치할 생각이 없다.
아침마다 노예의 차꼬를 차는 의식처럼 셔츠에 넥타이를 졸라매고 출근을 했다. 테크 회사에 다니는 아들의 복장은 참으로 프리하다.
결혼하기 전에 보통 1시간 정도의 거리를 전철을 타고 출퇴근 했다. 퇴근하면 회식하거나 친구를 만나 놀거나 연애를 하다가 12시를 넘어 집에 귀가 하는게 일쑤였다. 아들녀석은 일주일에 3일 출퇴근 한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재택근무다. 정확히 회사와 집만 오갈뿐 회식도 없고 친구를 만나지도 않고 연애도 안 한다. 도대체 무슨 낙으로 사는지 모르겠다.
우리 세대의 그냥 평범한 아저씨가 되려면 아들은 이제부터라도 어서 짝을 찾아 연애를 시작해야 할 나이다. 그런데 그런 낌새가 전혀 안 보인다. 아들은 그냥 지금처럼 여유 시간엔 여러 가지 게임만 하다가 그냥 독신 아저씨가 되는 것일까?
도대체 이 시대의 '그냥 동네 아저씨' 는 어떤 모습일까?
아들은 자기가 어릴 때 봐 왔던 짱구아빠 혹은 고길동씨 같은 '그냥 동네 아저씨' 가 되는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