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쫀이 영감 (다섯번째)
그런 일이 있은 후 한달이 지났다. 어진이는 이젠 순진이가 주전자에 물을 얼마를 붓건 신경을 쓰지 않았다. 또 재활용품이 쓰레기통에 들어가건 말건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쩌다가 눈에 띄면 아내 몰래 꺼내서 재활용 상자에다 넣곤했다. 신경을 써봤자 싸움이나 하게 되고 혈압만 올라갈테니……
‘거 참 이상하네!’
언제부터인가, 아침에 주전자에 물을 부을려고 속을 들여다 보면, 주전자 속에 물이 하나도 없었다.
‘에이~ 어쩌다가 한번 실수를 한거겠지…’
그런데 계속 주시해 봐도 주전자 속에 물이 없지 않은가!
‘거 참 이상하네~!’
그러던 어느 날 어진이는 용기를 내었다. 물 이야기를 잘 못 꺼내면 날벼락이 떨어지는 것을 잘 아는 어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보~, 나~ 뭐~ 하나~ 물어 봐도 ~ 돼~?”
“…… 당신 오늘 따라 왜 이래?”
“물어 봐도~ 돼~?”
“당신 나한테 죄진 것 있어?”
“아~니~”
“그럼 또 손님 불러 드릴려고 그래?”
“아~니~”
“그럼 뭐얏!”
“……”
“어유~ 속터져!”
“저 ~ 주전자~ …”
“주전자가 뭐?”
“주전자에~ 왜 물이~ 항상 없어?”
“에~이~ 난 또 뭐라구…”
순진이는 김빠진 표정을 지으면서 씩하고 웃었다.
어진이는 순진이가 웃는데, 우선 한시름 놓고 순진이의 입을 주시했다.
“당신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무슨 소리야?”
“물끓여서 커피 타마시고, 남는 물은 버려~”
‘세상에… 내가 이런 여자랑 사는구나!’
한 가닥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 무너지는 순간이였다.
“당신~ 정~말 나쁜 사람이다!”
“내가 뭘 어쨌게?”
“그만두자!”
“물가지고 싸우는 것 보다 났잖아?”
“그만두라구 했다~~.”
“내가 틀린 말했어?”
“그만 해~!!!!”
“주전자에 물이 없으면, 싸울 일이 없잖아?”
“그만두지 못해~ !!!”
어진이는 드디어 폭팔했다.
‘에이~ 못~된x, 쌰앙~~x’
어진이는 홱 돌아서서 세탁소 문을 향했다. 순진이의 얼굴을 더 이상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