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쫀이 영감 (마지막회)
“여보~! 잠간~ 잠간만~”
순진이가 어진이의 팔을 붙잡았다.
“이거 놓지 못해?”
어진이는 팔을 뿌리쳤다.
“하하하하 여보, 미안~ 미안해~”
“……”
‘이 여자가 미쳤나? 웃긴 왜 웃어?’
“하하하하 여보, 미안해~”
순진이는 깔깔 웃으면서 못 참겠는지 숨넘어 가는 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여보~…, 당신이… 하하하 어쩌나 볼려구… 하하하 그랬어…”
“뭐야~?”
“하하하 당신 정말 화났구나?”
“이 여자가 정~말~”
“미안~ 미안해용”
“아이구~ 요걸~~” 어진이는 주먹을 머리 위로 쳐들었다.
“미안하다구 그랬잖아!”
“미안가지구 돼? 한대 맞아야 돼.”
“아야야~~”
어진이는 순진이의 머리통에 알밤을 한 톨 먹였다.
“그럼 물을 제대로 부었단 말야?”
“처음엔 신경질이 났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당신 말이 맞긴 맞는 말이더라구.”
“어~이구~ 그러셨어요~?” 어진이는 다시 주먹을 머리 위로 쳐들었다.
“또 때리면 가만~ 안 있는다~~”
“이구~ 나니깐 데리구 사는 줄 알아~”
“누가 할 소리~”
“허허허허…”
“뭐 해보니까 별것두 아니데…”
“그런데 신경질을 박~박~냈어?”
“호호호…”
“웃음이 나와?”
“그런데 좀 오래 걸렸다~. 난 언제나 당신이 알아차리나 하고 기다렸는데…”
“허허허~ 웃자 웃어~”
그러던 어느날, 세탁소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돼오는데,
“여보, 깜빡했다! 나 내일 샌드위치 쌀 빵을 좀 사올께.”
“좀 일찍일찍 사놓지~!”
“깜빡했다니까~” 순진이는 허둥지둥 뛰어 나갔다.
‘저러다 넘어지겠네!’
어진이는 하루 매상을 정리하고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순진이가 한 손엔 빵이든 쑈핑빽을 들고 다른 손엔 빈 유리병을 들고 들어왔다.
“거~ 손에 든건 뭐야?”
“어~ 빈병.”
“빈 병은 뭐하게?”
”누가 요~ 앞에 버렸더라구.”
“그럼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구…”
“Recycle해야 된다며~? 안 그러면 우리 손자손녀들이 쓰레기 더미에서 산다며~?”
“야~~~ 순진씨, 이거 웬일입니까?”
“호호호호…”
“정말~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나두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구용~!”
어진이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대견한듯이 순진이를 바라보았다.
‘아~ 드디어 교육의 효과가 나타나는구나!’
“그럼 이젠 당신도 “쫀쫀이 노친네~~ 네~.”
“No~~~ 당신은 쫀쫀이 영감, 나는 알뜰이 아줌마!”
“에이~, 그런게 어딨어!”
“여기 있지롱~”
“나두 “알뜰이 아찌”라고 불러.”
“No~ 당신은 쫀쫀이 영감이 더 어울려.”
“정말 이럴래~? 치사하게~”
“그럼 “알뜰한 쫀쫀이 영감” 이라고 부를께”
“건~ 너무 길다. “알뜰이 아찌” 이라고 해~!”
“여보~, 애들이 배고프겠다. 빨리 가야지.”
”어이구~ 별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어진이와 순진이는 세탁소 문을 잠그고,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걸었다.
“알뜰이 아찌다~ 알았지?”
“알겠습니다~~ 쫀쫀이 영감님~~~ 호호호…”
하늘에는 빠~알간 노을이 불타고 있었다.
꼬리글:
이 글을 저의 삶의 반려자, 순진이님께 드립니다. (지가 무슨 작가(?)라구!)
저도 작가 흉내를 한번 내보았습니다.ㅎㅎㅎ
쫀쫀한 남편 데리고 사는 순진이가 안됐기도 하지만 어쩝니까, 팔자인걸……
June: 요즘 이곳 홈페이지에 올려지는 어진이님의 "쫀쫀이 영감"이란 꽁트와 딴지일보에서 연재되는 만화 "일지매"를 보는 맛에 삽니다.
고우영씨의 작품 '일지매'야 원체 유명하니까 그렇다지만, 어진이님이 쓰시는 꽁트 '쫀쫀이 영감'도 너무 재미있고 감칠맛 납니다. 일류 작가들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진이님의 글솜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구요. 또 우리가 사는 캐나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 더 실감이 납니다. 계속 좋은 글 부탁드려요. 화이팅.
캘거리 교민 June
어진이: June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June님께서는 오래 전에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할 때도 저에게 힘과 용기를 주셨습니다. “아들과 남편 (닭똥집 이야기)”에 달아주신 글이 참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어느 분이 그러더군요. “지나가듯 그냥 한마디 한 것이,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게는 그 한마디 말 때문에 일생에 전환점을 가져 올수도 있다”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럴수도 있겠구나!’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생각없이 던진 한 마디의 말 때문에 일생을 마음 아프게 사는 사람들도 있겠고, 짧은 한 마디의 격려의 말 때문에 즐거움을 가지고 희망 찬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겁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저도 비판의 말보다는 격려의 말을 많이 할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저에게 있어서 June님은 후자의 경우입니다. 다시 감사드립니다.
제 글의 소재가 대부분 저의 가정과 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어떤 때는 ‘어~! 나하고 비슷하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또는 ‘에이~! 뭐 이따위 글을 써!’ 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릅니다. 바라기는 그저 이민의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June님, 토론토에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졌습니다. 곧 단풍이들겠지요? 결실의 계절 가을이라고 하는데, June님의 삶의 바구니 속에도 알찬 결실이 그득했으면 좋겠습니다.
June님, 환절기에 온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단풍처럼 아름다운 이민의 삶을 사시길 빕니다.
토론토에서 어진이 드림
힘내자: 미소를 머금으며 읽었어요.. 해피 엔딩이네요.. 그럼 그렇지, 다투기도 하시구요.. 동질감이 느껴지는 글이예요..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툼 한번 없이 사시는 분인줄 알았는데.. 행복이 묻어나는 글 읽고 한수 씩 배워나가야 겠어요..
참.. 그리고 서울에서 친구가 놀러와 오랫동안 머무를 예정인데, 전에 알려주신 토론토 웹 싸이트를 유용하게 볼거 같아요.. 고맙습니다
어진이: 쌈 안하고 사는 부부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세요 ㅎㅎㅎ
오랫만이예요. 모두 평안하시고, 짝꿍께서도 열심히 공부하시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긴 아직 어리죠?
결실의 계절 가을이 왔는데, 힘내자님의 가정에 많은 삶의 결실이 맺이길 빕니다.
한국서 오신 친구도 많은 좋은 추억들을 만드시길 바라고요.
건강하세요.
Isy: 글 잘 읽었습니다.....우리집은 반대인데... 캐나다 가면 한번 뵙고 싶어요
어진이: lsy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의 집과는 반대라고 하셨는데,
건설적(?)이고 환경을 사랑하는 의견을 이야기하시는 분이 본인이십니까?
본인이시라면 동지를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쁜이: 오랜만이죠?
저 밴쿠버에서 ESL받느라 머리 쥐어짜고 있지요...가 아니고 슬슬 공부하고 있답니다.
ESL은 받고 있는데 여긴 슬슬 놀아가면서 가르쳐요.
어진이 님같은 분만 계시면 이 세상이 오염이 안되고 사기도 없을 것이고 사람끼리 다툴일도 없을 거예요.
어진이 님께서 순진 님과 다투는 일은 다투는 것도 아니지요.
어진이 님 행동 참 훌륭하십니다.
박수....
저도 반성좀 했어요.
어진이: 이쁜이님, 안녕하셨어요? 그러지 않아도 어떻게 지내시나 궁굼했었습니다.
온 가족 모두 평안하시지요?
카나다에서 처음 맞은 추석은 어떻게 보내셨어요?
토론토는 그렇게 날씨가 좋다가 추석날 저녁에 흐려져서 호수에 갔다가
달이 뜨는 것을 보질 못하고, 집에오니 날씨가 개이더군요.
그래서 뒷 마당에 의자를 놓고 달을 쳐다 보며 고향생각을 했습니다.ㅎㅎㅎ
토론토는 이제 단풍이 들기 시작합니다.
결실의 계절 가을인데, 이쁜이님의 삶의 바구니에 많은 결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쁜이님, 좋은 소식있으시면 알려주세요.
은경: ㅎㅎㅎ 재밌게 잘 읽고는 있는데, 시상에서 탈락된건가요? 아니면 벌써 장원을...??!!^^ 어진이님~ 어진이님은 누가 뭐래도 쫀쫀하고는 거리가 먼 분입니다. 깍두기가 보증합지요. *^^*
어진이: 탈락했어요. 그 덕에 여러분이 읽으실수 있게 됐으니 잘됐는지도 모르지요…. 입선하면 저작권을 자기네 가진데나요? 그리고 internet에는 못 올린데요.. 그래서 소식듣자마자 올리는겁니다.ㅎㅎㅎ
글라라: 그럼.. 탈락되신 걸 축하드려요. 우리가 재밌게 읽고 있으니까요.^^ 이 글 속의 어진이님과 제 짝꿍이 거의 같은 수준으로 잔소리(?)를 하거든요. 그럼 제 짝꿍도 쫀쫀이** ^^;
은경: 왜 한번에 다 올리시지 않는거여요? ㅎㅎㅎ
사과: 저요, 저요. 저는 커피물 끓일 때 컵으로 재서 끓여요~ 칭찬해주세요.
어진이: 글라라님, 잔소리라~ 잔소리가 아니지요. 건설적인 의견(?)이 아닌가요?ㅎㅎ
은경씨, 더 토막을 낼려고 하다가 이 정도로 하는 겁니다.
사과님~ 사과님은 딱~~~ 제 type이시군요.ㅎㅎㅎ 동지를 만나서 반갑습니다!!!.
Catherine: 전 쫀쫀이.... 어감이 좋은대요?
어진이: Cathy, thanks. 이래서 세상은 살 재미가 있어요!
성원: 요새 좀 정신없는 일이 생겨서리 이방엘 못들어왔었더랫는데, 그동안 어진이님이 무지 재밌는 이야기 연재중이셨네요.
Catherine: 전 소설보다 수필을 더 좋아하는디 이렇게 주인공과 작가님을 알고 읽는 수필의 재미가 더 좋은걸요? 다음편은요?
어진이: Catherine님, 작가라니요? 무슨 말씀을... 여섯번째가 마지막인데 언제 올릴까나~~~ㅎㅎㅎ
어진이: 성원씨, 아이들 학교는 잘 해결됐어요?
은경: 이거이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헷갈리기 시작입니다요~ ㅎㅎ
어진이: 실화입니다. 저는 실화만 쓰는 사람입니다.
은경: 증말 어진이님께서 폭발하셔서리 저런 말쌈을?? 오메나~~ 빨랑 다음편 올려 주시어요~~ *^^*
어진이: 은경씨~, 거~ 좀~ “부호”를 잘 보시라구요! 그게 입밖으로 나온것이 아니고~, 속으로 생각만 했다는 겁니다. 고따우 소릴 입밖으로 냈다간, 그 날이 내 제삿날입니다!ㅎㅎㅎ
글라라: 이심전심이라고나 할까요? 순진이님 화이팅!!^^
어진이: 에고~~~ 순진이가 무척 좋아합니다.
혜림아빠: Way to go~ "어진이님"~ Ladies!, Have you ever thought why guys are getting "쫀쫀" as they are getting older?
어진이: ㅎㅎㅎ Way to go~ 혜림아빠~
은경: 너무 교훈적인 내용이라 상을 못탔나봐요.^^;; 이 글의 하이라이트는.......... '이 글을 저의 삶의 반려자, 순진이님께 드립니다.' 가 아닌가 싶네요. 순진이님~~ 증말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