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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빵가게 앞에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길게 줄을 늘어선 장면이 뉴스에 나왔다.
열 두 시간을 기다린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 사진을 보고 처음에는 빵을 배급받기 위해 기다리는 전쟁국가의 난민들인 줄 알았다.
자세히 들어보니 그 곳은 전쟁국가가 아니라 서울 강남이었다.
난민들의 식량배급줄이 아니라 서울에 새로 문을 연 웬 프랜차이즈 식당에 가려고 늘어선 줄이라는 걸 알고 놀랐다.
양수리 두물머리 핫도그집이 강남에도 지점을 냈나 했지만 그건 아니고,
핫도그도 파는 햄버거집 '화이브 가이즈'가 서울 강남에 1 호점을 열었다고 한다.
화이브 가이즈는 출퇴근 할 때 이용하는 QE2 프리웨이에서 오다가다 간판을 본 적은 있지만 한 번도 가 본 적은 없다.
10 년이 지나도록 거들떠 본 적이 없는 햄버거집에 본토 동포들이 저리도 열광을 하는 모습을 보니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구글을 열어보니 에드먼튼에 다섯 군데의 점포가 있었다.
햄버거를 시식하기 위해 그 중 집에서 가까운 지점으로 행차를 했다.
하비같은 곳에서 햄버거를 주문할 때는 올더웨이(모든 토핑을 다 넣는 것)로 주문하지만, 멀쩡한 선진국 시민들을 난민으로 착각하게 만든 이 대단한 햄버거의 본연의 맛을 보기 위해 토핑은 두 개(구운 버섯과 구운 양파)만 넣어달라고 했다.
햄버거의 첫 인상을 혼란스럽게 할 위험이 있는 토마토와 피클도 과감하게 제외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고기맛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유서깊은 버거 반의 수제버거에 비하면 뛰어나게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바삭하게 튀겨진 베이컨과 촉촉담백한 패티가 묘하게 잘 어울렸다.
호일에 싸여 있는 동안 눅눅해진 번은 보기는 그랬지만 먹기는 좋았다.
감자튀김 정말 맛있네.. 종이컵에 가득 담은 것도 모자라 종이바닥 위에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진짜 압권은 햄버거가 아니라 감자튀김이었다.
냉동고가 없는 것으로 유명한 화이브 가이즈 답게 감자튀김은 생감자 핸드컷이라 진짜 감자맛이 생생했다.
땅콩기름으로만 튀긴 프라이답게 고소해서 무지막지 하게 많이 준 (라지로 시켰다) 감자튀김을 결국 다 집어먹고 말았다.
다시 갈 의향이 있는가?
햄버거 팬은 아니지만, 아이다호 감자로 만든 튀김을 먹기 위해 가끔 갈 의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