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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국정치에 관련한 마지막 글을 올린 게 4 월 26 일이었다. 이제는 누가 보더라도 파국을 향해 폭주하고 있는 고국사태에 두 달 반 동안 침묵했던 이유는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가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4 개 공화국 11 명의 대통령을 보아왔지만 윤석열 대통령처럼 그 자신과 가족, 측근의 수준과 인간적 자질이 형편없는 정권과 집단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독재라든가 무능, 권위주의, 이런 단어들은 이들의 수준과 자질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양아치라는 단어가 이들 집단, 특히 이들 부부의 인간적 자질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해 준다. 서글프게도 이게 고국의 현 주소다.
저 어처구니없는 윤석열 정권과 패밀리집단이 아니어도 지금 고국은 모든 면에서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반도체산업 강탈 및 재편음모와 재생에너지 확보실패, 인공지능 등 혁신 테크놀로지 경쟁탈락 등으로 그 경제적 기반이 송두리째 내려앉을 위기에 몰려 있다. 이런 판국에 정치적 태풍을 예고했던 그 사건이 몇 달 동안 유령처럼 상공을 떠 돌다가 결국 표면화되었다.
정치적 태풍이란 윤석열 대통령과 그 가족의 정치적 파멸과 사법처리를 의미하는 것이고, 태풍을 예고했던 그 사건이란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경천동지할 탈법적 노선변경 내막이 만천하에 낱낱이 폭로된 사태를 말한다.
이 사건의 내막은 전혀 복잡하지 않다. 변명이나 은폐의 여지가 없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권력남용 경제비리라 저 어처구니없는 노골적 도둑질에 누구라도 분노하지 않을래야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다.
아무리 자기 나라 국민들을 개돼지로 보는 자들이라고 하더라도 간이 배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 저지르기 어려운 사건이다. 세계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한국같은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윤석열 정부를 무너뜨릴 핵폭탄급 태풍을 일으킨 장본인은 ‘더 탐사’도 아니고 더불어민주당도 아니었다. 윤석열 정부의 국토교통부 장관 원희룡이었다.
한국의 일부 매체들은 원희룡의 갑작스런 ‘고속도로건설 백지화’ 발언을 두고 ‘대통령과 사전에 교감하고 내락을 받았을 것’이라느니 ‘도둑이 제 발 저린 나머지 똥뀐 놈이 성내는 꼴’이라느니 하는 헛발질 보도를 하고 있지만 사건의 내막은 전혀 다르게 전개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범인이자 주역은 김건희라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원희룡이 이 사건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도 합리적 추론이다. 왜 그런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맨 뒤에 설명하기로 하고 어리둥절해 있는 알버타 동포들을 위해 도대체 이게 무슨 사건인지 정리부터 하겠다.
고속도로 노선과 종점이 느닷없이 하루아침에 변경됐다.
그 바람에 지난 15 년 동안 이루어졌던 도로건설의 목적확정, 지형조사, 환경 및 생태 영향조사, 도면설계, 기획재정부 위탁기관들의 세밀하고도 철저한 예비타당성 조사 등 모든 완료된 절차와 그 사전절차에 들어간 수 십 억 원의 예산집행이 일거에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새로 결정된 고속도로의 노선과 종점은 본래의 도로건설목적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통과구역에 산이 많아 터널을 무려 여덟 개나 더 뚫어야 하는 등 환경파괴와 예산낭비를 동시에 초래할 수 있는 곳이었다. 교통량, 교통체증지수, 인구밀집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양평군 양서면 국수리로 향하는 원래 노선을 제쳐두고 개뚱딴지같이 목적, 예산, 환경 등 모든 평가기준에 맞지도 않는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로 종점이 급작스럽게 변경된 이유를 처음에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애당초 노선변경이란 모든 예비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새 결론이 나오지 않는한 불가능한 것이었고, 천문학적 액수의 초과예산과 환경생태영향을 초래하는 문제로 인해 노선변경이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없었다.
고속도로 노선변경공작은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인 2022 년 3 월부터 5 월 사이 당선인 시절에 누군가의 지시 또는 압력에 의해 강행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노선변경이 확정된 것은 아직 윤석열 당선인의 인수위 시절이자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이틀 전인 2022 년 5 월 8 일이었다. 추후 문제가 되었을 때 행정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둑질의 알리바이를 미리 만들어 놓았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을 가진다.
한국의 언론매체는 새로 변경된 종점 부근에 김건희 일가가 약 7 천 여 평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표현하지만, ‘김건희 일가’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토지 대부분의 실소유주는 김건희와 최은순이기 때문이다.
선산 등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는 일부에 불과하다. 제보에 따르면 차명소유가 특기인 최은순 씨의 부동산 운용 특성으로 보아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린 일가소유의 땅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다른 사람 명의의 땅에 최은순 씨 명의의 근저당이 설정된 토지도 발견됐다.
고속도로 노선변경이 결정된지 5 일 후인 2022 년 5 월 13 일에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된 윈희룡은 이 사건의 종범 또는 방조자였을지는 몰라도 노선변경 결정자는 아니었다. 그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취임 초기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자기 임기 중에 일어난 일은 아니었던만큼 탈법을 실행한 공무원들(그의 표현에 의하면 늘공)에게 모든 책임을 떠 미루어둔 채 침묵과 묵살로 일관했다.
그는 비록 장관으로 임명되기는 했지만 윤석열 사람이 아니다. 독자적인 정치야망을 가지고 있는 보수정통파 정치인이다. 다만 정치적 지역기반(제주도)이 약해 지자체장, 장관등으로 연명하며 차기를 준비하고 있던터에 이 사건이 표면위로 등장하자 크게 당황했던 것으로 보인다. 잘못하다가는 이 핵폭탄급 김건희 스캔들에 끌려들어가 정치적 숨통이 끊어질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원희룡의 7.6 기자회견은 겉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윤석열 - 김건희 공동정권과의 결별선언이나 다름없다.
그는 바보가 아니므로 이 사건이 결코 가짜뉴스공작이나 역선동으로 덮힐 수 있는 사건이 아니며, 이 사건을 두고 똥싼 자세로 어정쩡 어영부영 하다가는 자기가 덤탱이를 쓰고 크게 다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은 적어도 ‘자신은 이 도둑질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몰랐다’ 고 변명할 수는 없으되, 지금이라도 위장전향한 종범으로 남는 것이 파멸을 앞둔 윤석열, 김건희 부부와 함께 무덤으로 끌려들어가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따라서 그가 백지화 결정을 대통령과 상의하지 않았다고 한 말은 거짓이 아니라고 본다.
다만
그가 마음을 추스릴 시간과 여유가 조금 더 있었다면, 그 결별선언을 훨씬 더 멋지게 할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의 7.6 ‘고속도로 건설백지화’라는 황당깽뚱한 기자회견은 알아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극히 일부만이 ‘나는 죄 없어요!’ 하는 읍소 겸 결별선언으로 간신히 알아들었을 뿐, 결국 기회주의자의 죽도밥도 아닌 무대뽀 촌극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으니 하는 말이다.
그건 그렇고,
그 날 이후 한남동 관저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원희룡을 향해 저주를 퍼붓고 있을 두 부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자신과 결별선언을 한 장관을 확 잘라버릴 수도 없고, 차기 총선공천을 절대로 거부할 수도 없는 기가막힌 외통수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도둑녀의 겁없는 전횡으로 난장판이 된 나라 꼬라지가 정말 점입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