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아들 현이(두번째) 2005-3-19
막내는 일 주일 후에 인터뷰를 했다. 전에 일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았다. 5명과 인터뷰를 했는데 모두 아는 사람들이었고 아주 잘 대해 주어서 좋았다고 했다. 직장이 되면 전에 자기가 하던 일을 하게 될거라면서 training이 필요 없어서 회사 쪽에서도 좋아한다고 했다. 오래간만에 핀 막내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좋았다.
“아빠, 나 직장이되면 선생 안할래”
“임마, 결과도 모르면서… 너무 서두르지마”
“아빠, 예감이 좋아”
“알았어, 그렇지만 사람 일은 아무도 몰라”
요즘은 직장 사정이 안 좋다 보니, 직업소개소에서 보내는 이력서에는 박사, 석사의 고학력자들도 수두룩하고 게다가 새 이민자들은 보수의 고하를 막론하고 무슨 직업이든 잡을려고 하기 때문에 전에 일한 경험이 있고, 모두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막내의 이야기로는 자기가 제일 처음 인터뷰을 했고 앞으로 네 사람을 더 인터뷰한 후에 결정한다고 했단다. 빠르면 일 주일 후에는 결정이 날거라고 했단다.
일 주일이면 결정된다던 것이 2주가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막내는 자신만만해 하더니, 점점 불안해 하기 시작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학교 자원봉사도 해야 하는데, 그때까지도 신원조회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국에 연락을 해 보면 벌써 보냈다고 하고, 편지는 오지 않고 점점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이젠 막내가 하도 전화를 하니까, 경찰국에서도 목소리를 알아 듣고 신경질조로 이야기한다고 했다. 막내가 직접 가서 pick up을 하면 안돼겠냐고 했더니, 그건 규정상 안된다고 했단다.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경찰들은 약간 도도하게 마련이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시간은 11월로 접어들고 있었다. 아내가 하는 세탁소 손님 중에 Mississauga 시의원도 있었고, 은퇴한 경찰관도 있었다. 아내는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된건지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 한국이건 카나다건 connection이라는 건 참 중요했다. 손님들은 자기 일처럼 신경을 써 주었다. 아내가 성의껏 손님들을 대해준 데 대한 결과였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computer 기록에 보낸 것으로 돼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기다리라는거야. 그렇다면 우편배달에 문제가 있는건가?
‘씨~앙~ 노무 X끼들! 경찰국이던, 우체국이던 일들을 어떻게 하는거야!’
안 할려고 애를 써도 저절로 욕이 나왔다. 나도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것 같았다. 온 가족이 회사에서 오지 않는 소식과 신원조회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누구라도 잘못 건드리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았다.
아내의 손님 중에 토론토 경찰국에 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있었다. 오래간만에 찾아 온 그 녀에게 신원조회 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모양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고. 그 날 저녁 그녀에게서 집으로 전화가 왔다. 자기가 직접 Peel 경찰국의 책임자와 통화를 했단다. 무엇이 어디서 어떻게 잘못 됐는지, computer file에는 보낸 것으로 돼 있는데, 실제로는 보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기가 책임자와 직접 이야기해서 Information Desk의 책상 설합에 현이의 신원조회 결과를 넣어 놓기로 했으니, 다음 날 아무 때나 경찰국에 가서 직접 찾아 가라는 것이었다. 막내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경우를 당해서 자기가 전화를 안 했더라면, 언제 그 잘못이 발견될지 몰랐다고 했다.
‘역시 “줄”이 좋긴 좋구나! 그래서 사람은 항상 친절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해!’
그 날 따라 아내가 그렇게 커보인 적이 없었다. 정말 위대한 아내였다!
막내는 다음 날 일찍이 경찰국에 갔다. Information Desk에서 일보는 여경찰에게
“저~ 신원조회 결과를 찾으러 왔습니다”
“이름이 무었입니까?”
“현이입니다” computer file을 check해 보더니
“이미 집으로 보냈습니다. 집에 가서 기다리세요”
무뚝뚝하게 사무적으로 이야기 했다.
“압니다. 저도 수십 번 전화를 했습니다. 이곳 행정상의 문제가 있어서 보내지지 않았습니다”
여경찰이 힐끗 쳐다 보는데, 그 얼굴 표정이 “웬 미친 놈 다 보겠네!”하는 표정이었다.
“집에 가서 기다리세요” 그리고는 딴 사람과 이야기했다.
이야기가 다 끝나기를 기다려서
“책상 설합을 열어 보세요. 그 속에 있을 겁니다”
“뭐라구요? That’s impossible!”
“신원조회 책임자가 그렇게 한다고 했습니다”
“여지껏 여기서 신원조회를 직접 pick up을 해 간 사람이 없습니다”
“압니다. 그러나 이건 예외이고, 저는 신원조회를 10주 기다렸습니다. 급합니다”
“집에 가서 기다리시라니까요!”
“당신들의 실수로 computer에는 보낸 것으로 돼있지만 실제로는 보내지지 않았습니다”
여경찰은 ‘정말 오늘 재수 옴붙었네!’하는 표정이었다.
막내는 “부탁합니다! 제발 설합을 check해 주십시요”라고 말했다.
여경찰은 ‘별 미친 놈 다 보겠네!’ 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마지 못해 설합을 열었다.
현이 이름이 적힌 봉투를 꺼내더니 얼굴 빛이 변했다. 얼마나 기가 막혔던지 말도 못하고 어쩡쩡한 표정으로 봉투를 물끄럼이 쳐다보고 있었단다.
얼굴 표정이 ‘도대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야? 진짜 거물의 아들인가?’하는 것 같았다.
하도 봉투를 들고 멍청히 있길래, 막내는
“Excuse me. Can I have it?” 그 녀는 아무 말 못하고 봉투만 건네 주었다. 하도 화가 나서 한 마디 해 줄려고 하다가 봉투을 받아 들고 고맙다는 소리도 안하고, 현이는 ‘내가 뭐랬니? 너 몸조심 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돌아서서 의기양양하게 경찰국을 나왔단다.
막내의 말을 들으면서 아내와 나는 통쾌해 했다. 그리고 손님이 고마웠다. 그 손님이 아니였더라면, 막내의 자원봉사는 물건너 갈뻔 했다. 그러면 교육대학은 도루묵이되고……
막내는 둘째네 학교에서 월요일 부터 자원봉사를 하기로 계획을 잡아 놓았는데, 회사에서는 그 때까지도 소식이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여보, 당신이 한번 알아보면 안돼?”
“이 사람이~? 내가 그럴 어떻게 해?”
“일 주일이면 결과가 나온다고 했는데 벌써 석주가 지났자나요?”
“안됐나 보지…”
“설마……”
“아무리 친구 사이라고 해도 이런 일은 아주 조심해야 돼”
사실 나도 막내나 아내만큼 결과가 궁금했다. 그러나 공은 공이고 사는 사였다. 막내는 직장만 되면 교육대학을 그만두겠다고 누누히 이야기하더니, 이젠 포기를 했는지 자원봉사 할 준비를 했다.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한번 이야기해보자.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서 기분이 상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Physics Department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Brian, 지금 바쁘냐?”
“아니, 괜찮아”
“너하고 잠간 이야기해도 되겠냐?”
“그럼…”
“내가 지금 네 사무실로 갈께”
Physics Department 책임자는 내 신세를 종종 지는 사람이었다. 가끔 급하게 분석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내게 부탁을 하면 내 일처럼 성의껏 해 주었고, 때에 따라서는 주말에도 나와서 일을 끝내 주어서, 중요한 meeting에 지장이 없게 해 주었다.
“Brian, 정말 내가 이렇게 너를 만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이야기 해봐”
“나도 공과사를 구별할 줄 아는 사람아야”
“내가 알지! 뜸들이지 말고 말해”
“이야기할께. 그러나 내가 오늘 너를 만난게 사람을 뽑는데 절대로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야~ 나도 공과사는 구별하는 사람이야 ㅎㅎㅎ”
“사실은 현이가 여기 직장이 안되면, 교육대학에 갈려고 월요일부터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하거든…”
“그렇구나!”
“그런데 현이가 여기서 직장을 잡으면, 이 모든 복잡한 일을 할 필요가 없잖니”
“……”
“내가 생각하기엔 결정이 난 것 같은데……”
“아직 결정이 안났어. 나도 일 주일이면 끝날 줄 알았어.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
가슴이 철렁했다.
“아직 한 사람을 인터뷰 못 했어. 내가 솔직이 이야기할께”
Brian은 벌써 현이까지 4명을 인터뷰했단다. 그 네명 중에서는 현이가 제일 좋은 candidate라고 했다. 이제 한 사람 남은 사람은 여자인데, 그녀도 현이처럼 Physics Department에서 Co-op으로 일한 여자라고 했다. 일도 아주 잘했고 착실한 학생이었단다. 두 주전에 인터뷰를 했어야 했는데 사정이 생겨서 인터뷰를 연기하게 되었고, 인터뷰 스케즐이 화요일로 잡혀 있다고 했다. 그 인터뷰만 끝나면 곧 결정될거라고 했다. 그녀도 Physics Department에서 일할 때, 대인관계가 좋았단다. Brian의 말로는 현이와 그녀 둘중에 하나가 될거라고 했다. Brian은 일단 현이더러 자원봉사를 하라고 하고 만약 현이가 채용이 되면 그때 학교에 사정 이야기를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Brian의 사무실을 나왔다. 속이 답답~해져 왔다.
힘내자: 정말 잘 아시겠네요.. 지금 저희 부부의 마음 상태를요.. 가슴이 꽉 막힌거 같은..
지난주 본 인터뷰는 운좋게 connection도 있고 걱정하지 말라지만.. 기다림은 정말 또다른 어려움이예요..
제가 일을 해 볼려구요.. 신랑이나 아이들에게 부담이 적게 일주일에 세번 저녁에 하는 일로 골랐는데요, 시작하기전 그것도 저의 마음을 무겁게 하네요.. 해보면 할만 할텐데요.. 서비스 업이라 더 그래요. 오래 하길 바라는 눈치인데 취직이 되면 그것도 곤란하고.. 몇가정 없는 구역예배에 빠지는 것도.. 별게 걱정이지요..
신랑이 풀이 팍 죽어 캘거리로 이사가자더라구요.. 다 접고 거기서 다시 뭐든지 해 보자구요.. 그러다가 인터뷰를 보았는데 이번엔 정말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공부는 참 열심히 했어요.. 주중엔 이곳 친구들이랑 스터디 하고 주말에만 집에 오고 미국에 가서 캐나다에는 아직 없는 기술도 배워 오고, 그래서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그 자격증을 딸 계획이였는데 6개월 작정했던 공부가 넘 어려운지 8개월이 지났고 6개월, 1년이 더 걸릴지 모르겠어요.. 인터뷰 준비하고 그러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지금은 일단 보류 중이예요..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은 이곳 사람들이라 시민권이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 취직 되서 가는 분위기구요.. 그래서 더 힘들지요..
아이들이 어려서 참 다행이예요.. 조금만 더 컸어도 놀러가고 싶은데 많고 스키도 타러다니고 그러는데 그냥 엄마가 부지런히 친구들 만들어 놀아주면 되네요.. 우리 나중에 놀러 많이 많이 다니자...
현이씨가 취직이 됐겠거니 했는데 오늘도 결말이 안 났네요.. 됐을거 같아요.. 맞죠..
저의 불안한 마음을 가끔, 자주 아이들에게 나타내곤 하는데 어진님은 물론 안 그러셨겠지요.. 지난번 신랑이랑 싸우고 화해하는 법을 알려주셨잖아요.. 그거 보고 속으로 제가 그랬어요.. 그렇게 화해할 사람이면 아예 싸우지를 않겠네요.. ㅋㅋ 그런 일들이 어진님 가정에선 발생하나 봐요.. 한번 신랑한테 해 볼까요.. 보나마나 얘가 왜이래 그러겠지요..
오늘도 수다가 많았어요.. 세번째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일년전인가 이곳에서 어진님이 세째아들 취직 걱정하시던 글을 본게 기억나네요..
어진이: 힘내자님의 글을 읽은 후에 가만히 눈을 감고 기도했습니다. 힘내자님의 신랑을 위해서
좋은 소식이 오면 참 좋겠습니다.
세상에 다투지 않는 부부가 어디 있습니까?
있다면 나와 보라구 하세요.
문제는 타투는데 있는게 아니라, 타투고 난 다음에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 라고 생각합니다.
밖에 봄기운이 도네요.
봄이 곧 올 것 같아요.
봄소식과 함께 반가운 소식이 오길 기도 할께요.
은경이: 그 뒷 이야기가 넘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