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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투어가 모조리 취소됐다. 언제 재개된다는 기약도 없다.
범죄전과가 있는 주한미국군 병사가 공동경비구역에서 월북하는 바람에 투어를 계획하고 있던 여행자들이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미국군 병사가 기술적으로는 아직 전쟁중인 적국으로 갔으니 월북이라고 해야할지 투항이라고 해야할지 애매하다.
보도를 아무리 읽어봐도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이해가 안된다.
인천국제공항 제 1 터미널 39 번 게이트에서 텍사스 주 댈러스로 가는 어메리칸항공 280 편 (AA280) 탑승을 기다리다 느닷없이 밖으로 나가 판문점 투어에 참가했다고 한다. 말인지 막걸린지 구분이 안되는 소리다.
인천공항을 빠져나온 것은 그렇다치고, 범죄전과가 있는 미국군 강제송환자가 신분확인절차가 엄중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판문점투어에 어떻게 참가할 수 있었을까?
나는 2015 년 이 투어가 참가한 경험이 있다.
이 투어는 한국정부가 아닌 유엔사가 관할하고 운영하는 투어다.
투어인원 모집은 한국측이 한다. 2015 년 당시에는 지정된 여행사에서 모집했고 지금은 통일부 판문점견학지원센터가 모집하는 것 같다. 유엔사가 관할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외국인 투어참가자는 출발 4 일 전까지 여행사를 통해 여권사본을 유엔사에 제출해야한다.
한국국적자들의 신원조회는 한국 국가정보원이 하고 외국인들의 여권조회는 유엔사와 한국 법무부가 한다.
통일대로를 따라 북상한 버스는 한 시간 후 통일교 검문소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대한민국 육군 제 1 보병사단 (전진부대) 관할구역이라 이 한국군 사단 부대마크를 단 병사들이 올라와 탑승자들의 여권을 일일이 확인한다.
검문소를 통과해 5 분 쯤 들어가면 캠프 보니파스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가 대한민국의 행정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이른바 Joint Security Area 다.
JSA를 관할하는 주체는 유엔군사령부와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다. 말이 공동경비구역이지 1976 년 8 월 18 일 발생한 판문점 나무자르기 사건 이후 그 의미가 퇴색됐다. 이 사건으로 유엔사와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서로 협정을 맺고 각 전쟁주체가 군사분계선 밖으로 병력을 철수해 버린 것이다.
이제 남은 진정한 의미의 공동경비구역이 있다면 양측이 번갈아 사용할 수 있는 다섯 개의 군사정전위원회 건물 뿐이다.
일단 여기까지 왔으면 북으로 넘어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군사정전위원회 건물 사이에 있는 폭이 50 cm 정도되는 돌분계선을 폴짝 뚸어넘어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하하 웃고 뛰어가든 춤을 추면서 넘어가든 일단 넘어가서 ‘나 잡아봐라’ 하면 유엔사측으로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
한 마디로 황당한 거지..
그 미국군 병사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엄중하고도 혹독한 심문을 받고 있을 것이다. 북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그 병사가 그토록 쉽게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지 빠르고 정확하게 진상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건 그렇고,
오랫동안 외국인들에게만 일반투어를 허용해 내국인 역차별 비난이 일었던 판문점 투어가 내국인에게도 개방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이런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투어기회를 기약도 없이 놓쳐버린 투어신청자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