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이야기 (첫번째) 2006-5-9
오래 전에 유서의 중요성에 대해서 쓴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다. 어떤 사람이 유서를 작성해 놓지 않고 갑자기 세상을 떠나서 남아있는 가족들이 많은 어려움을 격고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사람은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대학에 다니는 딸 두명과 함께 살았다고 했다. 50대 초반이었던 사람은 유서는 생각지도 않고 살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딸들에 의하면 얼마의 저축도 있었고 약간의 재산도 있었지만 유서가 없어서 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해결이 될 때까지는 어떻게 해볼수가 없다고 했다. 당장 아버지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장례 비용이 없어서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금전적인 문제까지 겹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이젠 주위에 아는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종종 듣게 된다. 그 만큼 나이들이 들었다는 이야기일거다. 우리 부부도 아직까지는 유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해서 유서를 작성해 놓지 않고 지냈었는데 신문기사를 읽고나서 유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유서”하면 괜히 기분 나빠하는데 그럴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사람일이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아닌가!
“여보, 우리도 유서를 작성해 놓아야 할 것 같애!”
“맞아! 괜히 찜찜하게 생각하지 말고 작성해~”
“그래~ 만약 우리 둘다 함께 잘못되면……”
“여보~ 어째 으시시하다~”
“쓸데없는 소리! 이건 그냥 가정일뿐이야”
“맞어! 당신 손금을 보니까 아주~ 오래 살겠더라구! ㅎㅎㅎ”
“아주 돋자리를 까시지요 싸모님! ㅎㅎㅎ”
순진이는 어디서 배웠는지 손금에 대해서 아는 게 꽤 많았다.
“계속해 봐~”
“우리 둘이 다 잘못되면 집이랑, 보험금이랑, RRSP이랑 모두 똑같이 3등분해서 세 아들에게 가게하지?”
“물론 그래야지!”
“그래, 그럼 내가 잘못되면 모든 것은 당신 앞으로 가는 걸로 하고……”
“…… 그렇게 해……”
“그리고 당신이 잘못되면 모든 걸 내 앞으로 하고……”
“……”
“그럼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유서를 작성해서 보관하고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아이들에게도 무슨 일이 생기게 되면 유서가 어디에 보관돼 있다는걸 알려주자구”
“…여보~ ……”
“왜~?”
“여보, 오해하지 말고 들어……” 아내의 얼굴이 좀 심각해졌다.
‘이 여자가 갑자기 왜 이래?’
“뭔데 그래?”
“만약에 내가 잘못되면……”
“어~”
“내가 잘못되면……”
“왜 이렇게 뜸을 들여! 말해 봐 뭔데~?”
“ 내가 잘못됐을 때… 모든 게 당신 앞으로 가게 하는 거… 싫어!”
“??????”
“모두 다 당신 앞으로 가는 거 싫어!”
“무슨 소리야~!” 몽둥이로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것 같았다.
‘이 여자가 쥐약을 먹었나?’ 농담이기에는 아내의 얼굴이 너무나 진지했다!
“그럼 어떻게 할건데?”
“나는 똑같이 4등분을 해서 당신과 세 아들에게 똑같이 가게 하고 싶어!”
“뭐라구~?”
“……”
“그럼 내가 먼저 가도 마찬가지로 4등분할꺼야?”
“아니~”
“???....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여보~”
“가만있어 봐! 내가 먼저 가면 몽땅 당신거구, 당신이 먼저 가면 나는 4분의 1만 가지라구~?”
“……”
“이게 무슨 놈의 도둑년 심뽀야!” 하도 기가 막혀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심각하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가 핏대를 올리고 싸움을 할 판국이 되었다.
‘젠장~ 돈이 관련되니까 남편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단 말이지!?’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런 생각을 한거야? 이유나 들어보자”
“남자들은 믿을 수가 없어……”
“뭐러구~?”
“……”
“좋아~ 남자들을 못 믿는다구 하자. 당신~ 나를 못 믿겠어?”
“……”
“당신 나랑 몇년을 살았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요즘 신세대들이 쓰는 말로 뚜껑이 화~악 열렸다.
“믿어! 그렇지만……”
“뭐야~ 똑똑히 이야기해 봐~!”
“지금에 당신은 믿어! 정말 믿을만 한 사람이야!”
“어이구 고맙수~!”
“그런데 내가 떠난 다음에 혼자 된 당신을 믿을 수가 없어!”
“와~ 미치고 팔짝 뛰겠네~!”
아내는 심각한 얼굴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