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난관을 각오하거나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누군가와 함께 하고자 한다면 그건 정말 큰 사랑일 것이다.
예를 들어 서로 원수의 집안이지만 사랑에 빠진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경우다. 물론 이들은 셰익스피어가 창조해낸 가상의 인물들이므로 실제 세계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이들이 오해에서 비롯된 죽음을 맞이하지 않고 사랑의 결실을 맺어 결혼한다는 상상을 해 보자. 그들은 그 맹렬한 사랑을 오랜 기간 쭉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좀 회의적이다.
실제 세계에서의 예를 찾아보자. 에드워드 8세와 심슨 부인의 사례가 좋은 예이다. 심슨 부인은 미국인이고 두 번의 이혼 경험이 있다. 그리고 에드워드 8세는 영국의 왕이다. 왕실과 의회의 반대로 영국 국왕으로서의 에드워드 8세는 외국인이자 이혼녀이며 평민 출신인 심슨 부인과 결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에드워드 8세는 심슨 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미련 없이 왕위를 버렸다. 참으로 지고지순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실망스럽게도 이들의 사랑은 지속되지 못했다. 심슨 부인은 왕비의 지위를 원했는데 겨우 공작 부인의 지위에 그친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에드워드 8세도 섣불리 왕위를 버린것을 후회하며 지인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가 전해져 온다. 이들은 이혼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결국엔 별거에 들어갔다고도 알려져 있다.
지난 세기에 영국의 찰스 왕세자는 다이애나라는 평민 처녀에게 홀딱 빠졌다. 왕세자와 평민이라는 엄청난 신분 차이를 극복하고 그들은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이 세기의 결혼식은 전 세계에 생중계 됐다. 당시 꼬꼬마였던 나도 이들의 결혼식을 생중계로 목격했다. 뒤이어 이들의 사랑을 묘사한 영화가 특집으로 방송됐다.
모두가 알다시피 전 세계인이 주목한 이 결혼은 추잡한 뒷거래가 오가는 가운데 결국 이혼으로 종결됐다. 그리고 다이애나비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20세기 현실 신데렐라의 서글픈 말로다.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바로 삼성가의 이부진이 그 주인공이다. 호텔 신라의 대표이자 이건희의 딸이고 이재용의 여동생이다. 그녀는 한국에서 상위 0.1% 에 속하는 실제적인 귀족 가문의 일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그녀가 그녀의 경호원과 사랑에 빠졌다. 암살 협박을 받는 인기가수와 그의 경호원간의 사랑을 그린, 휘트니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보디가드' 의 한국 실사판이다.
그녀는 단식 투쟁을 불사하는 고집으로 아버지 이건희를 비롯한 집안의 반대을 꺾고 그녀의 보디가드와 결혼에 골인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후 그녀는 남편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한다. 수년에 걸친 오랜 법정 공방을 치른 후 결국 그녀는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이혼에 성공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지위도, 재산도, 지혜도, 그리고 불 같은 사랑마저도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결이 아니다. 도대체 왜?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그 답을 알 수 있다 : 제행무상 - 모든 것은 변한다. 사랑도 변한다. 어제의 사랑이 오늘의 증오가 될 수 있다.
사랑이 변하는 건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 어쩌고 하는 호르몬이 잔뜩 분비된다. 그리고 이 호르몬들의 양은 서서히 줄어든다. 최장 4년 정도가 지나면 서로에게 쒸인 콩깍지는 완전히 사라진다. 이후 이들은 성숙하고 장기적인 친밀한 관계가 되거나, 서로 소닭보듯하는 권태기가 오거나, 아니면 서로에게 철천지 원수가 되기도 한다.
나는 지금까지 행복한 인생을 즐기고 있다. 내 스스로 감히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아내와의 행복한 결혼 생활이 대부분의 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나는 이혼을 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 남은 삶에서 이혼이라는 이벤트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과연 이를 100% 담보하는 비결이 있기는 한 걸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