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na.co.kr/view/AKR20230819036600009
텅 빈 도시, 세상의 끝 같아"…캐나다 산불 1천건 진행 초비상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등 비상사태 잇따라 선포…"역사상 최악 산불"
접경 美워싱턴주도 시속 56㎞ 강풍 타고 산불 확산…수천명 대피령
캐나다 곳곳이 전례 없는 재앙적 산불을 겪고 있는 가운데 비상사태 선포가 잇따르고 있다.
좀처럼 불길이 잡히지 않으면서 피해가 확산하고 있으며, 캐나다에 인접한 미국 북서부에서도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며 당국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 데이비드 이비 주총리는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비 주총리는 "우리 주의 역사상 최악의 산불을 맞이하고 있다"며 "지난 24시간 동안 상황이 매우 빠르게 악화했으며, 이 전례 없는 상황이 오늘 저녁 정점에 달했다"고 말했다.
남쪽 미국 국경에 가까운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웨스트켈로나에서는 지난 수일간 화마가 맹위를 떨치며 마을 근처 언덕과 산을 불태우고 있다.
웨스트켈로나에서만 가옥 2천400채 가량이 비워진 상태이며, 몇몇 건물은 불타 무너져 내렸다.
일부 소방대원은 남아있는 주민들을 구조하려다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당국은 전했다. 아직 확인된 사망자는 없다.
이비 주총리는 "현재로서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다"며 "난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북극해에 인접한 노스웨스트 준주(準州)도 지난 15일 산불로 인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이튿날 대피령을 내리는 등 재난에 대응하고 있다.
불길은 주도 옐로나이프에서 15㎞ 떨어진 지점까지 번져온 상태로, 주민 2만명 중 95% 가량인 약 1만9천명이 대피를 마친 상태다.
AP 통신은 옐로나이프에 아직 문을 연 곳은 식료품점과 약국, 술집이 각각 하나씩뿐일 정도로 도시가 사실상 텅 비어버렸다며 "인적이 끊겨 유령 도시가 됐다"고 전했다. (이하 생략)
https://m.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308181439001
캐나다 역대급 산불로 도시 전체에 대피령···주민 2만명 ‘필사적 대탈출’
북서부 노스웨스턴 준주 주도 ‘옐로나이프’에
첫 주민 전체 대피령…“19일 정오까지 떠나라”
도시 빠져나가는 유일한 2차선 고속도로 정체
캐나다 역대급 산불, 대한민국 1.3배 면적 태워
16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지구관측소에서 촬영된 위성 사진에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 옐로나이프 인근에서 산불이 타오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캐나다 당국은 옐로나이프 주민 2만명 전체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NASA 지구 관측소/AFP연합뉴스
캐나다 북부 도시 옐로나이프 외곽에서 발생한 산불로 이 도시의 주민 전체가 긴급 대피에 나섰다. 지난 4월 말 서부 앨버타주 등에서 시작된 산불은 이미 대한민국 전체 면적(약 1004만㏊)보다 넓은 1370만㏊를 태우고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캐나다 북서부 노스웨스트 준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주도인 옐로나이프 전체 주민 2만여명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날 기준 산불이 도시에서 불과 15㎞ 위치로 접근하며 곧 불길이 시내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전날 오후 주민들에게 18일 정오까지 도시를 떠나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소방 당국은 “18~19일 이틀간 북서풍에서 서북서풍이 불어 옐로나이프에 산불을 몰고 올 것”이라며 “앞으로 매우 힘든 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캐나다에서 기록적인 산불이 시작된 이후 주요 도시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대피령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병원의 중환자실도 문을 닫고 환자 이송을 시작했다.
노스웨스트 상공에는 소방 헬기가 수일째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산불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기세다. 당국에 따르면 노스웨스트 준주에서 268건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총 4만6000명의 인구 가운데 65%가 대피하고 있다. 캐롤라인 코크레인 노스웨스턴 준주 주수상은 “사람들이 ‘전례가 없다’는 말에 지쳤다는 것은 알지만 이 상황을 설명할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 옐로나이프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가운데, 도시를 빠져나가는 고속도로가 불길과 연기에 휩싸여 있다. AFP연합뉴스
레베카 알티 옐로나이프 시장은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시 인근의 나무를 베어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북극권에 맞닿은 노스웨스턴 준주는 전체 면적의 4분의 1이 삼림 지대로 냉대림이 넓게 펼쳐져 있다.
이틀 안에 도시를 완전히 떠나라는 통보를 받은 주민들의 필사적 탈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항공편을 구하지 못한 주민들이 차량 대피를 시작하며 도로에는 긴 정체 줄이 생겼다. 옐로나이프에서 남쪽 앨버타주로 이어지는 도로는 2차선 고속도로 하나뿐으로, 소방 당국은 이 고속도로에 불길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피는 질서정연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주민들에게 제공된 가장 가까운 대피소는 옐로나이프에서 도로로 1000㎞ 이상 떨어진 앨버타주에 있어 15시간 가까이 운전해야 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옐로나이프에서 남쪽으로 300㎞ 떨어진 포트프로비던스 마을의 주유소 직원 린다 크로프트는 “주유하려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AP통신에 말했다.
17일(현지시간)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주도 옐로나이프에서 빠져나온 차량들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먼저 산불이 덮친 일부 마을 주민들은 위험천만했던 대피 상황을 전했다. 인구 3000명의 헤이리버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도망쳐 나온 린다 먼디는 CBC 인터뷰에서 “사방으로 튀는 불씨를 뚫고 운전을 하는데 자동차 범퍼가 녹기 시작하고 차량 앞 유리가 깨지면서 차 안에 온통 연기로 가득찼다”며 “여섯살 아들이 계속해서 ‘엄마, 죽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했다”고 긴박했던 탈출 상황을 전했다.
이 마을에서 탈출한 또 다른 주민 가스 카르만은 “곰과 야생 동물이 길가에서 산 채로 불태워지는 종말과 같은 장면을 목격했다”며 “불길이 도로를 덮치는 상황에서 운전하는 것 자체가 지옥이었다”고 말했다. 헤이리버에서 남쪽으로 약 39㎞ 떨어진 작은 마을 엔터프라이즈는 이미 화재로 90%가 소실됐다.
항공편이 금방 매진되자 군 비행기도 동원됐다. 한때 비행기 표값이 급등하며 주민 분노가 확산되자 두 캐나다 대형 항공사는 옐로나이프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추가하고 요금 상한선을 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산불이 발생한 캐나다 포트스미스 마을이 붉은 빛으로 변해 있다. AFP연합뉴스
캐나다산불센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토 전체에 걸쳐 1053건의 산불이 타오르고 있으며, 이 중 절반이 넘는 669건은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다. 올해 캐나다에선 총 5738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이미 대한민국 국토의 1.3배가 넘는 1370만㏊를 태웠다. 이는 지난 10년간 캐나다 평균 산불 피해 면적의 약 7배에 이르는 규모다. 산불로 대피한 주민도 누적 20만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올해 캐나다의 많은 지역이 비정상적으로 고온 건조한 날씨를 보이는 등 기후변화가 산불을 악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산불의 증가는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긴급 당국자 회의를 열고 노스웨스트 준주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