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할배 (네번째)
수미를 보러가는 차 안에서 순진이가 물었다.
“여보, 당신 기저귀를 갈 수 있을 것 같애?”
“글쎄~ 해본지가 하두 오래돼서……”
“나두 다 잊어버린 것 같애!”
“몇 번 해보면 제 실력이 다시 나오겠지……”
“그럴까?”
“물론이지~ 애 셋을 기른 실력이 어디 갔겠어?”
“우리 시합할까? 누가 더 잘하나”
“자신이 있는 모양인데, 만만치 안을껄! 해보자구~ ”
오늘은 찬이네 집에서 하루밤을 자기로 했다. 수미도 싫컷 보고, 다음 주말에 찬이 부부가 결혼식 피로연에 가기 때문에 Babysitting 예행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일 주일만에 보는 수미는 더 똘똘하고 예뻐 보였다.
“에구~ 내 새끼! 어디 보자~!”
순진이가 수미을 시내에게서 받아 안았다. 수미는 엄마젖을 싫컷 먹고 잠이 들었다가 깨면서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어이구~ 우리 수미 크는 거 좀 보자~!”
고 쬐끔한 아이가 기지개를 키는게 신기했다!
“신기하네! 기지개를 어른과 똑같이 하네!”
“수미야~ 할아버지가 우습다 그지~? 자기만 기지개를 할줄 아는가 보다! 그치~? 나두 할줄 안다고요!”
‘녀석 귀엽기는……’
수미는 입을 오물 오물거리면서 젖을 빠는 흉내을 냈다.
“여보~ 요 입 좀 봐~!”
“역시 우리 수미 입은 너무나 예쁘다!”
그때……
수미가 용을 쓰는 것 같더니 요란하게 방구을 뀌었다.
“어머~! 이게 무슨 소리니?”
“싸시네요~ 우리 수미가 싸십니다요~”
“ㅎㅎㅎㅎㅎ” 시내와 찬이가 목을 놓고 웃었다.
“놀랬어~! 아~니 쪼꼬만 애가 어떻게 그렇게 요란한 소리를 내니?”
“아빠를 닮았나 봐요” 시내가 웃음을 참으면서 말했다.
“할머니를 닮은 게 아니고~? ㅎㅎㅎ”
“여보~~~ 며누리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어!”
순진이는 수미 때문에 꼬집지는 못하고 눈을 한껏 흘기고 있었다.
“잘 됐네! 당신이 한번 기저귀를 갈아 봐”
“당신이 해~!”
“누가 하실래요?” 찬이가 수미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면서 물었다.
“이번엔 네가 해라. 우리는 옆에서 잘 보았다가 다음 번에 할께”
“그렇게 하세요”
찬이는 능숙한 솜씨로 수미의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제법이네!’
우리는 30년 이상 결혼 생활을 하면서 애 셋을 길렀지만 고추가 달리지 않은 갓난 애기는 평생(?)에 처음 보았다! 우린 당연히 갓난 애기들은 고추가 달린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있어야할 고추가 없는게 아닌가! 딸이면 고추가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막상 고추가 없는 수미를 보고는 놀랐다!
고추가 아닌 조개! 정말 이상했다!
노숙하게 수미의 기저귀를 가는 찬이를 보면서
‘내가 수미의 기저기를 갈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힐끔 순진이를 쳐다봤다. 모르긴 해도 순진이도 고추없는 갓난 애기는 처음 봤을 것이다. 순진이도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저귀를 채운 수미을 안는 찬이를 보면서
“야~ 여자 애들은 기저귀 갈기가 더 힘들겠다!” 한마디 했다.
“아니예요, 아버님! 여자가 휠씬 더 쉬워요!”
“왜~?”
“남자 애들은 가끔 기저귀를 갈때 물총을 쏘잖아요”
“ㅎㅎㅎㅎㅎ 그런가? 다 잊어버렸어!”
“여자 애들은 그런 걱정이 없어요 ㅎㅎㅎ”
“그렇구나! ㅎㅎㅎ”
“나두 여자 애가 더 힘들 것 같애” 순진이가 끼어들었다.
“당신두 우리 애들 한테서 물총 맞아봤어?”
“그럼~”
“어머님, 누가 물총을 제일 잘 쏘았어요?”
“네 신랑!”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시내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한 두 시간 정도가 지났나?! 수미가 낑낑 거리기 시작했다. 순진이가 수미를 안고 얼렀지만 계속 낑낑거렸다.
“얘가 왜 이래?”
“기저기가 젖었나 보구나…! 당신 처음 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겠어!”
“그럼 또 싼거야?!”
“갓난아기가 그렇지~!”
“찬아~ 기저기 갈아라~!”
“엄마가 갈아보세요”
“…… 당신이 갈아……”
“아까는 자신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당신이 먼저 해봐!”
“이구~ 사람두! 쫄기는…ㅉㅉㅉ”
수미를 받아들고 방으로 가서 changing board위에 눕혔다. 낑낑거리던 수미가 악쓰면 울기 시작했다.
“수미야~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곰가죽 아래를 벗기고 다리를 밖으로 꺼냈다. (우리는 아이들을 기를 때, 위 아래가 통짜로 불은 아기 옷을 곰가죽이라고 불렀다) 수미는 발가르름한 두 다리를 버드렁거리면서 울고 있었다.
“수미가 아주 힘이 쎈데? 다리에 힘이 팍팍 들어가! She is going to be a good soccer player!”
옆에서 보고 있던 시내가 거들었다.
“Good gymnast too!”
“Sure~!”
시내는 어려서 부터 gymnastics을 해서 굉장한 수준에 있었고, Ontario 선수권 대회에도 매년 나갔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가 여자라는 것을 안 후로는 수미를 gymnast로 키울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수미야~ 조금만 기다려~!”
버드렁거리는 다리를 피하면서 기저기를 뜯었다. 기저기를 펼치는 순간, 와아~~~ 수미의 아랫도리는 온통 노란 물질(?)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찬이가 기저기를 갈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냄새가 별로 안나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수미야~! 이게 뭐냐?!”
“어머~ 쪼끄만 애가 웬걸 그렇게 쌌니!” 순진이가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묘한 표정을 지었다.
“여보~ 여기서 부터는 당신이 해 볼래?”
“에이~ 당신이 시작했으니까, 끝까지 해! ㅎㅎㅎ”
순진이는 구경났다고 좋아하면서 웃고있었다.
‘두고보자!’
수미는 처음 보다 더 크게 울면서 다리를 버드렁거리고 있었다.
찬이가 기저기를 가는 것을 볼 때는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디서 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다.
‘어디서 부터 손을 대야 하지?’
“여보~ 뭐해~!”
“소리 지르지 마! 한다구~!”
‘에구~ 이럴줄 알았으면, 약국에서 일회용 고무장갑을 사가지고 오는 건데……’
‘수미야~ 처음인데 좀 봐주지! 이렇게 많이 싸면 어떻게 하니!’
우선 box에서 젖은 수건을 오른 손으로 한장 빼들었다. 그리고 왼 손으로 수미의 두 다리를 함께 잡고 들어 올리고 수미의 엉덩이 밑부터 수건으로 딱았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손가락에 노란색갈이 물들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손녀의 똥이 좀 묻으면 어때! 개똥도 치웠는데…… 까짓거 씼으면 되지!’
엉덩이 밑을 깨끗이 딱고 왼 손에 들었던 다리를 내려 놓았다. 다리를 벌리고 사타구니에 끼어있는 똥을 딱고 마지막으로 조개 틈에 있는 똥을 깨끗이 딱았다.
‘역시 고추가 조개보다는 훨씬 쉬운 것 같애!’
“에구~ 수미야~ 그렇게 시원해? 할아버지가 최고다! 그치?” 순진이가 수미을 보며 이야기를 했다.
수미는 갑갑하던 게 다 없어져서 시원했던지, 울음을 그치고 옹아리를 하고 있었다.
“여보~ 당신 차~암 잘 한다!”
“잘 했어?”
“어~ ……기저귀는 안 채워?”
“기저귀를 차면 바람이 안 통하는데 얼마나 갑갑했겠어?! 좀 이렇게 놔 두자구! 시원~하게”
“수미가 시원~한 가봐!”
새 기저귀를 채우고 다리를 집어 넣고 곰가죽의 똑딱 단추를 채웠다.
“찬아~ 어때? 합격했냐?”
“배~액 쩜!!!” 찬이가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Abunim, you’re great!!!”
수미를 안아 들려고 하는데, 순진이가 밀쳐내고 수미를 빼았아서 안았다.
“왜 이래~? 내가 안을려고 했는데……”
“수미는 내 손녀라구요! 그치~ 수미야~”
“기저귀 채워 놓으니까, 자기가 생색을 내내”
“그까짓 기저귀 나~도 채울 수 있~다구요~. 그치~? 수미야~~~”
“수미야~ 할배가 더 좋으니~? 할매가 더 좋으니~?”
“수미야~ 할매라구 그래~ 할매~!”
“수미야~ 할배가 기저귀 채워주었지~?”
“수미야~ 그래도 할매가 좋다구 해~~~? 이거 봐~ 할매가 좋다고 하잖아~!”
찬이와 시내가 서로 마주 보며 미소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