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해 전에 한 재야 사학자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남한 사회는 아직 일본의 지배하에 있다'
그 당시가 아마 박근혜 대통령 말기였던가 아니면 문재인 대통령 초기 시절일거다. 나는 속으로 '뭔, 과장도 정도가 있지!' 정도로 생각하고 웃어넘겼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그 재야 사학자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하고 남한을 분할 지배하게 된 미군정은 당시 남한 지배층, 즉 친일파들을 그대로 기용했다. 이들은 그대로 이승만 정권하에서 살아남는다. 자신들에 대한 공격을 공산주의에 대한 적대감으로 돌려 교묘하게 생존하는데 성공했다. 한마디로 반민특위와 독립운동가들을 빨갱이로 몰아 살아남은 것이다.
4.19 이후의 혼란을 틈타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다카키 마사오, 한국명 박정희는 일본 천황에게 혈서까지 쓰며 충성한 친일파의 대표주자다. 일본군 장교로서 만주에서 독립군을 토벌하던 그가 청와대에 입성한 후, 연회를 할 때 자주 일본 군복을 입고 '천황 폐하 만세' 와 같은 가사가 든 일본 군가를 즐겨 불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죽하면 그가 죽었을 때 일본의 어떤 유력자가 '대일본제국의 마지막 사무라이가 죽었다' 하며 슬퍼했단다. 여튼, 이와같은 성향의 독재자의 장기간에 걸친 폭정 밑에서 친일 부역자들의 카르텔은 남한 사회의 기득권으로 굳게 뿌리내렸다.
이후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는 산발적으로 여러 번 있었다. 김영삼은 하루 아침에 구 총독부 건물을 철거했다. 민주 진영이 정권을 잡은 후에는 친일인명사전이 편찬되기도 했다. 하지만 뉴라이트로 대표되는 친일파 카르텔은 견고했다. 그리고 이들은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극우파 목사가 삼일절에 일장기를 게양하고 지방의 도지사가 스스로 친일파임을 밝히는 세상이다.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남한의 대통령은 친일을 넘어 숭일을 하는 듯하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작금의 남한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사상적 리더들은 대부분 친일파의 후손일 것이다. 이제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남한의 선출직 공무원들이 대놓고 일본의 이익을 위해 말하고 행동한다.
'남한은 아직 일본의 지배하에 있다' 라는 말이 점점 더 무게감을 가지고 다가온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웃어넘겼는데 지금은 엄청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새삼 그 당시 재야 사학자가 꿰뚫어 본 그 혜안이 감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