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외노자입니다. 이전에는 Sims 그리고 심심해 였습니다.
처음 CN드림 왔을 때는 '와, 여기 사람들 되게 까칠하다. 와, 서로 막 싸우네!' 하고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여기서 흑화돼서 난생 처음 싸워 보기도 하고 새삼 제 밑바닥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 사이트 게시판에서 공공의 적이 되어 본 것은 그 전에 상상도 못 해 보던 것이었어요. 아직도 많은 분들이 저를 싫어하시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여기 붙어 있으면서 글을 끄적거리고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놀았던 곳과 CN드림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전 사이트들은 하하호호, 화기애애한 사랑방 분위기였다면 이곳은 마치 장바닥과 같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관심이 없고 가끔 마음에 안 들면 까칠해지더라고요. 저도 난생 처음 '이런 거는 왜 올리냐?' 혹은 '자랑질 하지 마라!' 라는 지적질도 당했습니다. 무서워라! 올라오는 글들도 주로 회원 모집이나 사이트 소개나 여행의 동행을 구하는 글이 주를 이루죠. 저는 여기서 이레귤러입니다.
그래서 전에 제가 쓰는 글들은 주로 '이랬어요, 저랬어요' 하는 대화체의 가벼운 글이었다면 요즘은 '이랬다, 저랬다' 하며 저 혼자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예전 사이트에선 글 올리면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고 대화를 나누며 즐겼는데 CN드림에서는 글을 쓰는 저만 즐거운것 같습니다. 덕분에 구독자의 눈치를 안 보고 마음껏 제 취향대로 끼적거리고 있습니다. 다른 사랑방 사이트에선 절대 쓸 수 없는 주제에 대해서도 마음대로 쓸 수 있습니다. 솔직히 즐겁습니다.
요즘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해서 상상력을 펼치고 있는데요, '아, 이건 좀 공공게시판엔 도저히 올릴 수 없겠다' 하는 정도의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디어를 수년 동안 방치한 제 블로그에 올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몇 년 만에 제 블로그를 방문했는데, 그 블로그가 없어진 겁니다. 작은 회사도 아니고, 다음에서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였는데, 이미 다음의 블로그 서비스가 종료된 것이었습니다. 털썩-
아아… 제가 오랫동안 써 왔던 산행기, 잡담, 일기, 사진, 등산 장비 리뷰 그리고 텃밭 재배 일지들이 몽땅 사라진 겁니다. 참 황당하네요.
허한 마음에 제가 그동안 글을 올렸던 카페들을 돌아다녀 봤는데요, 대부분 문을 닫았더군요. 뭐 써제꼈던 글들을 그닥 보존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괜히 가슴 한켠이 헛헛합니다. 아마 가장 많은 글이 보관되어 있던 블로그가 폭파된 탓이겠죠.
아직까지 남아 있는 사이트에서 옛날에 제가 썼던 글들을 몇 개 읽었습니다. 재밌더군요. 갑자기 옛날 생각도 나고 써제꼈던 글들을 내팽개쳐 둔 후회도 일어났습니다.
많은 부분이 유실됐지만 모아 모아서 다시 한번 복수의 블로그에 올려야겠습니다. 그런 김에 이곳에도 몇 개 올려 볼까 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변함없는 까칠함과 무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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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한국인 이민자가 받는 큰 혜택
저는 캐나다에 살고 있습니다. 이민왔습니다.
영주권을 받는 방법은 수백가지로 알려져 있는데요, 지형학적으로는 두 가지입니다. 영주권을 가지고 왔느냐, 아니면 해당국에서 취득했느냐... 입니다. 전자는 이민하려는 나라에 대해서 무지한 체 무작정 사는 나라를 옮긴 경우고 후자는 해당 나라에서 사업이든 취업이든 학업이든 여러 해 경험을 해본 후 계속 쭉 살기로 작정하고 이민을 추진한 경우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기술이민으로서 한국내에서 모든 서류절차를 거쳐서 영주권을 획득한 경우입니다. 실제 제 가족이 처음 이민자로 캐나다에 도착했을 때가 첫 캐나다 입국이었습니다. 완전히 인생이 리셋되는 경우입니다.
이민자가 처음 이민 대상국, 제 경우는 캐나다, 에 이민자로서 도착하면 여러가지 도움을 받게 됩니다. 그 중에 제일 큰 것 중에 하나가 무료 영어교육입니다. 지역에 따라 명칭이 다릅니다만 제가 있는 지역에선 LINC(Language Instructions for Newcomers to Canada)라고 합니다. 이민자 지원센터에 가서 LINC를 수강하려면 레벨테스트를 받고 집 근처의 LINC 교육기관에 할당되는 방식입니다. 교육기관은 사설 영어학원일수도 있고 대학 부설 영어학원일수도 있습니다. 규모가 되는 곳은 학부모인 피교육자를 위해 무료 탁아소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즉, 그래서, LINC를 수강하는 이민자가 처음 맞닥뜨리는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서 막 도착한 뜨끈뜨끈한 같은 이민자들입니다. 이게 참 재밌습니다. 제가 언제 불어를 쓰는 석유 엔지니어 세네갈 사람과 안면을 트고 베네수엘라에서 의사인 남편과 함께 온 글래머의 여성 전직 컬럼니스트와 말을 트겠습니까.
여튼, 세계 곳곳에서 온 이민자들과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 보면 그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부러워하는 사실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한국인은 캐나다에 무비자로 6개월까지 체재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캐나다는 입국심사가 좀 깐깐한걸로 악명이 있습니다. 특히 제 3세계 사람이 입국하려면 복잡한 비자 취득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무비자라고 하면 놀라움과 동시에 부러움을 표시합니다. 한국 이민자의 형제자매나 부모가 캐나다를 방문하려면 그냥 여권챙기고 비행기표만 사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본국의 가족을 한번 볼려면 그 가족이 방문비자 취득이라는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답니다.
둘째, 운전면허증입니다. 동네의 레지스트리(한국의 동사무소로 보면 됩니다. 그런데 사설입니다.)에서 한국 운전면허증을 주면 간단한 시력검사 후에 캐나다 면허증으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할 수 있는 나라가 미국, 일본, 한국 그리고 유럽 몇 개국 포함 전세계 10개국 뿐입니다. 캐나다의 운전면허 취득은 상당히 복잡하며 혼자 단독으로 운전, 혹인 2인 이상 동승인을 태울 수 있는 자격을 얻을 때 까지 최장 3년까지도 걸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 본국에서 15년 이상 트럭을 몰았다는 인도인 이민자가 캐나다에 이민오면 필기시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분들의 선망의 시선이 한국에서 온 저같은 이민자에게 쏟아지는 것이죠.
그렇다면 한국에서 온 이민자는 왜 이런 호사를 누리게 된걸까요?
한국에 있는 월성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이 있습니다. 국내 최초의 가압 중수로형 원자로이며 최근 수명연장때문에 시끄러웠던 그 물건입니다. 이 원자로의 정식 명칭은 CANDU 입니다. CANada Deuterium Uranium의 약자입니다. 캐나다의 물건인 겁니다. 당시 한국은 프랑스와 캐나다의 기술을 저울질 하다가 최종적으로 캐나다의 것을 낙점했는데요, 부가 조건으로서 양국의 무비자 6개월 방문과 양국 운전면허 상호 인증을 거래했던 것입니다.
국제 거래간의 부가사항들이 때로는 저같은 이민자의 삶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면서 같은 처지의 타국 이민자들로부터 부러움과 시샘을 받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늘, 7월 1일은 캐나다 데이입니다. 일종의 건국기념일입죠. 대부분의 캐나다 휴일은 몇월 몇째주의 월요일... 이라는 식인데 오늘은 갑자기 수요일에 휴일이 생겨버리니 한 주 전체가 널널해지는 기분이네요.
이거 어떻게 끝내야 하나요? 음... 안녕히 계세요
201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