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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말을 가끔 듣지 말아야 하는 이유
작성자 어진이     게시물번호 17445 작성일 2023-10-19 15:23 조회수 1602

아내의 말을 가끔 듣지 말아야 하는 이유  2010-05-15

 

저희 선조들은 삶에서 얻은 지혜를 통해서 아내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입에 떡이 떨어진다라는 고백을 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자다가도 입에 떡이 떨어진다라고 했을까요? 저는 그냥 아내의 말을 들으면 떡이 입에 들어온다라고 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만약 자는데 입에 떡이 떨어지면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남자들이 나이가 들면 밤에 입을 벌리고 코를 골며 잡니다. 그런데 벌린 입에 떡이 떨어진다면…… 잘못하면 숨통이 막혀 큰일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아내의 말을 들을 수도 없고 안 들을 수도 없고……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가능하면 아내의 말을 들어야 하지만, 가끔은 듣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날, 아내가 집에 들어서는 저에게 TV가 고장났다고 했습니다. TV는 저희부부에게는 귀중한 TV입니다. 큰아들이 직장을 잡고나서 받은 첫월급으로 사준 것입니다. 지금은 고물이 됐지만, 그 당시만 해도 평면 TV가 처음 나온 때라서 꽤 비싼 가격을 지불했었고, 보는 사람들 마다 좋은 TV을 가졌다고 부러워했습니다. 10년 가까이 저희들에게 기쁨을 준 TV였고, 볼때 마다 아들에게 감사해 했습니다.

 

저는 쓰던 물건이 고장나도 버리지 못하는 아주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고장난 것들을 많이 고쳐서 쓰기도 하고, 주위에도 꽤 소문이 나서 고장난 물건이 있으면 제게 가져오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제 아내의 제일 큰 불만이 나는 새 물건을 언제 써보나!!!” 입니다. 대개 아내가 고장났다고 하는 것을 보면 작동법을 잘 몰라서 생긴 경우가 많습니다. Remote Control을 이리 저리 작동해 봐도 끔쩍도 안했습니다. 완전히 먹통이었습니다.                        ~ 심상치 않네!’

 

전기제품이 먹통이 된 경우의 70~80% Power Supply에 문제가 있습니다. 멀쩡한 물건이 전기줄이 잘못됐거나 Fuse가 끊어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걸 몰라서 멀쩡한 물건을 버리거나, 수리공을 불러서 거금을 쓸 때가 많습니다. 저녁을 먹자 마자, TV 뒷 투껑을 열었습니다. (이때 High Voltage조심하셔야 합니다. 잘 모르면 절대 절대~~ 만지지 마세요!) 먼저 전기줄을 조사해 보니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Fuse를 찾아서 check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것입니다. 분명히 Power Supply 근처에 있어야 하는데……

 

저의 TV와 비슷한 TV를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전화했더니, 자기도 갑자기 TV가 먹통이 돼서 고생하다가, 수리공을 불렀는데 비용이 어마어마 하게 들어서 버렸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전화통화가 끝나자마자, 이 참에 아들들 집에 있는 것 같은 최신식 TV를 사자고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TV 10년 가까이 썼으면 쓸만큼 썼고, 주말에 손녀가 오면 TV를 볼텐데, 그 전에 하나 사자고 했습니다. 제 실력으로는 고칠 수가 없을 것 같고, 어짜피 살거면 빨리 사는게 좋겠다고 했더니, 당장 옷을 입고 나서라는 것입니다. 시간이 늦었으니, 신문광고와 internet를 보면서 좋은 것을 싸게 사자고 겨우 달래놓았습니다.

 

그 다음 날이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기에 둘이서 TV를 들어내려고 하니,

아내와 둘이서는 불가능했습니다. 아들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밤잠을 설쳤습니다. TV가 눈앞에서 계속 어른거렸습니다.                               

분명히 Fuse 가 문제인 것 같은데, 고놈이 어디 붙어있는거야!’

 

다음 날, ‘아내가 들어오면 분명히 TV를 사려가자고 끌고 나갈거야!’                     

아내가 오기 전에 TV를 한번 더 뜯어 보기로 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는데서 부터 차례차례 조사해서 나가다가 Fuse가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이구~ 짜식들 Fuse를 요렇게 숨겨 놓으면 어떻게 해~~~!!!”                                     

Tester를 가지고 check했더니 Fuse가 끊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Fuse를 들고 Canadian Tire에 가서 똑같은 Fuse 두개가 든 Package1 50전 주고 사왔습니다. Fuse를 갈아끼우고 Switch를 누를려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눈을 질끈 감고 눌렸습니다. 그 순간! TV가 작동하는 겁니다. 얼마나 기쁘던지! 아내가 들어올 때쯤돼서 일부러 TV를 크게 틀어놓고 있었습니다.

 

집에 들어선 아내는 눈이 똥그레졌습니다.                                                 

여보, 이게 어떻게 된거야?!!!”                                                             

어떻게 되긴, 내가 누구냐?”                                                                 

당신이 고친거야?”                                                                           

물론이지!”                                                                                     

아쉽다. 번쩍번쩍하는 새TV를 볼줄 알았는데……”                                       

그렇지만 최소한 1500불은 Save했잖아!”

 

한바트면 쓰레기장으로 갈뻔했던 TV를 저희들은 요즘도 잘 보고 있습니다ㅎㅎㅎ.     

가능하면 아내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가끔은 듣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다가 입에 떡이 떨어져 숨통이 막히면 큰일나지 않겠습니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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