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내기하지 마세요. 2010-08-27
첫번째 내기
오늘은 저희 부부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사실 제 아내는 다른 사람들에게 부부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이해해 주리라 믿습니다. 지난 겨울 아주 추운 저녁이었습니다. 세탁소에 젊은 흑인 청년이 들어와서 Jacket에 zipper가 고장났는데, zipper를 바꾸어 달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zipper를 바꾸는 게 값이 만만치 않습니다. zipper를 조사해 봤더니 다 바꿀 필요가 없고, slider만 바꾸면 될 것 같았습니다. Zipper를 다 바꾸면 길이에 따라서 30~40불 드는데, slider만 바꾸면 6~7불이면 됩니다.
Jacket을 놓고 갔다가 한 시간 후에 오라고 할려다가 날씨도 굉장히 춥고, Jacket 속에 T-shirt만 달랑 입고 있어서, 바빴지만 잠간 기다리라고 하고 그 자리에서 고쳐주었더니 아주 좋아했습니다. 이 친구 주머니를 뒤지더니 돈을 안 가지고 왔다는 겁니다. Jacket을 벗어 놓고 얼른 가서 돈을 가져오겠다면서 막 문을 나설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불러 세워놓고 날씨가 추우니까, Jacket을 입고 가서 가져 오라고 했습니다. 몇번이나 고맙다고 하고서 나갔습니다.
그 것도 착한 일이라고, 오래간만에 뿌듯한 마음으로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오질 않는 겁니다. 아내가 세탁소에 왔길래 조금 있으면 어떤 흑인청년이 돈을 가지고 올테니, 받으라고 했더니,
아내가 웃으면서 하는 말이 “에구~ 나두 당신처럼 순진해 봤으면…” 하는 겁니다.
“무슨 소리야!!!”
“그 사람 안와!”
“온다구 꼭 온다구”
“안와!”
“꼭 온다구! 내기할래?”
“하자구”
“얼마?”
“20불”
“좋아!!!” 20불은 제 주급의 절반입니다. 제게는 거금입니다. 일주일에 약 30시간 일하고 주급으로 40불을 받습니다. 너무 작다고 좀 올려달라면 “먹여주고 재워주잖아!” 합니다.
누가 이겼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제가 졌습니다. 그래도 안됐는지 주급을 주는 날, 20불을 떼지않고 40불을 주더라구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Zipper 고친 값을 못 받은 게 문제가 아니고, 그 사람은 다시는 우리 세탁소에 안와! 손님이 될뻔한 사람을 하나 놓친거야!” 했습니다.
그 때 크게 깨달은 게 있습니다. 경험의 중요성과 Owner와 Helper의 차이를 알게 됐습니다. 아내의 말대로 여섯 달이 지난 지금까지 그 청년은 저희 세탁소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요즘도 가끔 그 청년이 올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합니다. 제가 순진한 건가요? 아니면 좀 모자라는 건가요? 그러나 그 추운 겨울 날씨에 Jacket을 벗어놓고 T-shirt 바람에 돈을 가져오라고 그 청년을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ㅠㅠㅠ
두번째 내기
아내는 두 주일에 한번씩 세탁소 문을 닫고, 한국식품점에 갈때는 저녁을 음식점에서 해결합니다. 음식을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데 어떤 젊은이가 아이 둘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들어오면서
“아저씨,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얼떨결에 인사를 받고 보니, 어렸을 때 큰 아들과 함께 축구를 하던 아들의 친구였습니다. 세월이 빨랐습니다. 벌써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있었습니다.
“여보, 동생도 결혼을 해서 애가 둘이네!”
“아니야. 쟤가 형이야!”
“에이~ 동생이야!”
어릴 때도 두 형제가 많이 닮아서 어떤 때는 혼동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동생이었습니다.
“또 또~ 동생이라는데 우기고 있네!”
“여보 내가 우긴다구? 쟤가 형이야! 형!”
“여보, 우길 걸 우겨! 동생이야!”
“우리 내기할래?” 이번엔 아내가 먼저 내기를 걸어왔습니다.
“좋다구 뭘 걸꺼야?”
“저녁값 내기!”
“좋아!”
아내는 Shopping을 나오기 전에 주급을 주었기에 베낄(?)려고 작정을 한 것 같았습니다.
‘날 베낄려고 하는데, 잘 안될 껄! ㅎㅎㅎ’
그런데 서로 맞다고 우기니,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었습니다.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는 방법이었습니다. “당신이 물어 봐”
“에이~ 남자가 치사하게 여자를 시켜?”
심호흡을 하고 나서, 아들친구에게 가서
“미안한데~ 네가 형이냐? 동생이냐?”
“제가 형이지요!”
내 쪽을 보고있던 아내가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였습니다.
‘에고~ 또 졌네!!!’
알토란 같은 주급을 저녁값으로 날려버렸습니다. 혹시나 아내가 좀 생각해줄까 하고 기다렸지만,
아내는 “잘 먹었어! ㅎㅎㅎ” 하곤 돌부처처럼 끔쩍도 안했습니다.
'에~고~~ 내 주급 40부~울~~!!!'
냄편 여러분~~~, 아내와 절대 내기하지 마세요. 십중팔구는 아내에게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