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직장 생활할 때 캠핑이나 산행을 자주 했었다. 캐나다로 이사 와서도 트럭 운전을 하기 전까지는 캠핑을 자주 했다. 캠핑을 할 때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게 텐트다. 그래서 그동안 많은 텐트를 샀다.
아이들과 같이 캠핑을 가면 큰 텐트를 가지고 다녔는데 혼자나 아내와 같이 캠핑을 할 땐 단 한 개의 텐트만 주로 사용했다. 그것은 바로 반포택의 수퍼라이트 3인용 사계절 텐트였다. 만듦새가 훌륭해서 썩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여름에도 겨울에도 의지할 만한 텐트였다. 설치와 철거도 순식간에 가능했다. 그래서 집안에 잡다한 모든 텐트를 버려 두고 주로 사용하게 된 건 수퍼라이트 뿐이었다.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항상 밤에는 그 텐트에서 밤을 보냈다. 10여년이 넘는 기간 텐트와 정이 들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올 때 이삿짐으로 그 텐트를 들고 왔다.
아내와 5개월 정도 북미 대륙을 로드트립 했다. 많은 국립공원의 야영장에서 바로 그 텐트를 쳤다. 크기가 아담해서 따로 구매한 큰 모기장 안에 쏙 들어갔다. 알버타 공룡 주립공원에는 모기가 엄청 많았는데 우리는 모기 걱정 없이 모기장 안에서 밥을 먹고 모기장 안에 설치한 그 텐트에서 잠을 잤다. 남들이 우리를 보고 부러워했다.
텐트에서 수다를 떨었고, 밥을 해 먹었고, 영화를 봤고, 잠을 잤다. 비록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여행을 하거나 캠핑 할 땐 아늑한 우리 부부의 집이자, 거실이자, 식당이자, 침실이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텐트는 점점 낡아갔다. 아니, 우리와 함께 늙어갔다. 한국의 많은 캠핑장과 산에서 피난처를 제공했고 캐나다까지 함께 끌려와서 북미대륙 곳곳을 누빈 텐트는 결국 지퍼가 고장났다. 다행스럽게도 여행의 막바지에 문제가 발생했다.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텐트를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괜히 울컥해졌다.
그 텐트를 버린 후 더 이상 캠핑을 안 다니게 됐다. 트럭 일을 시작한 후 기회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마음에 드는 텐트가 없어졌기 때문인지 스스로 헷갈린다.
똑같은 텐트를 또 사고 싶은데 이미 단종된지 오래다. 반포텍 이라는 회사 자체도 없어진듯 하다.
아내가 요즘 부쩍 캠핑을 가고 싶다고 말한다. 하긴 텐트 치고 자본지도 몇 년이 지났다. 슬슬 또 다른 사계절용 텐트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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