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늙으면 편안해지기를 기대한다. 경제적으로는 풍족하고 정신적으로는 너그러운 상태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 노년의 모습이다.
그러나 `늙으면 아이가 된다`는 옛말에서 보듯 나이가 사람을 온후ㆍ관대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출세와 성공에 가슴 조이던 젊은 시절의 욕망은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노인은 젊은 시절보다 오히려 더 잘 `삐친다`. 왜 그럴까.
박재간 전 한국노인문제연구소장(85)은 "사람이 늙으면 온통 고까운 것 천지다. 자기가 키웠다고 생각하는 제자, 후배, 부하들이 더 이상 존경심을 표하지 않고 마지막 의지 대상인 자녀들은 대화도 잘하려 들지 않는 데서 오는 고까움"이라고 설명했다.
노인 자신은 본인의 전성기에 세상이 인정해준 것과 똑같은 대접을 바라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노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커다란 기대치의 간극이 발생하게 된다.
당연히 한때 잘나갔던 노인일수록 이런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내가 어떤 사람인데…``이 녀석들이 사람을 뭘로 보고…` 자존과 권위의식이 강한 노인들의 심리 기저에는 이 같은 분노가 들끓고 있다.
자신을 대하는 주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세상과 소통을 피하게 되고 이는 외로움을 낳는다. 노인의 삐침은 외로움의 또 다른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