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에 콩나듯이 집에서 요리를 하면 아내가 아주 좋아한다. 가끔은 뭐, 부엌 어지럽힌다고 혼날때도 있지만, 언제나 내가 요리를 하면 환영받는다. 한국에 있을 땐 주로 만만한 파스타나 스테이크를 했다.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에 스시가 있다. 아내와 나는 일본 생활 경험이 좀 있다. 아, 사실 아내를 처음 만난게 일본에서였다. 그래서 한국에선 아직 스시라는 음식이 인기를 얻기 전부터, 아내와 나는 일본에서 본토 스시를 자주 경험해 봤다. 때문에 나에게 있어 스시의 질에 대한 요구사항은 허들이 좀 높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캐나다에 살고 있고 이제 모든걸 포기한 상태다. 집 근처에 있는 킨조니, 타쿠미 스시에서 파는, 국적불명의 스시에도 타협하는 몸이 돼버렸다. 아내는 더욱 더 퇴보하여 킨조 스시 세트를 맛있게 즐겨 먹는다. 따라서 나도 자주 먹는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일반적인 캘리포니아 롤이니 다이너마이트 롤 같은건 아직도 용납을 못하겠다.
스시의 근본은 니기리 스시다. 일본말로 니기루 - (손으로) 잡다, 쥐다 정도의 뜻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밥을 손으로 쥐어서 모양을 만든 후 생선회등을 올린 스시다. 여기서 밥을 쥐지 않고 그냥 그릇에 담은 후 여러가지 생선회를 덮밥처럼 올리면 지라시 스시(일본어 발음법칙상 정확하게는 지라시즈시라고 한다) 가 된다. 일본말 지라스 - 어지르다, 흐뜨러트리다에서 파생됐다. 한국에서 직장생활 할 때 회사 근처의 일식집에서 푸짐한 지라시 스시를 팔았다. 아내와 점심때 자주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는 했다.
일반적인 니기리 스시보다 지라시 스시는 직접 만들기가 쉽다. 밥을 손으로 쥐는 기술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제 손쉽게 집에서 지라시 스시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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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마트에 가면 이런게 있다. 스시초다. 이걸 뜨거운 밥에 살살 뿌려서 섞어주면 시큼달달한 스시용 밥이 딱 만들어진다. 귀찮게 집에서 식초와 물과 설탕을 섞어서 촛물을 만들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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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T&T 수퍼마켓에선 이런 사시미와 날치알을 판다. 사시미셋트엔 세 가지 사시미가 세 조각씩, 그리고 생새우, 북방대합조개, 다마고가 각 두 조각이 들어있다. 대충 3인분의 지라시 스시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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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한국 마트, 중국 마트에선 이런 냉동된 장어구이를 발견할 수 있다. 내 경험상 이런 장어는 크면 클수록 부드럽고 맛있다. 싸다고 작은놈을 고르면 실망한다. 이것의 요리는 전자랜지를 사용하거나, 오븐을 사용하거나, 그냥 봉지채로 끓는 물에 집어넣는거다. 전자랜지는 쳐다보지도 말자. 오븐에 가열하면 좀 마르는 느낌이 든다. 그냥 끓는 물에서 가열했을 때 가장 부드럽고 촉촉하고 맛있었다.
참고로, 회를 생략하고 장어만 잔뜩 올리면 바로 장어덮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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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을 그릇에 담고 위 재료를 밥 위에 올려준다. 그럴듯한 지라시 스시 완성이다.
아내와 아들에게 칭찬받은 후 나는 지라시 스시를 안주삼에 반주하며 행복한 저녁을 보낸다. 치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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