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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트럭커의 모든 것 5) 학원 수강과 실기 시험 시 유의 사항
작성자 외노자     게시물번호 17633 작성일 2024-01-05 07:56 조회수 1592

 

그러니까 저는 두 군데의 Class 1 운전면허 학원을 다닌 셈이네요. 처음 면허를 딴 제대로 된 곳과 취직을 위해 고육지책으로 심화 과정을 등록한 두 번째 학원이 그것들입니다. 두 학원은 천지차이였습니다.

 

두 번째 학원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학원은 회사에 부속되어 있었습니다. 회사 야드가 곧 연습장이었죠. 수강생은 모두 인도인이었습니다. 강사는 터번을 쓴 시크교도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 운전 연습을 위한 트럭과 트레일러도 단 한 대였습니다. 트립을 마치고 미국에서 돌아온 트럭들과 뒤섞여 학원 수강생이 후진 연습을 하고는 했죠.

 

학원과 회사는 공생 관계였습니다. 저처럼 경력이 없거나 짧은 드라이버는 반드시 그 학원에 돈을 내고 과정을 거쳐야 취직이 되는 것이었죠. 거기에 더해서 6 ~ 8주간 트레이닝이라는 명목으로 무급으로 운전하게 됩니다. 초보가 운전한 거리는 대부분 트레이너의 급여가 됩니다. 물론 모든 회사가 이런 건 아니고요, 제대로 된 회사는 트레이닝 기간에도 급여를 어느 정도 지급합니다. 그 회사가 유독 초보 드라이버에게 각박했던 것이죠.

 

보통 수강생은 자신이 연습하던 트럭을 대여하는 형식으로 실기 시험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자기가 연습하던 야드에서 프리트립과 후진 등 기타 시험을 마치고 합격하면 시험관과 함께 도로로 나가는 것이죠. 몇 번 시험관이 실기 시험을 위해 학원 겸 회사 야드에 들어오는 걸 목격했습니다. 시험관 역시 터번을 쓴 시크교도였고요, 피시험자와 주로 힌디어로 대화를 나누며 실기 시험을 진행하더군요.

 

그 시크교 강사와 저의 관계는 처음에 별로였습니다. 저도 대부분의 트럭 회사에서 모두 거절당한 후, 결국 그 회사에 돈을 주고 추가로 교습을 받고나서 취직을 시도하는 거였고, 강사도 나의 사정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명목 뿐인 교습을 하고 있으니 서로 불편할 뿐이었습니다. 서로 묵묵히 ‘이리로 가라, 저리로 가라’ 하면 저는 그걸 따를 뿐이었죠. 가끔 제가 타이밍을 놓쳐 미션을 드르륵 긁어 버리면 저에게 도끼눈을 뜨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엔 좋은 관계로 마무리 됐습니다. 제가 인도에서 뉴델리에 있는 시크교 사원인 구루드와라 방글라 사힙에 방문한 얘기 등등을 하면서 마지막엔 서로 좀 친해졌죠. 나중에는 이것저것 학원에서는 알 수 없는 사항들을 알려 주려고 애썼습니다. 고속도로의 웨이스테이션에 일부러 들러서는 DOT 오피서들에게 저를 소개시켜 주고, 앞으로 내가 뭔가 걸리면 잘 부탁한다고 오피서들에게 너스레를 떨기도 했고요, 여러 가지 덕담을 해 주면서 제 앞날을 축복해 주며 교습을 끝냈습니다.

 

제가 면허 취득을 위해 교습을 받고 시험을 치른 첫번째 학원은 여러 명의 강사와 여러 대의 트럭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습을 위한 전용 야드가 있었죠. 강사는 매일매일 바뀌었습니다. 제가 강습을 받는 시간과 강사의 스케줄에 따라서 매치가 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강사는 모두 백인이었고, 젊은 사람도 한 사람 있었지만, 대부분은 할아버지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강사마다 성격도 다르고 교습 스타일도 제각각이었습니다. 기어 바꿀 타이밍을 놓쳐 드르륵 긁으면 화를 내는 강사도 있었지만, ‘괜찮아, 괜찮아! 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여!’ 하며 여유 작작한 강사도 있었습니다.

 

점차 강사들의 얼굴이 익어가면서 길거리를 달리며 대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주로 왜 트럭 운전을 그만두고 강사를 하는지 물어봤네요. 젊은 강사는 중앙아시아에 파병됐던 베테랑이었는데 얼마 전에 결혼하고 신혼을 즐기기 위해서 강사가 됐답니다. ‘오늘은 네 맘대로 달려 봐라’ 하던 유쾌한 할아버지는 무릎 인공 관절 수술을 하고 난 후 강사로 전직했다네요.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루 2시간의 강습이 끝나면 강사들은 뭔가 서류를 작성했습니다. 얼핏 보니 제가 오늘 수업을 잘 따라왔는지 어쨌는지를 여러 항목에서 점수를 매기고 있더군요. 그리고 인상 깊었던 항목이 Attitude 였습니다. 강사들은 제가 교습을 잘 따라오는 것 이외에 제 ‘태도’ 도 평가한다는 겁니다.

 

드디어 실기 시험을 치르는 날이 왔습니다. 제 시험관은 후덕한 중년 백인 여성이었습니다. 야드에 도착한 그녀는 만나는 강사마다 아주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마치 오랜 친구사이 같더군요. 그리고 저에게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고요, 드디어 시험이 시작됐습니다. 제가 시험 내용을 주절주절 떠들 때마다 그녀는 기분 좋게 맞장구쳐주며 저를 북돋아 줬습니다. 야드에서 실시되는 프리트립, 에어 브레이크, 후크업, 백업 등은 100점 만점으로 통과했습니다.

 

야드에서의 실기시험을 마치고 드디어 시험관을 옆에 태운 채 도로로 나섰습니다. 초반에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도로에서 우회전을 하려 할 때 우회전 진입로와 직진 신호를 기다리는 앞차 사이 간격이 애매해 보였습니다. 일반 승용차로는 충분히 지나갈 간격이었는데 트럭으로는 확신이 안 서서 시험관에게 물어봤습니다.

 

‘이거 지나가도 될까?’

 

‘그건 네가 판단해야지.’

 

갑자기 그녀가 차가운 톤으로 답변했습니다. 돌변한 그녀의 목소리 톤에 당황한 저는 아슬아슬하게 앞차를 피해 우회전에 성공했습니다.

 

위기는 또 다시 찾아왔습니다.

 

‘자, 앞에 저기 신호가 지금 빨간불이지? 다운시프트 하면서 속력을 줄이면서 멈추도록 해’

 

라고 그녀가 지시했습니다.

 

40톤의 트럭을 풋브레이크로만 세우면 브레이크가 남아나질 못합니다. 그래서 속도를 줄일 때는 다운시프트를 해야만 합니다. 그녀는 저에게 한참 앞에 남은 신호 전에 다운시프트를 하면서 속력을 줄이고 정지하라는 지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를 당장 다운시프트 하라는 걸로 잘못 이해했습니다. 신호 한참 전에 다운시프트를 하니 트럭의 속도가 뚝 떨어져서 한참 동안 엉금엉금 기어가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시험관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갔습니다.

 

시험 막판에 학원 야드로 돌아와서 평행으로 세우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여러분, 믿기 힘드시겠지만 초보때는 트럭을 줄에 맞춰서 수평으로 세우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트럭과 트레일러는 따로 움직이거든요. 시험관의 언성이 높아지면서 제 핸들을 빼앗아 조절하여 겨우 수평 정차를 하였습니다.

 

저는 실기 시험에 떨어진 걸 직감했습니다. 휴~ 한숨을 몰아 쉰 후 그녀는 강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는 차선 유지도 잘했고, 운전하면서 양쪽 미러 확인도 아주 잘했어. 속도도 너무 빠르지도 않았고 느리지도 않았고 훌륭했어. 업시프트, 다운시프트도 대부분 스무스하게 수행됐어. 하지만,’

 

전형적인 절차입니다. 먼저 칭찬하고 이제 매질을 할 차례였죠.

 

‘네가 거기서 우회전할 때 불안하게 느꼈다면 너는 앞차가 신호를 받고 직진할 때 동안 기다려야 했었어. 안전보다 더 중요한 건 없거든.’

 

예, 확실히 떨어졌네요. 저는 풀이 팍 죽어서 “I see, ma’am.” 만 연발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시험 시간이 초과되어 다음 수강자를 위해 트럭을 비워 줘야만 했습니다. 시험관은 제게 자기 차로 가서 얘기를 마저 하자고 했습니다. 그녀의 차는 깨끗하게 세차된 까만 BMW 였습니다. 트럭 드라이버의 차답게 수동 미션을 가진 차였습니다.

 

다시 실기 시험을 치루며 그녀가 발견한 문제점들을 제게 한참 동안 얘기해 줬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여기서 일하는 강사들이 모두 너를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하더라. 나도 네가 지금까지 얘기한 내용들을 숙지하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걸로 생각돼. 그러니 너를 합격한 걸로 할게.’

 

라는 말로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그녀를 껴안았습니다. 그녀도 기분 좋게 웃으며 저의 포옹을 받아 줬습니다.

 

이렇게 저는 단 한 번의 실기 시험을 합격으로 마무리지었습니다. 참고로 첫 시험에서 합격하는 확률은 대단히 낮습니다.

 

저의 자랑 같은 경험담이었습니다만, 여기서 알려 주고 싶은 내용은, 강사는 당신의 교습 태도도 평가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내용은 실기 시험관과 공유될 수도 있다는 사실, 거기에 더하여 실기 시험의 당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참고하시어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계속)

 

지난글 목차

 

0) Class 1 면허를 딴 후 트럭커가 되는 방법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class-1.html

1) 영어를 어느정도 해야 함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1_19.html

2) 트럭 운전 면허를 취득하는 절차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2_23.html

3) 어떤 운전면허 학원에 가야 할까?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3_30.html

4) 어떤 트럭킹 회사에 취직해야 할까? (Feat 착취의 구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4-feat.html

5) 학원 수강과 실기 시험 시 유의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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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pboard  |  2024-01-0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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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타리오에 잠깐 살다가 알버타 주로 되돌아왔을때 클래스 1 을 땄으니까 벌써 23 년이나 되었군요.
2 년마다 메디컬받고 면허갱신 (45 세 이후)해야 하는게 귀찮아 반납할까 했는데 이제와서 생각하니 반납하지 않은게 아주 잘 했단 생각이 드네요.
요즘 면허 통과하기 엄청 어렵다고 하니 그냥 가지고 있어야 겠어요.


외노자  |  2024-01-0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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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대 선배님이셨군요. 번데기앞에서 주름잡고 있었네요.

예, 많이 어려워지고 비싸졌습니다. 제 때는 3000불 미만으로 면허를 취득했는데 지금은 의무적인 MELT 과정만 10000불이니 만만치 않죠.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에게 주정부 파이넨싱 옵션이 있는것 같습니다만...

clipboard  |  2024-01-0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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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대선배는요. 장롱면허인데..
네. 주정부 파이넨싱 있었고요.
제 기억으론 4 천 불 정도 들었던것 같아요.
그 중 2 천 불은 면허취득 이후에 하는 밴쿠버 왕복트립 이었고요. 전구간 직접운전
저도 한 번에 합격했는데 별 실수는 안 했지만 아무래도 학원과 시험관의 카르텔 덕을 좀 본 느낌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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