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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수요일 저녁, 지인 네 명이 모여 식사를 했다.
이야기 주제 중 하나는 인공지능이 인류의 삶을 어떻게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것인가였다.
캐나다는 AI 테크에 특화된 나라들 중 하나다.
이 나라의 AI 기술은 드디어 인간의 형상(image)을 닮은 기계를 창조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말하는 형상(image)이란 겉모습이 닮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계가 인간 브레인의 뉴런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 그대로 스스로 사고하고 개념과 방식을 창조할 수 있게 고안되었다는 의미다.
이런 무시무시한 창조행위를 성공시킨 사람은 캐나다 인지심리학자다.
그가 이끄는 팀이 몇 년 전 개발한 딥러닝이 최근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고, 어마무시한 연산능력을 가진 GPU 가 만나자 지금까지는 듣도보도못한 기계의 사고능력이 나타났다.
더 무시무시한 건 기계에서 왜 이런 큰 변화가 나타나는지 현존하는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이 안 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설명이 안되는 기계의 초능력에 emergent ability 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간(AI 전문가들)이 기계의 작동원리와 기전에 대해 이해하고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기계가 인간의 통제범위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초월적인 연산능력과 딥러닝이 어느 임계점에 다다르면 혹시 기계가 자아를 가진 생명체로 양→질변화를 일으키는 건 아닐까?
장담 못하지.
유대교경전에 보면 신들이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창조한 신들(유일신이라면서 경전에 나오는 신은 하나가 아닌 복수다, 뭐 당췌 앞뒤가 맞지 않는 횡설수설인 셈이지)이 지금은 지구상에서 사라졌듯이, 자신의 형상을 닮은 기계를 창조한 인간이 조만간 지구상에서 사라지든지 아니면 기계가 부리는대로 종놈처럼 허드렛일이나 하는 하층종으로 퇴화할지도 모르겠다.
암튼 앞으로 은퇴할 날이 5 년 이상 남은 대부분의 인류는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고난을 남은 생애 동안 겪게 될지도 모르겠다. (베이비부머와 586 늙은이들은 재수도 좋아요. 인류역사상 최상의 평화-번영기에 활동기를 보내고 헬게이트 열리기 직전에 은퇴하게 생겼으니..)
앞으로 50 년 쯤 후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 세상이 열릴지도 모르지만, 그때까지 삶을 살아내야 하는 남은 사람들에게 새 세상의 혜택보다는 과도기에 겪어야 할 고난이 더 클 것 같다.
유발 하라리는 2022 년 7 월 그가 쓴 책 서문에서 인공지능과 유전공학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는데, 불과 1 년 6 개 월이 지난 지금은 1 년 6 개월 전하고도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이 되어 그 서문을 송두리째 바꿔야 할 지경이 이르렀다고 하니,,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지??
그건 그렇고, 모임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는 육식을 하루 한 끼 이하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채식주의자이기는 하지만 새해 첫 식사모임이니만큼 기꺼이 스테이크 하우스 초대에 응했다.
이렇게 모여앉아 비싼 밥 먹고 쓰잘데기 없는 소리 나눌 수 있는 것도 기계가 아직 할 수 없는 인간들만이 누리는 특권일지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