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맹이 찌개
한 나그네가 어느 동네에 들어갔습니다. 동네를 둘러보니 사람 사는 것은 괜찮은 것 같은데, 모두 얼굴들이 누르팅팅한게 병자 같았습니다. 나그네가 관찰해 보았더니, 그들이 먹는 음식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감자를 가지고 있어서 밥과 감자만 먹었고, 어떤 사람은 고추를 가지고 있어서 밥과 고추만 먹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된장을 가지고 있어서 밥과 된장만 먹은 식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나그네는 냇가에 가서 주먹만한 반질반질한 돌맹이를 하나 주어가지고 동네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나그네는 촌장과 동네 사람들을 모두 불러 놓고 말했습니다.
“여러분, 제 주머니 속에 기가막힌 보물이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동네 사람들은 무엇인가? 하고 기대하며 나그네의 손을 주시했습니다.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조금 전에 시냇가에서 줏어 온 돌맹이었습니다.
“에이~ 그런 돌맹이는 냇가에 얼마든지 있소~”
“아하~ 모르시는 말씀! 이게 개울가에 있는 보통 돌맹이 같지만 아닙니다. 이 돌맹이는 보물입니다”
“……”
“제가 이 돌맹이를 가지고 여러분에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찌개를 끓여드리겠습니다”
“찌개는 우리도 끓일 줄 아오!”
“압니다! 그러나 제가 끓이는 찌개는 다릅니다. 모두 집에 가셔서 찌개거리를 가져오십시요”
동네 사람들은 미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면서 각자 자기 집에 있는 음식을 가져왔습니다. 무, 배추, 감자, 고추, 파, 콩나물, 두부, 양파, 마늘, 된장, 간장, 고추장, 소금, 후추가루 등등. 나그네는 찌개거리를 잘 썰어서 커다란 가마솥에 넣고 간을 하고 물을 부은 다음, 냇가에서 주어 온 돌맹이를 보물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가마솥 가운데다 넣었습니다. 정성스럽게 불을 때며 찌개를 끓이자, 온 동네에 전에는 맡아보지 못한 기가 막히는 찌개냄새로 가득찼습니다.
나그네는 모두 집에 가서 밥과 찌개 그릇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나그네는 동네사람들을 열명씩 둘러앉게 하고는 찌개를 떠서 동네 사람들에게 주었습니다. 찌개는 진짜 말로 표현할 수없는 기막힌 맛이 었습니다. 찌개맛도 맛이려니와 전에는 만나도 본척만척하던 이웃들과 함께 둘려 앉아서 담소하며 먹는 밥과 찌개 맛은 평생 느껴보지 못한 맛이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지금 자기들이 있는 앉아 있는 자리가 천국이고, 자기들이 먹는 음식이 천국에서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즐거웠습니다. 모두 행복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매일 매일 더 많은 찌개거리를 가져왔고, 나그네가 돌맹이를 넣고 끓이는 찌개는 더욱 더 맛있어졌습니다. 사람들은 나그네가 끓인 찌개를 이름하여 “돌맹이 찌개”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나그네가 동네를 떠날 날이 왔다고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나그네가 떠나는 게 너무나 섭섭했습니다. 사실은 나그네가 기적(?)의 돌맹이를 가지고 떠나고 나면 다시는 맛있는 찌개를 맛볼 수 없다는게 더 섭섭했는지도 모릅니다.
촌장이 나서서 난처한 표정에 손을 비비면서
“정말 죄송하지만, 당신의 보물 돌맹이를 저희들에 주시고 가시면 안돼겠습니까? 그 귀한 보물을 달라고 하는 게 염치가 없지만……”
“하하하, 어르신 맛있는 찌개는 제가 끓인 게 아닙니다. 맛있는 찌개는 여러분들의 나눔이 맛을 낸 것입니다. 사실 이 돌맹이는 개울가에 널려있는 돌맹이입니다”
“정말입니까?”
“네~ 더 맛있는 찌개를 잡수시고 싶습니까? 더 행복해 지고 싶습니까? 이웃과 가진 것을 나누시고 서로서로 사랑을 나누십시오” 나그네는 떠났고, 동네 사람들은 서로서로 나누고 도우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꼬리글: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이야기를 조금 각색했습니다. 요즘은 신문이나 TV를 보는 것이 두렵고, 라디오 뉴스를 듣는 것이 두렵습니다. 한국도, 카나다도, 한인 동포 사회도 모두 힘든 소식만 들려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서로 돕고 나누고 이해하면서 “돌맹이 찌개”를 끓여야 하는데, 우리는 내 것만 꽁쳐 쥐고 있고, 나만 옳다고 하면서 우리들의 얼굴은 누렇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돌맹이 찌개”를 끓이는 비결을 알려 줄 지도자는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