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할배 2006-1-31
“딩동 딩동” door bell이 울렸다.
‘누가 왔나?’ 순진이가 문을 여는 소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야~! 저리 가~ 저리 가~~~” 순진이의 교성이 들려왔다.
“누가 왔어~?”
“진이가 왔어요~”
“그래~?”
순진이는 발을 이리 저리 옮기면서 반갑다고 발에 감기는 개손자(?)를 피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내 모습이 나타나자, 며누리가 소리쳤다.
“Rocky, go to your grandpa~”
Rocky가 뛰어와서 펄쩍펄쩍 뛰면서 반갑다고 야단이었다.
“어이~구~ Rocky 왔구나! 어디보자~!”
번쩍 들어 올리니, 뺨에다 입을 마추고, 안경을 핥으며 어쩔줄 몰랐다.
“Rocky야~ 이렇게 반가워~? 짜~식 이렇게 좋아~?”
Rocky를 끌어 안았다.
“아버님, Rocky가 아버님을 아주 좋아해요!”
“그래, 그런 것 같지~?”
아들과 며누리가 나에게 안긴 Rocky를 보면서 흐믓해 했다.
‘녀석이 요렇게 귀엽지~!? 이젠 나도 할아비 소리를 듣을 때가 된 모양이구나!’
Rocky는 큰 아들 진이 부부가 작년 2월에 입양한 강아지이다. Rocky는 Toy Yorkshire Terrier라는 강아지이다. Yorkshire Terrier는 원래 작은 삽살개 종류인데, 그걸 애완용으로 더 작게 만들어서 Toy이라고 부른단다. 아주 작아서 장난감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다. Rocky는 만 한 살이 돼서 거의 다 컸지만 몸길이가 40cm 정도 밖에 안되고 무게는 약4파운드 정도 되는 아주 쪼끄만 개다. 여러 종류의 Toy들이 있는데, 문제는 Toy로 개량된 개들은 귀엽기는 해도 두뇌가 너무 작아서 지능이 낮단다. 그런데 Rocky는 그렇지 않다. 작지만 아주 총명한 녀석이다. 게다가 붙침성이 있어서 사랑을 받는다.
가만있자~~~ “개시끼”는 심한 욕인데, 그럼 “개할배”는 뭐야? 분명히 욕으로 들리지는 않는데 그래도 좀 그렇다! 개할배? Rocky 때문에 나는 졸지에 개가 돼 버렸다.
‘사람팔자 참 묘하네! 순식간에 손자(?) 때문에 사람에서 개가 되다니!’
그러나 내가 불평을 할 수 없는게, 아들과 며누리도 Rocky와 함께 이야기할 때는 “엄마한테 가~!” 라던가, “아빠한테 가~!”라고 이야기를 하니 낸들 어쩌랴! 그러니 난 개할배가 될 수밖에……
순진이는 원래 동물들을 싫어했다. 고양이가 있는 집에 가면 문간을 넘어서기가 바쁘게 재치기에 눈물에 정신을 못차렸다. 개에 Allergy는 없지만 개도 싫어하긴 마찬가지였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싫단다. 저녁에 동네 공원을 산책하다가, 멀리서 개가 오면 어느 새 내 뒤에 숨어서 걸었다. 어떤 때는 사람들 보기에 민망할 정도였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왜 그렇게 동물을 싫어 하는지…… 며누리가 좀 섭섭한지, 그렇게 Rocky를 한번 안아보라고 해도 “얘~ 난 못해!”만 연발했다.
순진이 덕에 나는 아들과 며누리로 부터 아주 더 후한 점수를 받았다.
“아버지, 리나가 자기 엄마 아빠한테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뭐러고 하는데?”
“아버지가 Rocky를 아주 귀여워 한다고 무지하게 자랑해요”
“그래~? ㅎㅎㅎ” 며누리가 미소를 짖고 있었다.
“그리곤 자기 엄마 아빠에게 불평해요”
“뭐러고?”
“Rocky를 데리고 한번도 밖에 안 나간다구요”
“야~ 내가 며누리한테 점수를 좀 딴거냐? ㅎㅎㅎ” Rocky 녀석이 내 무릎 위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Rocky는 우리집에 오면 의례이 나와 함께 약 30분 정도 걸었다. Rocky도 좋아했고 나도 운동삼아 걸어서 좋았다. 그 동안 순진이와 아들 부부는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난 plastic bag과 며누리가 챙겨주는 Rocky의 treat(과자)를 가지고 집을 나섰다. Rocky는 아주 영리하고 명랑한 녀석이었다. 같이 산책을 나가면 잠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모든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여기저기 다니며 냄새를 맡고 뛰어 다녔다.
그러다가 쪼구리고 앉아서 오줌을 싸고는 나를 쳐다봤다.
“Wow~ Rocky, you’re a good~ boy!”
며누리가 챙겨준 과자를 한개 꺼냈다. 과자를 손에 쥐고, 검지를 펴서 Rocky의 머리위로 쳐들고
“Rocky, sit~!” 하니 쪼그리고 앉아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손바닥을 펴서 과자를 보여주면서
“Rocky, wait~!” 하니 입맛을 다시면서도 꼼짝하지 않고 기다렸다. 신통했다! 며누리는 약 10초 정도 기다리라고 했지만, 입맛다시는 녀석이 애처러웠다. 3~4초를 기다리고
“Yes, Rocky!” 했더니 낼름 콩알만한 과자를 집어서 깨물어 먹었다. 입을 오물거리며 과자를 씹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다 먹고 나서 손가락만한 꼬리(Rocky의 꼬리는 짤라주었다. 그게 Fashion이란다)를 흔들면서 좋아했다.
“Rocky, good~ boy!”하며 머리를 쓸어 주었더니,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강아지가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데, 손자 손녀는 어떨까?’
‘이래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자 손녀들의 버릇을 망쳐놓는다는 말이 생겼나 보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Rocky는 잔디밭에서 이리 저리 냄새를 맡더니, 쪼그리고 앉아서 용을 썼다. 그러더니 새끼 손가락만한 똥을 한 덩어리 누었다.
“녀석 기특하긴……”
다시 과자를 하나 꺼내서 주면서 잘했다고 칭찬을 했더니, 녀석은 좋아서 펄쩍 펄쩍 뛰었다.
“Rocky, 기다려! 임마! 네가 눈 똥을 치워야지~!”
Plastic bag를 뒤집어서 손에 끼고 Rocky의 똥을 집어들었다. 따뜻했다!
‘이 정도면 개할배 소리 듣을만 하네!’
개똥을 집어서 봉지에 넣고 집으로 향했다. Rocky는 몇번 다닌 길을 기억하고 내달렸다.
“야~ 임마, 좀 천천히 가자!”
집근처에 와서 다른 길로 가는 척하면서 끌었더니 기를 쓰면서 집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짜식, 영리하긴……”
어떻게 하나 보자 하고 가만있었더니 우리 집앞에 가서 대문을 앞발로 긁으면 짖기 시작했다. 며누리가 문을 열었다.
“와~ Rocky~, 재미있었어? 할아버지가 좋아?” Rocky는 에미(?) 품에 안겨서 얼굴을 핥고 있었다.
Rocky는 기분좋게 나른한 모양이었다. 며누리의 무릎에서 어느 새 잠이 들었다.
“어머니, 한번 만져보세요”
“얘~ 난 개가 싫어~!”
“에이~ 한번 만져 봐~, 아주 귀엽잖아?” 며누리가 섭섭해 할까봐, 한마디 거들었다.
“난 당신처럼 개할배 되는거 싫어! 진짜 할머니 될꺼야!”
“아직 할머니되기엔 좀 젊어 보이는데~?”
‘에고~ 따리가 좀 심했나?’
“엄마, 2년만 기다리세요”
“2년씩이나~?”
녀석들은 언제나 진짜 할배를 만들어 주려나……
글쎄~ 할배가 되긴 아직 좀 젊지 않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