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에드먼턴 게이 프라이드에 참석한 노틀리와 트뤼도
에드먼턴에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 동창인데 이 넓고 넓은 캐나다에서 아무 때나 전화할 수 있고 가끔 육두문자도 쓸 수 있고 할 이야기 못 할 이야기 다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캐나다에서 인간관계란 허물어지지 쉬운 모래성 같아서 아주 사소한 일에도 관계가 틀어져 안 만나게 되고 우연히 마주쳐도 못 본 척하고 지나가게 된다.
그 친구와는 성향이 반대라 그는 골수 태극기다. 윤석열, 박근혜, 이명박 적극 지지자라서 밥 먹다 말고 언쟁 벌이다 밥상 날라간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러다 며칠 지나면 누군가 먼저 연락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커피나 한잔 하자.” 그런 친구가 있으니 좋긴 좋다.
그는 농과대학을 나와 70년대 중반에 농업이민 왔으니 거의 50년 다 된다. 그때는 한국에서 영주권을 받아서 이민을 왔는데 레드 워터에 있는 돼지농장에서 일했다. 계약기간이 1년이었는데 딱 1년 되는 날 뒤도 안 돌아보고 에드먼턴으로 이사 왔다.
요즘 TFWP로 취업비자 받은 분들도 농업분야나 몸으로 때우는 일은 계약기간 끝나면 대개 그만두고 새로운 일자리 찾을 것이다.
그 친구가 캐나다 이민 바람을 넣어서 나도 캐나다 이민 오게 되었는데 친구는 연방 총선에 항상 자유당을 찍는다. 골수 태극기가 자유당을 찍다니. 이유를 물어보니 “사람이 의리가 있어야지.”
친구가 이민 올 당시에는 지금 총리의 아버지 피에르 트뤼도가 총리였는데 그때부터 아시아 사람들에게도 이민 문호가 열렸다. 그 전에는 중국인들에게 인두세 받아서 그 돈으로 유럽계 이민자들 지원했다.
“내가 태어나서 유일하게 잘한 일 한 게 캐나다 이민 온 건데 자유당 아니었으면 이민 못 왔어. 전에는 유럽계 백인들만 받았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자유당 찍어야 되.”
자유당 지지도가 말이 아니다. 주택 문제도 골치 아프고 이민 많이 받는다고 사방에서 아우성이다. 이민자들 조차 이민 너무 많이 온다고 말한다. "여자의 적은 여자" 라서 "여적여" 라고 하는데 이러다 "이 적 이"가 되겠다.
탄소 세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 내년 총선에서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내년 10월 전에 트뤼도 총리가 사임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저귀와 정치인은 자주 바꿔 줄수록 좋다.”
트뤼도 총리를 보면 지난 2월에 세상을 떠난 멀루니 전 총리가 생각난다. 멀루니 총리는 민심을 잃고 중도에 사임할 정도로 지지도가 폭락했는데 이번 3월 그가 죽고 난 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80%가 멀루니가 잘했다는 평가를 받으니 정치인의 진정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당장 탄소 세가 올라 욕을 먹고 이민자 많이 들어와 집 세 오르고 내가 살 집도 없다고 투덜대지만 세월이 지나면 “그래도 기후변화, 지구 온난화 방지에 기여했다.”혹은 "그때 이민자 많이 안 받았으면 지금 누가 세금내고 누가 일 하고 있을까?" 라는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른다. 마치 멀루니 전 총리가 G.S.T. 로 인기 폭락의 빌미가 되었다 사후에 평가가 달라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