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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삼체 3) 총균쇠
작성자 외노자     게시물번호 17941 작성일 2024-04-24 07:26 조회수 968

 

대항해시대 이전에는 각 대륙에 살고 있는 인류는 서로 고립되어 살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각자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아주 대단히 불공평한 상태에서 문명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먼저 유라시아 대륙은 다른 대륙의 인류와 비교할 때 잭팟을 터뜨렸다. 이들은 엄청난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쌀과 밀이 있었다. 게다가 이 곡물들은 장기 보관도 가능했다. 또 다른 행운은 대부분의 가축화 가능한 포유류가 유라시아 대륙에만 몰려 있었다는 것이다. 말과 소는 농사와 이동 그리고 전쟁에 사용됐고 양, 염소, 돼지 등은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산업의 재료가 되었다. 이들은 이러한 축복받은 환경 속에서 농경을 거쳐 제국으로 발전하여 결국 쇠와 총을 획득했다.

 

타 대륙은 유라시아의 행운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유럽 문명이 쇠와 총을 앞세워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기 전까지 이들은 철기시대에 진입조차 못했다. 높은 인구 부양이 가능한 곡물 대신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품종개량 이전의 볼품없는 옥수수와 호박, 감자, 고구마 정도가 전부였다. 이것으로는 고도의 분업과 기술 발전을 이룰 잉여농산물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유라시아와 같은 선진 문명을 발전시킬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쇠와 총을 가진 유럽 문명이 아메리카를 방문했을 때 인디언(!)들에게 재앙이 닥쳤다.

 

하지만 아메리카에 살고 있던 원주민에게 가장 큰 재앙은 쇠와 총이 아니라 균이었다. 유럽인에게는 가축으로 부터 전해진 많은 질병이 있었다. 홍역, 수두, 천연두 등은 서양인에게 친숙하고 대처 가능한 질병이었다. 그러나 아무런 면역이 없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이 균들은 재앙이었다.

 

콜럼버스 같은 무리들이 처음 원주민과 접촉하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95%가 전멸했다. 순식간에 퍼진 이 질병 때문에 지구의 기후가 변해버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들의 보잘 것 없던 농작물을 기르던 밭들이 다시 원시림으로 돌아가면서 지구 전체 기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백인들의 균으로 치명타를 입고 겨우 살아남은 소수의 원주민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쇠와 총에 의해 정복되어 나갔다. 이들의 운명은 비참했고 현재 진행형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하고 백수십 년이 지난 후 일단의 청교도들이 현재 미국 동부 해안에 도착했다. 인디언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는 이들을 도와주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조직적인 인종 청소였다. 종교적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은 인디언들을 악마 숭배자로 몰아 학살을 정당화했다. 끝까지 살아남은 극소수의 원주민들은 이른바 인디언 보호 구역에 갇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인디언 보호 구역의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은 미국인이 아니다. 그들의 평균 소득은 미국 GDP 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원주민의 평균 기대 수명은 50세 정도다. 이들은 투표권조차 없다.

 

인디언들을 황무지에 가두고 남부의 지주들은 플랜테이션 농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곧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고 해결책은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사냥해 오는 것이었다.

 

어느 날 탄자니아 초원에 사는 쿤타킨테는 상쾌한 아침에 숲으로 산책을 갔다가 난생 처음 보는 외계인과 조우 한다.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이들은 쿤타킨테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쇠사슬로 올가메었다. 쿤타킨테는 다른 흑인들과 같이 짐짝처럼 배에 실려 아메리카 대륙의 당도하여 노예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쿤타킨테 후손들이 노예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신흥 자본가 세력이 등장한 이후다. 북부의 신흥 자본가의 지지를 받은 링컨은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여 남부의 지주들과 충돌했다. 자본가를 대변하는 북군과 지주들의 남군이 전쟁을 벌여 내전이 일어났다. 결국 북군이 승리하여 노예는 해방되었다. 자본가의 의도대로 많은 남부의 흑인들은 북쪽으로 몰려들어 공장 노동자가 되었다.

 

지주들은 흑인 노예에게 노동을 제공받는 대신 의식주를 제공했다. 자본가들은 흑인 임금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했다. 흑인들은 받은 임금으로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해야 했다. 흑인 노예들은 일을 거부하면 매질을 당했다. 이제 저임의 흑인 공장 근로자들은 노동을 거부하면 길거리에서 추위에 시달리다가 굶어 죽는 자유를 얻었다.

 

다시 인디언으로 돌아와서,

 

전술했다시피 인디언 보호구역 내 원주민들의 소득은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황무지에 설정된 보호구역 내에선 산업도 없고 농사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저 보조금으로 술과 약물에 빠져 있을 뿐이다. 먹고 살 호구지책으로 보호구역 내 카지노 설치가 허가 됐다.

 

근대 들어 잭팟을 터트린 인디언 보호 구역도 있다. 나바호 인디언들이 그 행운의 주인공이다. 그들의 보호 구역에 엔텔로프 캐년, 모뉴먼트 밸리, 구즈넥 캐년 등 인기 있는 관광지가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황량한 들판에 관광지로 접근하기 위한 도로가 깔렸고 중간중간 인디언들이 주유소와 편의점을 운영한다.

 

인디언 청년들이 안텔로프 캐년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고 모뉴먼트밸리에서 역시 원주민들이 운영하는 짚차 관광 코스가 있다. 이런 관광지 구석구석마다 원주민들이 만든 공예품을 파는 가판이 설치돼 있다. 열살도 안된 꾀죄죄한 인디언 소녀가 자신이 직접 만든 공예품을 팔기도 한다. 한때 아메리카 대륙의 주인이었던 이들의 신세는 외계 문명 때문에 이렇게 몰락했다.

 

문명의 발전 정도가 많이 차이나는 두 문명이 만나면 이처럼 비극이 일어난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떼죽음을 당하고 자신의 땅을 빼앗겼으며 흑인들은 느닷없이 사냥 당해서 이역만리로 끌려와 노예로 부려졌다.

 

결론적으로, 남부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아프리카 흑인, 혹은 호주의 애버리지널에게 외계 문명과의 조우는 비극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외계 문명에 대한 스티븐 호킹의 두려움이 여기에 근거한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는 4.3 광년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다. 여기엔 알파 센타우리 A, 알파 센타우리 B 그리고 프록시마라는 세 개의 별이 있다. 즉 삼체(드디어 나왔다) 시스템이다. 만약 여기에 사는 외계인들이 지구를 방문했다면 우리는 긴장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 인류보다 비교도 안 되게 발전한 문명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기술로 알파 센타우리에 가려면 7만 년이 걸린다. 그런데 그들이 왔다는 것은 그들과 우리의 기술 격차가 유럽과 아메리카를 운명 지었던 총균쇠를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라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항성 간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문명의 발전하려면 그들은 오랜 기간 자멸하지 않고 존속했다는 걸 의미한다. 다른 말로 평화로운 종족일 것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지구를 방문한 외계 문명을 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과연 그럴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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