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동렬 (미주 주간현대, 샌프란시스코)
지난주 오클랜드 장로교회에서 메조 소프라노 홍진숙 박사의 ‘음악의 밤’이 열렸다.
이스트베이 한인봉사회 쉼터에서 주최한 행사로 단순한 음악 행사가 아닌 이민가정의 현실을 담은 처절한 고백이었다.
그 고백은 외부에 발설하기도 힘든 가정폭력의 희생자의 절규였던 것이다.
가정폭력은 침묵을 강요 받고 더 나아가서 대항할 힘마저 잃게 하는 소리 없는 죽음의 그림자로 불리고 있다.
가정폭력은 언제나 언어폭력으로 시작하여 일정기간 반복되다 손찌검을 하면서 가정폭력으로 변모하여 상습폭행으로 가정을 파괴하고, 심한 경우에는 인격상실에 따른 자살 또는 살인이라는 극한 상황으로 치달아 신문에 보도 되기도 한다.
쉼터의 이정렬관장은 “스와인 독감보다 더 무서운 가정폭력을 한인사회에서 추방하기 위해선 커뮤니티 전체가 그 위험성에 경각심을 갖고 있어야 하고,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단체에 대한 관심과 지원에도 힘을 모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정폭력을 막는 방법은.
가정폭력의 이유를 획일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우선 꼽을 수 있는 것 중에 의처증 또는 열등감, 알코올중독, 도박을 말하고 있다.
이 네가지 모두 정신질환으로 구분되지만 초기 증세까지는 병으로 판단하기가 매우 힘들다. 그래서 남자의 언어폭력이 정도를 넘을 경우 가정폭력의 초기 단계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여성의 입장에서 쉽게 외부와 의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힘든 시기이다. 왜냐하면 발설자체가 스스로를 더욱 불행으로 몰고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인사회 경우 가정문제가 발생하면 성직자들과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만 이야기가 잘못 외부로 알려질 경우 문제의 해결은 고사하고 가정불화로 비화돼 걷잡을 수 없는 가정파괴로 끝나는 비극적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가정폭력은 초기 대처가 대단히 중요하다.
가정폭력의 가해자는 대부분 남편이고, 피해자는 부인 또는 자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리적으로 힘이 강한 남성이 방어할 힘이 없는 여성을 일방적으로 구타하거나 그 이상의 행위로 가해 하는 것이 가정폭력이다.
여성은 남성의 물리적 폭력을 홀로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 이유는 가정폭력은 반복성이 강하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든지 대화나 치료 이전에 더 이상 폭력을 휘 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반복성이 강한 남편의 폭력을 우선 물리적으로 막아야 한다. 또한 친정 집에 아버지나 오빠가 있을 경우에 주저하지 말고 알려서 남편의 폭력성에 대한 확고한 재발 방지 약속을 공개적으로 받아야 한다. 한국에선 오빠들이 몰려 가서 죽도록 두들겨 패는 내용이 드라마에 나오기도 한다.
주위의 관심과 사랑이 절대 필요
가정폭력은 대부분 매우 은밀히 또는 계획적으로 일어난다.
무의식 중에 일어 나는 경우는 드물다.
가정폭력은 학력과 경제력에 관계없이 매우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진숙박사의 경우처럼 남편이 성직자인 경우도 있어 거의 직업에 관계없이 일어나고 있다. 가정폭력을 통계상으로 보면 거의 4가정 중 1가정을 지목할 정도로 상상보다 많다.
자기 주위에 그런 가정은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이런 통계에 접하면 매우 충격적이다.
일부에선 가정폭력이 부풀려져 문제의 심각성을 극대화 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정문제 전문가들은 이런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피해자가 웬만한 용기 없이 자신의 가장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통계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수긍이 간다.
가정폭력에 대한 대처 방법도 더욱 연구 개발 되어야 하지만 피할 수 없이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피해자를 돕는 방법과 치유에 대한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피해자를 돕기 위해선 우선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한다. 특히 남편이 가해자인 경우에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무시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 이유는 부부마다 그들만의 특별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가장 예민한 부분이다. 피해자를 위한 진정한 사랑과 관심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
피해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경제적인 도움도 동정하는 그런 인상을 주면 더 역효과만 낼 수도 있다. 피해자를 돕기가 가정폭력을 막기보다 더 힘들다는 후담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가정폭력을 이긴 홍진숙 박사
홍진숙 박사는 자신의 불행을 믿음으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남편의 상습적인 가정폭력으로 자신이 스스로 지렁이에 비유될 만큼 철저히 자학했던 그런 어두운 과거를 하나님께 더욱 의지하면서 뒤늦게 공부를 다시 시작해 음악박사 학위를 받는 재활의 길을 찾은 인간 승리 드라마를 연출한 것이다.
이제 그녀는 분노의 침묵을 깨고 자신처럼 고통 받는 여성들을 위해 대중 앞에 나서 가정폭력 추방을 강력하게 외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와 노래를 듣고 단 한 사람이라도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스스로 폭력에 대항하는 힘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노래는 인간의 영혼까지도 말살하는 가정폭력이라는 거대한 괴물에 대한 절규이자 항쟁인 것이다. 절체절명에 있는 공포 속에 있던 자신을 다시 찾은 환희와 감동의 노래이기도 했다. 자신의 수치를 덮으려 하지 않고 같은 여성을 돕기 위해 나선 그녀의 용기는 지금 어려움 속에서 고통 받는 여성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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