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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사망했다.
유서를 남겼으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
직급은 3 급 부이사관이다.
중앙부처 부국장급이므로 고위직에 속한다.
1970 년대 생이다.
시스템과 프로토콜이 안착해 가고 있는 환경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을 것이다.
사람이 가장 모멸감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자기보다 못한 놈이 자기 위에서 권력을 행사할 때 사람들은 모멸감을 느낀다.
며칠 전,
어느 작가가 누군가를 가리켜 ‘어리석고 사악한 자’라는 표현을 한 걸 들었다.
나는 한국에서 20 대 후반까지 살았다.
그 나라에서 짧게 사는 동안에도 꽤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똑똑하고 사악한 사람도 봤고, 똑똑하고 무능한 사람도 봤고, 똑똑하고 착한 사람도 봤고, 무능하지만 착한 사람도 봤다.
그 중 똑똑하고 착한 사람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혜롭고 착한사람들이 가장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의 종류를 칼로 자른듯이 나눌 수는 없지만, 대강 그렇다는 거다.
근데, 어리석고 사악한 사람을 겪어 본 적이 있는지는 선뜻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작가의 말대로 희귀한 조합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는 그 어리석고 사악한 자가 휘두르는 행패와 망동을 눈물이 날 정도로 오랫동안 목격하고 있다.
심지어 그 어리석고 사악한 자는 공직에 있는 자도 아니다.
외국에 사는 동포들도 요즘 고국생각만하면 모욕감으로 우울해 질 때가 자주 있다.
그 나라에 발을 딛고 사는 국민들이 느끼는 모멸감과 자괴감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지곤 했었다.
하물며,,
그 공무원이 느꼈던 모멸감과 자괴감은 어느 정도였기에 죽음으로 그 고통을 끝내야 했을까?
유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리기 이전에,
너무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