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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매요리 : 규동
작성자 외노자     게시물번호 18290 작성일 2024-08-25 18:07 조회수 739

 

대학을 졸업하고 새파란 청춘일 때 일본에서 직장 생활을 했었다. 회사 근처 기숙사에서 생활했는데 근처에 요시노야라는 규동(소고기 덮밥) 집이 있었다. 처음 회사 선배가 거기서 밥을 사 줬을 땐 ‘뭔 이런 음식이 다 있나’ 생각했다. 반찬도 없고 국물도 없고 덜렁 큰 대접에 밥을 담은 후 그 위에 끓인 소고기를 얹은 간단한 음식이였다. 여러 가지 반찬과 국물이 있는 한국식 식문화에 익숙했던 나에겐 농담처럼 보였다. 하지만 얼마 후 맛을 들였고 내 단골집이 됐다.

 

실내는 주방을 중심으로 ㅁ 혹은 ㄷ 자 다찌로만 좌석이 이루어져 있었다. 즉 일행이 식사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대부분의 손님이 1인이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에 앉고 주문을 하면 주방 가운데 서 있던 알바생은 밥을 담은 후 큰 국자로 소고기와 국물을 떠서 밥 위에 얹어 내준다. 주문과 동시에 음식이 나오는데 단 1분이 걸리지 않는다. 단 10분도 안 걸려서 뚝딱 식사를 하고 나올 수 있었다. 맥도날드나 버거킹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빠른 일본식 패스트푸드였던 것이다.

 

그 당시 주문은 나미와 오오모리, 즉 보통과 곱배기 만이 있을 뿐이다. 규동 이외에 메뉴가 없다. 사이드로 미소시루나 날계란을 주문하기도 한다. 저녁때 가 보면 생맥주 한잔을 시켜 놓고 규동 그릇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직장인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식탁에는 시치미라는 고춧가루 비슷한 양념과 붉은 물감을 들인 베니쇼가라는 초생강이 있었을 뿐이다. 베니쇼가도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 먹지 않았는데 나중엔 맛이 들어서 듬뿍듬뿍 넣어 먹고는 했다.

 

그래서 요시노야는 회사 근처에 있으면서 나에게 간단한 끼니를 빠르게 제공하는 소중한 장소였다. 내 청춘의 소울푸드중 하나였다.

 

나이가 먹으면서 옛날 일이 자꾸 생각난다. 그래서 요시노야의 규동이 먹고 싶어졌다. 덮밥 하나 먹겠다고 일본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집에서 몇번 만들어 봤다. 썩 훌륭하지는 않지만 가족 모두가 맛있게 먹었다.

 

코스트코에 가면 브리스켓이라는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판다. 현지인들은 이걸 숯불 그릴에 넣어 10시간 이상 훈연하여 먹는다. 우리는 이걸 사서 양지와 차돌박이를 분리하고 나머지는 국거리로 쓰거나 훈제하기도 한다. 어느 날 냉장고에 돌아다니는 얇게 썬 차돌박이를 이용하여 규동을 만들어 봤다. 아들 녀석이 “아빠 최고” 하더라. 짜식, 아빠의 청춘의 맛이 어떠냐!

 

내가 요리를 할 땐 대충 감으로 한다. 고기가 꼭 200g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충 남아 있는 고기를 냄비에 넣은 후 고기 양에 맞추어 나머지 재료를 준비한다. 그래서 어떨 땐 무척 맛있는 요리가 되기도 한다. 그때 사용한 차돌박이와 대충 감으로 던져 넣은 조미료들이 최고의 조합을 이루었는가 보다.

 

여튼 주 재료는 얇게 썬 쇠고기와 양파뿐이다. 나머지는 아래 동영상을 보고 대충 따라 하면 된다. 아, 와인은 생략했다. 대충 요리술과 미림 좀 넣고 끓였을 뿐이다.

 

베니쇼가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잠깐 옛날 청춘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하지만 내 청춘의 음식을 먹는다고 진짜 과거의 찬란했던 청춘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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