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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트럭커의 모든 것 23) 추락주의
작성자 외노자     게시물번호 18448 작성일 2024-11-14 10:53 조회수 507

 

세미 트럭 운전석에 진입하기 위해선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보통 북미에서 운영되는 세미트럭은 두 세 개의 가파른 계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세미트럭 운전석에 앉으면 놀라는게, 무척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반 승용차보다 무척 시야가 멉니다. 이건 장점이죠. 그런데 단점도 있습니다. 트럭커들이 곧잘 트럭을 오르내리다가 추락합니다. 이 때문에 팔이 부러지거나 부상을 당해서 몇 개월간 쉬는게 부지기수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3-Point contact 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두 팔과 두 다리 중 세 군데는 항상 트럭이나 지상과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위에 첨부한 그림을 보시면 됩니다. 그냥 직관적이죠.

 

하지만 이 직관적인 것을 곧잘 까먹고는 사고를 당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트럭을 나오다가 한번 대차게 떨어졌고, 며칠 전엔 트레일러에서 등짝부터 추락하여 고생 중입니다.

 

예전에 와이오밍 Port of entry weigh station 을 지날 때였습니다. 램프가 불이 켜지며 저에게 모든 서류를 가지고 사무실로 들어오라는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저는 트럭을 파킹한 후 궁시렁거리며 퍼밋북과 bill of lading 과 면허증을 챙겨 내려가려 했습니다. 양 손은 이런 것들로 꽉 차 있었죠. 그런데 첫 계단을 딛자마자 주르륵 미끄러지며 추락했습니다. 엉덩이부터 쿵 착지했습니다만 다행스럽게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았습니다. 제가 오리궁뎅이 입니다. 제 둔부의 두터운 지방층 덕을 좀 봤습니다. 그저 누가 봤을까 봐 쪽팔린 생각만 하면서 서류를 한 손에 안고 엉덩이를 털며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또 한 번은 며칠 전 있었던 일입니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 캘리포니아에 들어오니 계절은 다시 여름이 되었고요, 후덥지근해졌습니다. 가져온 짐은 잭인더박스 프렌치 프라이였고요, 영하 23°c 이하로 냉동된 제품입니다. 시큐리티 가드가 입구에서 씰을 제거한 후 트레일러문을 연 다음에 한참 떨어진 도어로 가라고 하더군요. 트레일 문을 열고 도어로 접근하니 트레일러 뒤쪽에서 냉각된 냉기가 허연 김이 되어 풀풀 날아오르는게 보였습니다.

 

도어 근처에 바짝 댄 다음에 스트랩을 제거하기 위해 트레일러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내려가려는 순간, 캘리포니아의 다습한 습기가 차가운 트레일러 바닥에 얼어붙어 빙판이 되어 있었고, 저는 거기서 대차게 미끄러지며 트레일러 바깥으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등짝부터 쿵 떨어졌고 머리도 꽝 부딪쳤으며 왼쪽 팔꿈치를 대차게 찍었죠. 제 도어 양쪽 옆으로는 이미 트럭이 도어에 도킹되어 있었고 저는 제 트레일러와 도어 사이 좁은 틈에서 혼자 넘어졌으므로 아무도 못 봤습니다. 혼자 끙끙 앓다가 일어나서 아무 일도 없었던 냥 나머지 일을 처리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간 끙끙 앓았고요, 아직도 완전한 상태가 아닙니다. 엄청나게 아팠던 엉치는 많이 가라앉았지만, 아직 왼쪽 팔꿈치는 피떡이 앉아 있고 살짝만 건드려도 무척 아픕니다.

 

안전이 제일입니다. 제 경우를 반면교사 삼으셔서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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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추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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