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턴에 사시는 오충근 기자님이 본지에 올린 균형잡힌 글이 있군요. 같은 신문에서 링크하기도 그렇고 해서 아예 퍼 왔습니다. 원저자인 오 기자님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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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23일 소말리아에서 납치 되었던 저널리스트 Amanda Lindhout(실반 레이크 거주)와 같이 납치 되었던 오스트렐리아 사진작가 가 70만불의 몸값을 내고 드디어 풀려났다. 인종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르지만 같은 국적의 더구나 두 시간 거리에 살고 있는 사람의 납치 소식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Amanda Lindhout가 풀려나기 얼마 전에는 북한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 되었고 중국은 무력행사도 불사 하겠다고 큰소리 치더니 해적에 납치된 자국 선원 석방을 위해 350만불을 건네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소말리아는 무엇 때문에 무법천지가 되었고 해적들의 온상이 되었을까?
아프리카의 뿔에 위치한 소말리아는 3,300Km의 해안선을 갖고 있다. 소말리인 으로 구성된 단일민족국가지만 1991년 내전이후 전주민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소득 600불의 세계 최빈국중 하나이다. 기나긴 3,300Km의 해안선을 끼고 해적이 출몰하기 시작한 것은 내전이 시작된 시기와 일치한다. 내전으로 국토는 산산히 조각나고 전국민이 피폐된 경제에 기아에 허덕이지만 모든 국민이 그런 것은 아니다. 전쟁이나 혁명등 혼란시국에도 이득을 보는 부류가 있다.
내전으로 어느 군벌이나 정치세력도 소말리아를 대표하지 못하고 통제력을 잃고 무법천지가 계속되다 2004년 과도정부가 출범했으나 명색이 정부일 뿐 수도 모가디슈에서 발호하는 군벌들 조차 통제를 못하고 있다. 사태가 이쯤 되자 정체불명의 선박들이 나타나 소말리아 해안에 엄청난 양의 이상한 물건을 쏟아넣고 사라졌다. 그 후 해안선을 따라 이상한 병이 돌았다. 홍역, 발진, 구역질등 정체불명의 병이 돌더니 임산부들은 기형아를 낳기도 했다. 세계 도처에서 모여든 폐기물(핵 폐기물 포함)이 소말리아 해안에 버려진다는 주장과 함께 소말리아 어족(漁族)이 탈취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UNEP(UN Environment Program)에서 조사에 착수했다. 2005년 쓰나미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해안을 휩쓸었을 때 수백개의 원통형 폐기물 용기가 파손된 채 소말리아 해안으로 밀려 들어와 그 주장이 사실로 나타났다. 스위스 선박회사인 Achair Partners 와 이탈리아 선박회사인 Progresso가 소말리아 군벌들과 폐기물 처리 계약을 맺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탈리아 정부와 스위스 정부 요청으로 UNEP는 불법 폐기물 처리 계약을 집중 조사했다. 이 폐기물로 인한 사망자만 300명이 넘었다.
유엔의 소말리아 문제 대사인 Ahmedou Ould-Abdallah는 “유럽과 아시아 기업들이 핵 물질을 소말리아에 버리고 있습니다. 카드뮴이나 수은같은 중금속 성분들도 버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UNEP 대변인인 Nick Nuttall 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말리아는 1990년대 초부터 위험한 폐기물을 버리는 곳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내전 내내 이러한 투기 행위는 계속되어왔습니다. 유럽 회사들은 소말리아에서 폐기물을 버리는게 훨씬 더 저렴하다는 것을 파악했는데,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폐기물을 버리면 고작해야 톤 당 2.5 달러 밖에 안들지만, 유럽에서는 톤 당 1000 달러에 육박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폐기물도 그 종류가 아주 다양합니다. 우라늄 방사성 폐기물, 납, 카드뮴과 수은같은 중금속도 포함하지요. 산업 폐기물이나 병원 폐기물, 화학 폐기물같은 것도 있어요.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심도 있고 적절한 조사를 수행할 계획이지만, 소말리아 영토와 해안에 만연한 불안정성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어느 정도까지인지 정확히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소말리아 재산임이 분명한 어족들도 유럽이나 아시아 국적의 원양어선들에게 탈취 당했다. 그중에는 한국 국적의 어선도 있다. 잘 산다는 선진국 유럽에서는 헐값에 폐기물 치우기 위해 최빈국 해안에 쓰레기 투척하고, 밥술께나 먹는다는 나라에서는 그 최빈국에 들어가 어족(漁族) 싹쓸이 해오는데 아무리 돈이 좋아도 막말로 죽을 때 단돈 1센트라도 갖고 갈 것 아닌데 그렇게 치사하게 돈 벌어 뭐 하려는 것인가?
조사에 의하면 년간 3억불에 상당하는 참치, 바다가재, 새우등이 불법조업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소말리아 국민의 합의 없이 외세 개입에 힘입어 출범한 과도정부의 통제력이 전혀 힘을 못써서 생기는 비극이다.
이런 복잡한 배경을 바탕으로 “해적”이 생겼다. 해적들의 대부분은 어부들이다. 그중에는 납치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형 해적들도 있지만. 이들 소위 해적들은 타국 선박들에게 나가라고 요구하거나 세금(?)을 징수한다. 작년 10월 Ukraine 국적의 선박 MV Faina를 납치 하고 세금 800만불을 요구했다. 그 때 석방교섭을 담당했던 해적 대표 수굴레 알리는 “이 돈(800만불)은 그동안 우리 해안이 황폐 된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라고 했다.
해적 문제가 간단치 않은 것은 해적들이 민중의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국민 70% 이상이 소말리아 해상 영토를 강력하게 방어하는 것으로 여겨 해적을 지지하고 있다.
이 글은 해적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해적 활동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 해군의 문무대왕함 출동에 뿌듯해 하고 미국 상선 필립스 선장의 영웅적 행위에 박수갈채를 보내기엔 세상이 너무 복잡하다. 국제사회는 해적 소탕의 가장 효과적이고 최선의 방법이 군함 파견이나 무력행사에 있지 않고 소말리아 사회 안정과 항구적 평화 정착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오충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