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slexia
나는 어릴 적에 나를 아주 공부 못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더우기 국어와 영어에 많은 어려움을 격었다. 오죽하면 대학 입학시험을 치를 때, 영어 점수는 아주 빼놓고 계산을 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다가 우리 아들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이상할 정도로 모두 똑같이 나를 닮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수학과 과학에는 두각을 나타내는데, 하나같이 어학에는 어려움을 격었고 싫어했다. 그래서 다구치기도 했고, 신경도 많이 썼다. 나처럼 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둘째 찬이는 “b”와 “d”를 구별하지 못하고 종종 바꾸어 썼고, “F”자나 “3”자를 뒤집어서 썼다. 카나다에서 태어나서 자랐음에도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으로 부터 ESL class에 가서 공부를 하는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더우기 읽기, 쓰기, spelling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ESL class에 보내자고 했을까! 찬이는 3달 동안 ESL class에서 공부를 했다.
막내 현이는 찬이보다는 나았지만, 이상하게도 수학시험을 보면 어려운 문제들은 틀리지 않고 잘 푸는데, 누구나 다 쉽게 푸는 문제를 틀려서 내 속을 태웠다. 그 것도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잘 풀어가다가 마지막 순간에 “곱하기”를 해야 할 것을 더해서 답을 쓰곤했다. 다행히도 카나다에서는 선다형 시험이 아니고, 문제를 푸는 과정을 하나하나 check하기에 망정이었지, 한국처럼 선다형 시험이었다면, 현이의 수학 점수는 평균 80점 이하였을지도 모른다.
현이는 머리가 아주 좋아서 바보(?)같은 실수만 하지 않으면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아이었다. 그래서 시험지를 내기 전에 정신을 차려서 잘 check하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어도 좀 나아지기는 했으나, 어떤 때는 결정적인 순간에 비슷한 실수를 했었다. “곱하기의 X”를 “더하기의 +”로 혼동하는 것을 보면서 “제발 정신 좀 차려라”라고 구박(?)을 주곤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찬이와 현이의 문제점이 나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결국은 나의 유전자를 받아서 아들들이 그렇게 됐다는 것을 알고 부터는 어릴 때, 아이들의 공부를 도아주면서 “그 것도 못하는냐?”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같은 걸 또 틀렸어?”라는 말을 수없이 했던게 미안해서 쥐구멍을 찾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글을 읽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자꾸 틀리기 때문이었다. 더우기 교회에서 회중 앞에서 성경을 읽는 것을 싫어했고, 마지못해서 해야 할 경우에는 무지하게 연습을 했고 온 신경을 곤두세워서 읽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성경을 보고 있는데, 틀리게 읽으면 금방 탄로가 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연습하고 애써서 읽어도 가끔 실수를 했는데, 앞에 있는 단어와 뒤에 있는 단어를 바꾸어 읽거나, 아니면 단어를 한두개씩 빼먹고 읽곤했다.
또 사람들로 부터 전화번호를 받아 적을 때, 나도 모르게 숫자를 바꾸어서 적었고, 전화를 하면 “Sorry, wrong number!”소리를 듣곤했다. 그래서 나는 전화번호를 받아 적을 때는 꼭 내 입으로 반복하면서 적곤했는데도 입으로는 “6176”이라고 말하고서는 종이에는 “6716”이라고 적었다. 오래동안 내가 왜 그러는지를 몰랐고 “나이가 들어가니까, 정신력이 흐려지는가 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Dyslexia”에 대해서 읽고서는 모든게 분명하게 이해가 됐다. Dyslexia는 한국말로 ‘실독증(失讀症)’이라고 번역을 했는데, 이것은 잘못된 번역인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나에게서 유전자를 물려받았고, 나는 어머님으로 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 같았다. 어머님은 종종 자녀들의 이름을 바꾸어 부르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님이 Dyslexia 증세가 있으셨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이 어릴 적에 공부를 도와주면서 잘 못한다고 구박(?)을 주었는데, 그게 모두 내 유전자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애비 게가 옆으로 걸어가면서 새끼 게들에게 똑바로 걷지못한다고 쥐어 박는 격이 됐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나도, 아이들도 모두 약한 Dyslexia 증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으니……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국어 선생이 있었다. 트집을 잡아서 학생들을 쥐패는 것을 낙으로 삼고 사는 사람 같았다. 중2 학생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 선생은 종종 반전체 학생들 앞에서 교과서을 낭독시켰는데, 낭독을 하다가 더듬거리거나 틀리면 여지없이 이 선생의 “매깜”이 되었다. (이 선생 뒤에다가는 “님”자를 붙이고 싶지 않다!!! 오죽했으면…) 어느 날 학생들에게 집에서 교과서에 나오는 수필을 50번씩 읽어오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 낭독을 시킬텐데, 한자라도 틀리는 놈들은 “죽을 각오를 하라”고 했다.
얻어 맞지 않을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연습하고 또 하고……
국어 시간에 다섯 명 정도를 시킨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 중에서 세명은 따귀를 맞으면서 교단부터 시작해서 교실 끝까지 갔다가 다시 교단으로 돌아오는 기나긴 여정을 격어야 했다. 나는 천만다행으로 지적을 당하지 않아서 살았지만, 만약에 지적을 당했더라면 분명히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선생이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무자비했던지…… 그 때 선생들이 Dyslexia에 대해서 알았을까? 알았을리가 만무하다! 그렇다면 책을 읽다가 틀리게 읽은 아이들은 어쩌면 Dyslexia 증세가 있는 아이들일 수도 있었는데…… 조상탓에 밥을 씹지도 못할 정도로 얻어맞은 아이들이 너무나 불상하다! 안되면 무조건 패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던 그 당시의 왈: 교육자들이 너무나 원망스럽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Dyslexia 때문에 학교에서 고생을 했을까? 하기사 나도 약 10년 전에서야 Dyslexia에 대해서 알았으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나도 내 아들들을 이해 못하고 구박(?)을 했으니, 이를 어쩌랴!!!
나나 아들들이 Dyslexia 증세가 있어서 어려움을 격긴했어도 위로가 되는 게 있다. 역사상 가장 머리가 좋았다는 Albert Einstein이 중증 Dyslexia 증세를 보였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집에서 어머니로 부터 초등학교 과정을 배운 사람이었다. 얼마나 증세가 심했으면 학교에서 선생들이 포기를 했을까! 또 한 사람이 있다.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꿈의 나라”를 선물한 Walt Disney도 Dyslexia 증세를 가진 사람이었다. 또 있다. 1984년과 1988년 올림픽에서 네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Diving 선수 Greg Louganis도 Dyslexia 증세를 가진 사람이었다. 또 있다!!! 어진이도Dyslexia 증세를 가진 사람이었다.ㅎㅎㅎㅎㅎ
자~ 그러면 이제부터 Dyslexia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보통 사람들은 Dyslexia 라고 하면 학교에서 배움에 어려움을 격는 사람 정도로 생각한다. 심하게는 저능아 또는 문제아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사실이다. Einstein이 그런 대접을 받고 학교에서 쫓겨나다 싶이 했으니… 많은 경우에 Dyslexia를 가진 사람은 쓰기, 읽기, 받아쓰기, 혹은 수자 개념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고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정적인 면에서 보면, Dyslexia는 유전적인 결함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위에 열거한 세 사람은 Dyslexia라는 유전적인 결함은 딛고, 세상에 커다란 공헌을 할 수 있었을까? Dyslexia을 연구한 사람들은 Einstein이나 Disney가 Dyslexia라는 결함을 딛고 일어선 것이 아니라, Dyslexia 때문에 그런 일들을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Dyslexia는 유전적인 결함이 아니라, 축복이라는 것이다. 와~아~~~ 살맛나네!!!
Dyslexia를 가진 사람들은 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 보통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1. 어떤 사물을 보고 그것을 변형시키거나 재구성하는 능력이 있다.
2. 주위환경의 변화에 예민하다.
3. 평상인들 보다 월등하게 호기심이 많다.
4. 어떤 사물을 보고 글로 표현하기 보다는 그림으로 표현한다
5. 통찰력이 강하다.
6. 사물을 다각적으로 보고 이해한다.
7. 사고를 구체화 시킨다.
8. 뛰어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위에 열거한 것들을 보면Dyslexia를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보통사람들 보다 더 좋을 것 같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Dyslexia 때문에 학교에서, 사회에서 어려움을 격으며, 그로 인해서 오해를 받으면서, 외톨이로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Dyslexia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그 문제를 해결할려고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거기서 멈출 것이 아니라, 위에 열거한 긍적적인 면을 개발해서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함과 동시에 사회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본인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Albert Einstein이다. 학교에서 포기한 아이를 부모도 포기했었다면, 지금 우리들이 누리는 문명의 혜택은 어쩌면 20년쯤 늦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Dyslexia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었고, 단지 ‘내가 왜 자꾸 이럴까?’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생겨먹길 그렇게 생겨먹은 걸 어떻해!’ 하면서, 나 자신을 자학한 적이 많았다. 또한 내 아들들도 나를 닮아서 Dyslexia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다구쳤고, 내 성에 차지 않는다고 속상해 했다. “뭘 모른다는 것”이 이렇게 한심할 줄이야!!!
요즘 가만이 생각해 보면, 회사에서 종종 아무도 생각지 못하는 것들을 내가 생각해 내서 문제들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Dyslexia”라는 축복(?)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내 아들들에게 좀 더 잘해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기회는 또 올거다! 내 아들들이 아니라, 내 손자 손녀들이다! 가능성을 따져 본다면, 손자 손녀들도Dyslexia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잘 관찰해야겠다. 그리고 저들이 지고 가야할 어려움을 인내심을 가지고 도와주며 격려해야겠다. 또한 하나님께서 우리 가족의 선조 때부터 대대로 물려주신Dyslexia라는 축복을 낭비하지 않고 잘 개발해야 되겠다.
자~ 이제 마음을 고쳐먹고 첫 손녀 “수미”부터 관찰하자!
그리고 수미가 그 축복(?)을 가지고 있다면, 그 축복을 개발하자!
수미로 인해서 그 주위의 사람들이 좀 더 살맛나는
세상으로 살아가게끔 할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 하자!!!
Dyslexia는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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