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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에 생긴 일 (첫번째)
작성자 어진이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354 작성일 2008-03-30 19:17 조회수 1270
올 겨울에 생긴 일 (첫번째)

사람들은 흔히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을 이해할려면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봐야 한다” 나는 평소에 ‘참 맞는 말이야!’라고 생각은 했지만 솔직이 피부로 느끼지를 못했다. 요즘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건강의 문제로 힘들어 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 옆에서 환자를 간호해야 하는 가족들을 본다. 집안살림과 사업체를 꾸려가며 환자를 돌보는 아내나 남편들이 정작 몸이 아픈 사람들 보다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 보았다.  

암투병을 하는 사람을 위해서 걱정을 해주고 기도를 해도 건강한 사람은 그 사람의 아픈 심정을 이해하지 못 한다. 그 사람의 심정을 진짜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암선고를 받고 암투병 중에 있는 사람만이 이해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옆에서 환자를 간호해야 하는 가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어렵고 가슴 아픈 심정을 어떻게 이해할까?

나는 한 달 전에 아주 귀한 경험을 했다. 나는 비교적 건강에 축복을 받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병원에서 밤을 지낸 적이 없었고, Family doctor를 보는 것 이외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 나에게는 지난 2월 21일은 가히 역사적(?)인 날이었다. 둘째 찬이네 부부가 사정이 생겨서 휴가를 받아서 수미를 봐주러 갔다. 하루종일 수미를 봐야 한다는 게 신나기도 했지만 걱정도 됐다.

오전은 잘 지나갔다. 수미와 같이 TV도 보고, 책도 보고, 노래도 같이 하고…… 이제 겨우 6달 짜리 아이에게 웬 극성이냐고 하겠지만, 아들과 며느리가 그렇게 하기에 나도 했다. 시내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집에 왔다. 나와 점심도 같이 먹고, 수미 젖도 먹이고, 나를 좀 쉬게 해주겠다고 먼 거리를 달려왔다. 시내는 수미에게 젖을 먹이겠다고 하기에, 나는 바람도 쏘이고 Winston 오줌도 싸게 할겸해서 밖으로 나갔다.

올해는 눈도 아주 많이 오고 날씨도 굉장히 추웠다. 햇볕이 쨍하게 나는 날씨에 차가운 공기가 머리를 맑게 했다.
‘야~ 되게 춥네! 그래도 기분은 상쾌하네!’
Winston이 나를 끌고 driveway에서 잔디밭으로 갔다. 개들은 꼭 오줌을 잔디밭에서만 쌌다. 그것도 꼭 자기가 싸던 자리에서…… 그게 “여기는 내 땅이야!” 라고 표시를 하는 것이란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웃집 개들이 자기네 잔디에서 오줌을 싸는 것을 싫어 한단다. 왜냐하면 개들이 자기가 오줌을 싸던 곳에 또 싸면 잔디가 노랗게 죽는다. 그래서 종종 이웃끼리 얼굴을 붉키는 일도 있다고 한다.

Winston은 아주 힘이 좋은 놈이다.
“야~ 임마 좀 천천히 가자”
Winston에게 끌려서 잔디밭에 들어서서 세번째 걸음을 띠는 순간! 앗차 하는 순간에 옆으로 나가 떨어지면서 얼떨결에 오른 손을 집었다. 순간 예리한 칼로 손목을 쑤시는 것 같은 아픔에 입을 벌리고, 아~ 소리을 지를려고 했는데, 어찌나 아픈지 입만 벌어졌지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와~ 되게 아프네!” 일어서는데 다시 미끄어졌다. 겨우 기다시피 해서 잔디밭에서 나왔다.

찬이네 앞마당은 약간 경사가 져있었다. 낮에 녹은 눈이 밤사이에 얼었고 그 위에 눈이 살짝 덮여 있었던 것을 모르고 밟았던 것이었다. 손목이 쑤시고 아팠지만, 이왕 나온 김이 Winston에게 볼일을 보게 할려고 동네 주위를 그냥 걸었다. 한 10분을 걸었는데, 녀석이 용을 쓰더니 number two를 했다. 카나다에서 number one은 소변, number two는 대변, number three는 대소변이라고 한다. 주머니에서 plastic bag을 꺼낼려고 하는데, 너무나 아파서 손가락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겨우 bag를 꺼내서 손에 끼고 개똥을 집어들려고 하는데, 손목이 꼬챙이로 쑤시는 것처럼 아팠다.

갖은 인상을 쓰면서 개똥을 집어들고 집에 왔더니, Winston은 볼일을 봐서 시원한지 지에미(?)에게 가서, 좋다고 야단이었습니다. 지할배는 아파서 죽을 지경인데…… 안간 힘을 써서 겨우 jacket을 벗고 오른 손목을 보는 순간 기절할뻔 했다. 오른쪽 손목이 왼쪽에 비해 두배 정도로 부어 있었다.
‘어~ 심상치 않네!’
수미방에 들어가서 누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하지? 수미를 봐야하고, 시내는 곧 clinic으로 가야 하는데……’
오른 손목을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시내가 내 기척이 없는 것을 알고 찾다가, 내가 방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것을 보고
“Abunim, what’s wrong?”
“I’m in trouble!!!”
“What happened?”
“I slipped on the ice” 오른쪽 손목을 보여주었다.
“Oh~ my god!!!” 내 손목을 만져보고 검사해 보더니
“아버님, 빨리 병원에 가셔야 해요”
“조금만 있으면 괜찮을꺼야!”
“No~~~ 아버님!!!”
“괜찮은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괜찮을 것 같지 않았다.

시내는 오후 3시부터 시작해서 환자들을 30명 봐야 한다고 했다. 부랴 부랴 찬이네 학교에 전화를 해서 찬이가 달려왔고, 시내는 clinic으로 돌아갔다. 찬이가 수미를 데리고 함께 병원에 갈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찬아, 넌 갈 필요없어! 내가 혼자 갈 수 있어”
“아빠, 정신있어요? 그 손으로 어떻게 운전를 해요?”
“할수 있어! 왼손은 뒀다 뭘하는건데! 이래서 손이 두개가 있는거야 ㅎㅎㅎ”
억지로 웃었습니다.
“아빠~ 지금 웃음이 나와요?”

추운 날씨에 수미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병원에서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기여코 같이 가겠다는 찬이를 떼어 놓고, 시골 병원을 찬이가 그려준 약도를 가지고 찾아 나섰다. 모르는 길을 한 손으로 운전한다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다행히 시내가 준 진통제 덕분에 아품은 참을만 했다. 요즘 얼음판에서 넘어지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서 병원 응급실 마다 팔 다리 부러진 사람들로 넘쳐난다는 방송이 radio에서 흘러 나오고 있었다.
‘에고~ 나 혼자만 아니구나! 조심하자! 손목 하나로 족하다!’

내가 아는 사람 하나는 손목이 부러졌는데, 응급실에서 7시간을 기다려서 cast를 했다고 했다. 다행히 시골 병원이라서 한가했다. 응급실에 환자는 나 혼자였다.
‘다행이네!’
등록을 하고, 의사를 만나고, X-ray 사진을 찍고, cast를 하고, 다시 X-ray 사진을 찍고…… 모든 것이 2시간 안에 끝났다. 간호사와 의사 모두 친절했다.
‘복잡한 도시에서 북적거리며 사는 것보다 이렇게 조용한 시골에서 사는 것도 좋겠구나!’

손목이 부러진 것은 아니고 금이 갔다고 했다.
‘부러진 것보다 금이 간 것이 더 오래간다고 하던데……’
의사의 말로는 4주에서 6주가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토를 달기를
“당신 나이로 봐서는 6주가 걸릴 겁니다. 어쩌면 더 걸릴 수도 있고요”
“……”
“Cast를 떼낸 다음엔 관절염 증세가 있을 수 있고, 손목과 손가락이 굳어서 약 한 달간 재활 훈련을 받아야 할 겁니다.”
‘에~? 한 달씩이나? 그럼 squash를 석 달간 못 친단말야?’ 휴~우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의사와 간호사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병원을 떠난 시간이 5시 15분이었다.
‘지금 떠나면 딱 rush hour에 걸릴텐데…… 한 손으로 2시간 가량 운전할 수 있을까?’
찬이에게 전화를 했다.
“찬아, 지금 다 끝나고 떠나면서 전화했어”
“어떻테요?”
“손목에 금이 갔는데, cast를 했고… 4주에서 6주 걸릴거래”
“Oh~ boy!”
“찬아, 나 그냥 집으로 갈래”
“아빠, 운전할 수 있어요?”
“괜찮을 꺼야! 엄마한테는 아무말도 하지 마! 집에 가서 내가 이야기할께”

진통제의 약효가 떨어지는지, 손목이 쑤셔오고 있었다.
‘까짓거 죽기 아니면 까무러 치기지! 하여튼 조심해서 운전하자!’
이를 악물고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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