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는 것은 / 박일
외롭다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모습이며 체취며 추억들이
늘 가슴에 함께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홀로 나니는 기러기를
외로울거라 할 일만은 아닌 것이다
황방산 모퉁이 구절초 군락지에 들국화 홀로 피었다
누구를 그리워 하기에
향이 꽃보다 고운 것이냐
외롭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정향[情香]을 내뿜는 경향이 있다
언제부턴가 고향에 계신 노모님에게서도 향기가 난다
안부전화가 늦을 수록 그 향기는 진해진다고 한다
시마을 동인
시마을 시부문 최우수작가(2회)
2006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봄호 신인상 당선
외롭다는 것은 모습과 체취가 깃든 추억들이
늘 가슴에 함께 한다는 점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
시인이 전도顚倒시킨 언어의 의미 속에서
감정의 새로운 질서를 발견합니다.
심상尋常한 일상 속에서 죽어가는 고답적高踏的인 언어들에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언어가 상징하는 일상적 감각에서
탈피하려는 시인의 의도가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섭니다.
평범한 시어들의 구사만으로도, 기존의 인식을 뒤집어 보는
시인의 손길에서 홀로 핀 <들국화>도 종래의 상품화된 언어로 부터
<꽃보다 향기로운 영혼>으로 무리없이 탈바꿈을 하고 있네요.
언어의 진위眞僞를 구분하는 시인의 이 같은 예리한 시선視線은
아마도, 평소에 시인이 지닌 걸림없는 시적 상상력에
근거하는 것이겠지요.
다만, 제 10 행에서 [ 외롭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정향情香을 내뿜는
경향이 있다 ]라고 다소 호흡이 긴 톤 tone의 진술을 하고 있는데
차라리, [ 외로울 수록 더욱 진한 정향을 내뿜는다 ]라는 확신의
어조語調였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시인의 언어처럼, 외로운 삶에 허기진 영혼일 수록
그것이 내 뿜는 향기는 더 진한 것 같습니다.
마무리의 소재로 택한 <노모님의 향기> 또한,
우리가 흔히 잊고 지냈던 근원적 감정에 새로운 인식의 깊이를 주고
그렇게 압축된 감정을 더욱 깊은 [그리움의 삶]으로 팽창시켜
읽는 이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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