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여섯 시에 출발해서 약 5 백 km를 달려 오전 열 한 시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경계선에 도착했어요. 여기서부터는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려야 해요. 알버타주 전 지역은 산악표준시각 (MST)를 사용하고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대부분의 지역은 태평양표준시각 (PST)를 사용하기 때문이에요.
유가가 조금만 오르면 휘발유가격은 더 높게 더 빠르게 비호처럼 솟아올라요. 반대로 유가가 내릴 때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늙은 소보다 느린 속도로 천천히 내려가요. 중간에서 누군가가 가격변화와 시간차이 사이에 발생하는 떡고물을 떼어먹는 게 분명해요. 이 세상에서 도둑놈들이 두 번째로 많이 모인 곳이 국제곡물자본이고 세 번째로 많이 모인 곳이 국제석유자본이라고 들었어요. 첫 번째로 많이 모인 곳은 어디냐고요? 그냐 물론 국제금융자본이죠.
교회예요. 주택가 한 구석에 조용하고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어요. 일요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지역사회의 각종 행사를 위해 본당과 주차장을 개방해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는 동네 노인들의 댄스 파티도 열려요. 아마 다른 종교모임, 가령 아직 법당이 없는 불교 신도들이 모여 잠시 십자기대신 불상을 올려놓고 예불을 하겠다고 해도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점심으로 중국집에서 짬짜면하고 군만두 여섯 개를 먹었는데 운전할 때는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금방 출출해져요. 그래서 다시 큰 함지박에 순대와 내장을 잔뜩 담아놓고 팔고 있는 아저씨한테 순대 1 인분을 사다가 먹으면서 갔어요. 찹쌀순대라 그런지 아주 쫄깃쫄깃하네요. 중국집에서는 짬짜면 시킬 때 짜장면대신 간짜장을 담아 오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다가 아주머니한테 눈웃음을 지으면서 공손하게 부탁하니까 결국 면과 볶은 짜장 소스를 따로 가져다 주었어요.
코퀴틀람 한인타운에 있는 갈비탕 집이에요…… 냉면 맛도 끝내주고 사리를 시켰더니 아예 냉면 한 그릇이 따로 나오더라고요. 계란과 고기만 빼고요.
로드트립을 할 때 선스크린은 필수인 동시에 장애물이기도 해요. 로션 특유의 자극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눈이 따가워지기 시작하는데 가끔 차를 세워야 할 정도로 눈 따가움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어요. 로드트립에서 가장 중요하게 챙겨야 할 일기예보는 계절마다 달라요. 겨울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눈폭풍과 '얼음비'에요. 여름철 로드트립에서는 토네이도와 UV Forcast 인데, 산악지역이라 토네이도는 걱정할 필요가 없고 문제는 자외선이에요. 출발하기 전에 일기예보에서 알려주는 오늘의 UV Forcast 를 전 구간에 걸쳐 확인. UV 예상 농도가 가장 높은 곳은 역시 Kamloops 지역이에요. 오전 11 시 45 분부터 오후 2 시 15 분까지의 UV 지수는 8.0 최대 한계노출시간 (Time of UV Max) 는 13 분 12 초라고 해요. 여름철 로드트립하기에 좋은 날은 맑은 날이 아니에요. 흐린 날이 좋아요. 햇볕이 짱짱한 것 보다는 차라리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게 나아요. 자외선 문제뿐만 아니라, 맑은 날 기온이 18 도 이상 오르면 밀폐된 차 안에서는 에어컨을 틀어야 해요. 온갖 종류의 날벌레들 때문에 창문을 여는 것도 어려워요. 무엇보다도 창문 열면 분위기 음악을 들을 수가 없으니까 창문 닫고 에어컨 트는 게 백 번 나아요.
산골 시골마을에도 Tim Horton 은 반드시 있어요. Hope 라는 이름의 산골마을이에요. 산세가 우리나라 설악산을 닮은 곳이라 제가 좋아하는 곳이에요. 여기도 중국인인듯한 매니저 한 명을 제외하곤 7~8 명 되는 직원들이 전부 필리핀에서 온 젊은 여성들이에요. sarnia 짐작에는 필리핀 아가씨 수 십 만 명이 캐나다 Tim Horton 과 맥도널드에서 일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산양 모녀가 나란히 앉아 있어요. 옆에 살며시 차를 세웠는데 힐끗 한 번 쳐다볼 뿐 놀란 기척도 안 해요.
하이웨이에 산양 가족이 산보를 나왔어요. 하이웨이에서 동물과 조우했을 때 행동수칙이 있어요. 절대 크략션을 울려서는 안돼요. 동물이 놀라 방향감각을 잃고 뛰게 되면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선 비상등을 켜고 속도를 늦춘 다음 천천히 접근하면 대개 비켜줘요. 일단 통과한 다음에는 반대편 차선에서 오는 차에게 하이빔을 깜박여줘 진행방향에 동물이 있음을 알려 주는 게 서로간의 운전매너예요. 참고로 하이빔을 깜박여 주는 의미는 두 가지인데 ‘동물이 떴을 때’ 하고 ‘교통경찰이 떴을 때’ 예요. 차량통행이 아주 뜸한 편도차선 하이웨이에서는 아주 가끔 마주 오는 차량을 만나게 되는데 이 때는 서로 하이파이브 하면서 깜박깜박 해 주기도 해요. 졸지말자는 격려의 의미예요.
ㅋㅋ 쟤는 산양이 아니라 산염소예요. 영어로 Mountain Goat 라고 해요.
근데…… sarnia 님에게 조카손주들이 있다니까 믿지 않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니 나이에 무슨 손주냐 장난하냐 뭐 이런 말이겠죠. 그래서 이번에 아예 증거를 가지고 왔어요. 내가 가면 꼭 인사를 오는 sarnia 님의 조카며느리와 조카 손주예요. 1976 년 생이니까 올해 서른 다섯 살 이고요. 풀어서 말해 누나의 둘째 아들의 와이프와 그 아들인데 장녀인 누나와 내가 무려 열 여섯 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