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詩) 중의 하나는 김동환 선생님의 '웃은 죄'라는 시다. '웃은 죄'란 시는 중2 때 처음 알았는데, 지금도 이 시를 아주 좋아한다. 이 시는 아주 짧은 시이지만, 화자의 억울한 심정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으면서도 유머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엉뚱한 상상을 잘해서, 이 시에 대한 나의 소감이 김동환 선생님이 시를 쓴 의도와는 다를 수도 있지만, 감히 내 소감을 한번 적어 보겠다.
< 웃은 죄 >
김동환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 모금 달라기 샘물 떠 주고
그리고 인사하기 웃고 받았죠
평양성에 해 안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죄 밖에.
<나의 소감> ,
'웃은 죄'라는 제목 부터가 적지 않게 역설적으로 들린다.
여기서 웃음이란 비웃음이 아니다.
그것은 시골의 순박한 처녀가 웃는 소박한 웃음 일 것이다.
이 시의 공간적 배경은 평양성 근처의 샘물가이며,
시간적 배경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추측컨데 그것은 사람의 따뜻한 정이 움직일 수 있는
봄이라고 하자.
마침 이 시의 주인공인 처녀는 맑은 물이 샘솟는 우물가에서
물을 긷고 있었다. 그때 어느 낯선 남정네가 멀리서
마을 길을 돌아 샘물가로 다가오더니 목이 마른 듯
물을 달라면서, 지름길을 묻는다.
그 말을 들은 처녀는 조금 수줍어하면서 그에게
물을 한 바가지 퍼 주었다.
또한 지름길도 가르쳐 준 것 같다.
그리고는 그와 수줍은 듯한 눈길을 마주하며 웃음으로 인사를 나눈다.
남정네의 웃음은 고마움의 표시 일 것이요,
처녀의 웃음은 고마워하는 남정네의 웃음에 대한 답소일 것이다.
그러나 이 처럼 당연한 인사를 나누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녀칠세부동석'의 엄격한 봉건윤리가 지배하는 마을에서
그것은 일종의 뒷말거리가 되어졌다.
그리하여 처녀가 바람이 났다는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마침네 그것이 처녀의 집안 어른에게
알려져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억울한 심정의 그 처녀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하여
'평양성에 해 안 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